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제약사 N사로부터 수 십 억원의 불법 리베이트를 받은 의대 교수 15명과 범행에 가담한 의약전문지 대표들이 적발됐다.
서울서부지방검찰청 정부합동 의약품 리베이트 수사단은 의약전문지를 통해 약 25억 9천만원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N제약사 및 이 회사 대표이사 등 전·현 임원 6명 ▲범행에 가담한 의약전문지 5개‧학술지 발행 업체 1개 및 각 대표이사 ▲리베이트를 수수한 의사 15명 등 모두 34명을 불구속 기소하고, 출석요구에 불응한 N사 전 대표이사 2명(외국인)을 기소중지 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수사 결과, 최고 수준의 윤리경영을 내세우는 다국적 제약사도 불법 리베이트 제공 유혹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고, 이를 감시해야 할 의약전문지가 오히려 제약사의 리베이트 제공을 위한 대행사 역할을 하고 있을 뿐 아니라, 대학·종합병원 의사들도 리베이트를 수수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검찰에 따르면, 다국적 제약사 중 2위 규모(2015년 매출 4552억원)의 N사는 2011년 1월부터 2016년 1월까지 의약전문지를 통해 약 25억 9천만원 상당의 리베이트를 제공했다.
이 회사는 2011년 공정거래위원회의 리베이트 조사를 받던 도중 쌍벌제가 시행되자, 회사가 직접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것에 대한 위험을 회피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했다.
그러던 중 의약전문지 5개와 학술지 발행업체 1개 등에 제품 광고 명목의 광고비를 집행한 후, 위 업체를 통해 거래처 의료인들에게 좌담회, 자문료 등을 빙자하는 방식으로 리베이트를 제공했다는 설명이다.
의약전문지 A는 2011년 1월부터 2015년 6월까지 N사로부터 지급받은 광고비에서 N사의 거래처 의사에게 약 11억 7천만원의 리베이트를, 학술지 발행업체 B는 2011년 3월부터 2016년 1월까지 의사에게 7억 6천만원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리베이트 제공을 위한 각종 명목의 행사를 대행한 후, 인건비·대행 수수료 포함 광고비 총액 대비 평균 30~50% 수익을 취득했다고 검찰은 지적했다.
구체적인 제공 수법을 보면, 전문지 취재 형식을 빌려 N사 의약품 처방 의사 5~10명을 초대해 좌담회를 개최한 후 1인당 30만~50만원 상당의 참가비를 지급했지만, 전문지 취재기자는 행사에 참석하지 않았고, 사실상 N사에서 모든 것(참석자 선정, 접촉, 행사장 안내, 논의 자료)을 준비했다.
또 N사에서 선정한 의사들을 전문지의 자문위원으로 위촉한 후 한 달에 100만원 상당의 자문위원료를 지급했으며, 자문한 사실이 없거나, 일부 자문한 경우에도 형식적이거나, 지나치게 과다한 금액의 자문료를 지급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N사에서 선정한 의사들을 전문지의 '해외학회 취재를 위한 객원 기자'로 위촉토록 한 후, 1인당 400만~700만원 상당의 해외학회 참가를 위한 경비로 지원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수수 액수가 과다한 의사 15명을 구약식 기소했다.
이 중 대학병원 의사 C는 2012년 3월부터 2014년 9월까지 N사가 의약전문지를 통해 제공하는 자문위원료 내지 좌담회 참가비 명목으로 총 27회 동안 2599만원의 리베이트를 받았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검찰은 "그 동안의 리베이트 수사에서는 개원의가 주로 적발됐지만 본건 수사에서는 대학병원, 종합병원 의사들도 리베이트로부터 자유롭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면서 "복지부 및 식약처에 해당 의약품 약가인하, 요양급여 정지, 리베이트 수수 의사에 대한 면허정지, N사의 업무정지 등 행정처분을 의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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