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정원 수요조사 전에 의료사고 특례법 등 필수의료 지원 정책부터...정부 강행시 의정협의체 해체, 집행부 총사퇴 초강수 필요
[칼럼] 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장 전라북도의사회 부회장
[메디게이트뉴스] 단순히 의사 숫자만 늘린다고 필수 지역의료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다. 단순히 의사 숫자만 늘리는 것은 전혀 바람직하지도 않고, 아무 의미도 없다. 의대정원은 장기적으로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해당하는 문제일 뿐이다.
정부가 신중한 검토 없이 의대정원 정책을 강행하려 한다면 의료계는 최후의 수단을 동원해 강경투쟁에 돌입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대외적으로 선언해야 한다. 의정협의체 전면 해체와 함께 의대정원 증원이 확대된다면 대한의사협회 집행부 총사퇴와 같은 강수를 둬야 한다.
의미 없는 의대정원 수요조사 전에 필수의료 지원 진정성부터
애초에 의대정원 수요조사는 의대보다는 대학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이었다. 대학 총장까지 개입해서 원하는 의대정원 수를 더 많이 써내야 불이익이 적다는 분위기로 만들어진 숫자였다.
단순한 수요조사만으로 의대정원 확대 규모를 결정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정부가 섣불리 수요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것은 의대정원 증원을 반대하는 의사들을 고립시키려는 불순한 여론몰이의 연장선일 뿐이다. 현장 점검반을 운영해 대학별 심층 자료를 점검하더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정부는 의대정원 수요조사에 대해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중 하나로 의학교육 질 담보와 보완책 마련이 주된 목적이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진정성에 의구심이 든다.
정부가 말하는 필수의료 패키지를 보면 의료사고 형사처벌 특례법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읽을 수 있다. 필수의료사고 부담 완화를 위한 형의 감면에 대해서는 유사입법례, 환자의 권익보호 등을 고려해 ‘의료분쟁조정법’ 보완 및 현행법에 따른 중재제도 활성화, 보상체계확립 방안 등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으며, 이 과정에서 사회적 공감대 형성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게 정부 입장이다.
주요 주무부처인 법무부는 “보건의료인이 충분한 주의의무를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한 의료사고는 현행법에 따르더라도 과실치사상죄 또는 업무상과실‧중과실 치사상죄의 요건인 과실 등을 인정하기 어려워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형사책임 감면과 관련해 사회적 공감대 형성 여부가 선제적으로 확인될 필요가 있으며, 필수의료 행위와 그 이외의 의료행위를 다르게 취급하는 것이 타당한지 여부에 대한 검토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했다.
무의미한 의정협의체 전면 해체, 의대정원 증원 정책시 강경투쟁만이 살 길
정부가 신중한 검토 없이 의대정원 정책을 강행한다면 의료계는 최후의 수단을 동원해 강경투쟁에 돌입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대외적으로 선언해야 한다. 무의미한 의정협의체 전면 해체와 함께 의협 집행부 총사퇴와 같은 강수를 둬야 한다.
손자병법에 장수가 전쟁터에서 맞닥뜨리는 다섯 가지 위험 중 ‘필사가살(必死可殺)’이란 대목이 있다. ‘죽기를 각오하면 죽는다’란 뜻이다. 장수가 전략을 세우지 않고 용기만 믿고 죽어라 달려들면 ‘그냥 죽는다’는 이치다. 철저한 대비와 계획을 가지고 일을 해도 이기기 어려운 것이 전쟁이고 이는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다. 어쩌면 그들과 싸워 이기는 것보다 지지 않고 살아남기가 더 급한 것일지도 모를 일이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란 말을 손자는 한 적이 없다. 그저 손자병법에는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의미의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로 나와있다.
의료계도 26일 전국의사대표자회의에서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의미의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를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의료계 스스로 위태롭지 않을 대안을 마련하는 운명의 날이 다가오고 있다.
위기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의료계는 그동안 수많은 위기상황이 없었던 것이 아닌 만큼, 어떻게 대처해 왔는지를 되돌아보고 의료계의 위기가 어떻게 의료계의 성장과 발전에 기여했는지 살펴봐야 한다. 이번 의대정원 증원 위기를 통해 의료계에 새로운 형태의 의료제도를 만들고 의료혁신의 변화를 어떻게 만들어 낼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메디게이트뉴스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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