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6.06.14 06:26최종 업데이트 16.06.14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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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발골수종 신약의 불길한 조짐

치료제 두고도 못쓰는 500명의 환자

의료진 "포말리스트 급여 시급"


 
국내 허가 후 보험급여 출시까지 걸린 시간 5년, 미국‧유럽보다 사용 늦어진 시간 7년.
 
다발골수종(혈액암) 치료제 '레블리미드'의 얘기다.
 
출시 지연이 부른 간극은 컸다.
 
제 때 못쓰고 타이밍을 놓친 환자들이 뒤늦게 이 약을 쓰니 '레블리미드'의 원래 효과를 누릴 수 없었다.
 
이대목동병원 혈액종양내과 문영철 교수는 "약물 사용은 적당한 시기가 있다"면서 "적기에 쓰면 최소 2~3년 효과 본 후 다음 약으로 넘어갈 수 있지만 지금 내 환자 중 레블리미드를 1년 이상 쓴 환자는 1명뿐이다. 너무 늦게 급여화되면서 효과 좋은 약을 죽인 셈"이라고 지적했다.
 
레블리미드는 대규모 임상시험에서 덱사메타손과 병용했을 때 33개월(위약보다 6.4개월 연장)의 생존기간을 입증했지만, 국내 레블리미드 투여 환자의 40%는 너무 늦게 치료를 시작해 효과를 못 본 것이다.
 
의료진들은 '레블리미드'의 다음 약물인 '포말리스트'도 '레블리미드'의 전철을 밟을까걱정하고 있다.
 
'포말리스트'는 '레블리미드', '벨케이드' 치료 후 재발 및 불응한, 즉 더 이상 쓸 약이 없는 환자를 위한 유일한 3차 약제다.
 
하지만 허가(2014년 8월) 후 2년 가까이 되도록 급여 출시를 못하고 있다.
 
위험분담계약제를 통한 첫 번째 시도가 무산됐고, 7월말까지 위험분담제 재평가에서 협상이 안되면 처음부터 다시 급여 시도를 해야 하는 판이다.
 
문 교수는 "레블리미드의 늦은 출시로 많은 환자들이 치료에 실패하면서 지금 포말리스트를 써야 하는 환자는 500명이 훨씬 넘는다"며 "이 환자들은 옛날 약물인 탈리도마이드나 세포독성항암제로 버티거나 사망했다. 빠른 급여화가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국내 6500명의 다발골수종 환자 중 500명 이상이 답보 상태에 있다는 설명이다.
 
서울성모병원 혈액내과 민창기 교수는 "다발골수종은 완치 질환이 아니다. 내성이 생겨 치료 실패한 환자는 평균 수명이 1년밖에 안되는데 이 환자가 신약으로 6개월~1년 더 살 수 있다면 대단히 의미있는 일"이라며 "약이 있어도 치료 혜택을 못 받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문영철 교수는 "빨리 보험 적용이 돼야 같은 약이라도 효과적으로 쓸 수 있다"면서 "금방 재발하면 다른 약제로 교체해야 하기 때문에 비용이 계속 들지만, 신약 치료를 앞당길수록 치료없이 지내는 기간이 길어져 결국 보험재정을 건전화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험급여 걸림돌은 '경제성평가'
 
'포말리스트'는 한달 투여비 850만원의 고가 약제로, 제조사 세엘진은 보험재정 영향 등에 대한 불확실성을 제약사가 일부 분담하는 '위험분담계약제'를 통한 급여화를 시도하고 있다.
 
걸림돌이 되는 것은 경제성평가다.
 
세엘진은 글로벌 가이드라인대로 안정병변(SD)의 환자도 치료효과가 있는 것으로 설정해 임상시험을 진행했지만, 국내 급여기준 상 SD는 치료효과로 인정받지 못한다. 이러한 간극으로 경제성평가에서 비용효과성을 입증하기 힘든 것이다.
 
SD는 부분관해(PR), 최소관해(MR), 질환진행(PD)이 아닌 단계, 즉 질병이 더 이상 진행하지 않고 유지되는 상황을 말한다. 글로벌에서는 SD를 치료효과의 중요한 지표로 삼고 있다.
 
임상시험과 국내 급여기준의 차이는 '포말리스트'만의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나올 3제 복합 신약들도 봉착할 문제다.

세엘진 관계자는 "SD 상태의 환자가 치료를 중단 혹은 지속하느냐에 따라 실제 치료효과는 완전히 달라진다. 임상데이터는 이 환자를 포함해 진행한 것이고 경제성평가에서는 제외해야 하니 결과값의 변화 폭이 크다. 여기서 발생하는 불확실성에 대한 부담을 제약사가 져야하는 난감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문 교수는 "다른 암종의 급여기준은 SD 환자도 계속 쓸 수 있도록 하면서 유독 다발골수종에만 달리 적용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면서 "1~2년 안에 나올 효과 좋은 신약들도 같은 문제에 부딪힐 것으로 보여, 개선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심사평가원 역시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당장 급여기준을 손대기보다는 경제성평가 기한 내 불확실성을 줄이는 방안을 찾겠다는 방침이다.

심평원 약제등재부 관계자는 "임상시험과 급여기준이 맞지 않아 불확실성이 커지는 것은 맞다.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포말리스트가 (위험분담제) 재평가로 들어온 약물인 만큼 기한 내 평가하려 한다"고 답했다.
 
그는 "현 급여기준이 신약들의 임상 데이터와 맞지않는 부분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다. 손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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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연주 기자 (yjsong@medigatenews.com)열심히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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