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이하 건약)가 최근 경도인지장애 개선제, 치매 예방약 등으로 널리 처방하고 있는 글리아티린의 근거가 부족하다며 허가사항과 급여기준에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다.
그러자 정신과 전문의들은 의사들이 단순히 효능도 없는 약을 관행적으로 처방한 것으로 볼 사안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최근 건약은 "유독 한국에서 '치매 예방약’이라는 이름으로 잘 나가는 약이 글리아티린"이라면서 "작년 한해 총 440만 건이 처방 되고 1,660억 원이 건강보험공단에서 지불됐다"면서 "치매 치료제도 개발하지 못하는 세상에서 치매 예방약이 있다니 그것도 한국에만 있다니, 고개를 갸웃거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건약은 "질병에 대한 두려움을 이용해 약을 판촉하는 제약회사, 약을 처방· 조제해 이익을 얻는 전문가, 그리고 이런 상황을 허용하는 정부, 이 모든 것들이 더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가족과 함께 하려는 노인과 자식들을 우롱하는 어이없는 현실"이라고 질타했다.
이에 대해 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김상욱 홍보이사는 "글리아티린은 매우 오래된 약물로 임상 의사들은 실제로 효과가 있는 환자군이 있어 계속 처방해 왔다"면서 "건약에서 요구하듯 명확한 근거가 필요한 것은 맞지만 임상 현장도 고려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글리아티린은 임상에서 널리 쓰이다가 고시가 정해진 사례다. 현재 뇌혈관 결손에 의한 2차 증상 및 병성 또는 퇴행성 뇌 기질성 정신 증후군, 감정 및 행동 변화, 노인성 가성우울증으로 급여 적용을 받고 있다.
건약은 식약처와 심평원에 보낸 공개 질의서에서 여러 임상 자료를 찾아봤지만 한국 허가사항을 입증할 만한 자료가 없고 미국에서는 의약품이 아닌 건강보조식품으로 판매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이사는 "만약 약이 경도 인지저하나 치매 초기에 효과가 없다는 것이 확실하다면 급여 목록에서 제외되는 것이 맞다"면서 "그러나 현재로서는 효과가 전혀 없다고 단정하기는 어렵고, 이는 학문적으로 논쟁거리가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임상 현장과 학문적 영역 사이에는 괴리가 존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클로나제팜은 항전간제로 분류돼 있지만, 기분 기복이 심한 환자에게 처방하기도 한다. 또 글리이티린처럼 마땅한 약이 없을 때 도움이 될 것이라 이론적으로 추정되는 약물을 처방하는 사례도 있다는 것이다.
김 이사는 "치매 약은 상당히 고가이기 때문에 치매가 확실하지 않은 환자에게 처방하기가 모호하다"면서 "이 경우 보조적으로 말초혈관 혈액순환제나 은행잎제제 등을 쓰는데 그 다음으로 많이 사용되는 것이 글리아티린"이라고 설명했다. 주로 무기력하고 기억력이 떨어지고 어눌해진 환자에 주로 처방된다.
미국에서는 건강보조제로 처방된다는 점에 대해 우리나라에서 급여 적용을 받는 멜라토닌도 미국에서는 건강보조제로 쓰고 있다며 "우리나라에서 왜 이런 약물이 급여 항목에 들어와 널리 쓰이고 있는지에 대해 검토해야 한다"고 환기시켰다.
김 이사는 "플라시보 효과도 있을 수 있지만 여기에 덧붙여 실제로 그 약으로 효과를 보는 환자도 있다"면서 "이런 부분을 감안해 그동안의 연구자료와 오리지널 약물을 개발한 회사의 연구 자료, 처방자료 등을 검토해 근거를 찾아 전체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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