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정혜리 인턴기자 차의대 의학전문대학원 본4]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외상 후 성장’ 세션에서는 코로나19를 겪으며 우리 스스로 성찰하고 성장 가능성이 뒤따랐던 여러 이야기들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가족탄력성, 회복탄력성, 외상 후 성장 등이 두루 언급됐다.
가족탄력성 증진을 위한 가족 단위의 노력과 가족친화적인 정책적 지원 필요
2년 이상 지속되는 코로나19 확산이라는 사회적 재난 상황에서 가족은 어떤 변화를 경험했을까. 나사렛대 사회복지학부 김정진 교수는 ‘코로나 19로 인한 가족위기와 가족탄력성’을 주제로 발표했다.
우선 가족들 사이에서 긍정적 변화와 부정적 변화가 모두 있었다. 긍정적 변화는 충분한 자원을 가지고 있고 사회경제적으로 편안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 기존에 좋은 가족 관계를 가지고 있었던 사람들은 사회적 거리두기 시에 더 긍정적 변화가 있었고, 상대적으로 취약한 가족들에게는 상당한 어려움이 뒤따랐다.
김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돌봄의 재가족화, 가사분담의 불평등 가중, 가족 간 접촉시간 증가로 인한 갈등 증가, 아동학대, 보호시설 노인의 고립과 가족 내 노인 학대, 한부모 가족 등 취약계층의 스트레스 심화, 고용 및 자영업 환경변화로 인한 가구소득 감소, 1인 가구 자기돌봄 취약성 및 고독사 등 위험 증가, 장애인 가족의 부담가중, 코로나 블루 등을 문제로 꼽았다.
김 교수는 “코로나19로 인해 아동 돌봄 기관 이용이 제한을 받았다. 이로 인해 자녀 양육과정에서 돌봄의 공백을 경험하면서 부담이 증가했고, 특히 자녀를 맡길 수 있는 돌봄 자원이 부족한 사람들에게 스트레스가 훨씬 더 많았다”고 했다.
김 교수는 “가족이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가사 분담의 문제가 발생했다”라며 “가족 간 역할의 변화, 평소 친밀을 중심으로 이뤄지지 않았던 익숙하지 않은 환경 등으로 인해 갈등이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고용 위축, 열악한 주거지 등은 코로나 감염시에도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어렵고, 기초생활수급자에서 고독사 비율이 높았다“라며 ”특히 여성과 저소득층에서 자살률이 증가했고, 우울 및 불안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그는 가족탄력성 증진을 위한 가족 단위의 노력 및 가족친화적인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회복탄력성, 그리고 외상 후 성장으로 역경을 긍정적으로
사람이 스트레스나 역경에 대처해 회복하고 성장하는 과정에 취약성(vulnerability)과 함께 회복탄력성(resilience)이 작동한다. 회복탄력성은 스트레스 인자에 성공적으로 적응하는 능력이며, 역경에서도 정신적인 안정 상태를 유지하게 한다. 가령 우울증이 있는 사람들은 회복탄력성이 낮지만 회복 후에는 회복탄력성이 높아지기 마련이다.
제주의대 정신건강의학과 정영은 교수는 ‘트라우마를 경험한 개인의 회복과 성장’을 주제로 이같이 설명했다.
회복탄력성은 기질이나 타고난 성격과 같은 자연(trait resilience), 유전적, 생물학적, 정신적, 사회적, 환경적 요인(positive outcome resilience), 역동적이고 수정가능한 과정(resilience process) 등 3가지로 나눈다.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외상 후 성장(Posttraumatic Growth, PTG)이란 트라우마나 역경에 대해 고군분투하게 되는 과정에서 그 결과로 나타나는 긍정적인 정신적 변화를 말한다.
정 교수는 "외상후 성장은 정적인 결과로서의 개념이 아니라 진행하는 과정의 개념이다. 싸우고 노력하고, 고통을 느끼는 과정들이 성장으로 이어진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19로 성장을 경험했다고 표현한다. 주로 이야기하는 것은 의료 전문가들에게 고마움을 많이 느꼈다는 것, 가족과 주변의 친밀한 사람들과의 관계, 인생의 우선순위가 바뀐 것 등이다. 또한 전문가 그룹에서는 자기 자신에 대한 자존감이 올라갔다는 변화들이 보고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고통에 대해서 인지하고, 이 고통이 인간이 누구나 보편적으로 경험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아는 과정이 필요하다. 역경을 긍정적인 것으로 바꿀 수 있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코로나 겪으며 어려움이 따랐지만 스스로 성찰하며 성장하는 시기
코로나19의 가장 특징은 우리에게 멈춤을 주었다는 것과 그 안에서 어려움이 있었던 동시에 스스로를 성찰할 수 있는 시간도 있었다는 것이다.
한림대 심리학과 임선영 교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외상 후 성장'을 주제로 발표를 이어갔다.
사람이 트라우마를 겪은 이후 크게 3가지 단계의 회복을 생각해볼 수 있다. 근근이 살아가는 수준으로의 회복, 이전의 기저수준으로 돌아가는 회복, 더 확장된 개념으로 스스로의 성장과 긍정적인 변화를 경험하는 thriving, 즉 외상 후 성장의 단계이다.
임 교수는 “외상경험은 분명히 단기적으로는 고통과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만, 장기적인 측면에서 우리를 단련시키고 성숙시킨다는 측면도 존재한다”라며 “외상 후 성장(posttraumatic growth)이란 외상 이후의 나타나는 긍정적인 변화로, 기저 수준으로의 회복이 아니라 그것보다 훨씬 더 질적인 변화를 포함한다”고 말했다.
임 교수에 따르면 외상 후 성장은 크게 3가지 영역이 존재한다. 첫 번째는 근본적 변화로, 자기자신에 대한 지각의 변화다. 본인이 갖고 있던 취약점과 내적인 힘, 잠재력들을 두루두루 다시 살펴볼 수 있게 되면서 그 안에서 강점이나 삶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는 변화이다. 두 번째는 대인관계에서의 심화이다. 고통스러운 경험을 겪는 동안 주변 사람의 지지, 자신에 대한 자기공개, 노출들을 경험하면서 친사회적이고 연민을 느끼는 방향으로의 변화를 말한다. 세 번째는 삶의 철학, 가치, 의미가 변화하고 삶의 우선순위가 바뀌게 되는 변화다.
임 교수는 “외상을 겪으면 왜 고통스러운가. 그리고 그 이후에 성장한다면 그것이 어떻게 가능한가"라고 되물으며 "외상경험은 기존의 의미구조로는 설명이 되지 않기 때문에 원치 않지만 자꾸 이해하려는 작용이 발생하게 되고, 이러한 고군분투 속에서 더 성찰적인 반추로 이어지면서 성장의 과정으로 이어진다”라고 했다.
임 교수는 “반면에 외상기억이 완전 해리되어서 기억이 나지 않고 무의식적인 공포와 회피만 남으면 이러한 의미처리가 자연스럽게 일어나기 어려워서 회복이 이뤄지기 어려울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외상 후 성장은 정신건강에 대한 버퍼링 역할을 함으로써,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가는 악화길로에서 완충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개념의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라며 “다시 말해 외상 후 성장은 본질과 비본질을 분별할 수 있는 혜안을 갖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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