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1.05.25 07:29최종 업데이트 21.05.25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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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산부인과…가뜩이나 출산율 바닥에 분만수가 OECD 최저, 날로 커지는 소송 부담까지

분만수가 신생아수 연동제와 제왕절개 포괄수가 가산제, 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분담금 삭제, 분만 취약지 지원 확대 등 제안

대한산부인과학회 제64차 산부인과 연수강좌 및 발전모임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저출산 시대 무너지는 산부인과의 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해결책은 무엇일까. 분만 산부인과 의사가 부족해지고 분만 취약지가 늘어나는 문제를 지금부터 손 놓고 있다가는 산부인과 기피와 인프라 부족의 악순환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특히 우리나라의 분만 수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낮은데, 불가항력 의료사고에 보상분담금을 의료기관에 강제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한산부인과학회는 23일 진행한 제64차 산부인과 연수강좌 및 발전모임에서 분만수가 정상화, 의료사고 공적 보상제도, 100~300병상 종합병원 내외산소 필수 진료과 지정, 분만 취약지 정부 지원 확대 등 산부인과 위기 극복을 위한 다양한 해법을 제시했다.  

출산율 역대 최저에 산부인과 전공의 선택 기피 

우리나라 출생인구는 1970년대 한 해 100만명 출생에서 2000년대 초 50만, 2020년에는 한 해 27만 2400명으로 전년보다 3만 300명이 줄어 10.0% 감소했다. 2020년 출생아 수는 통계가 작성된 1970년 이후 가장 적었다. 여성 한 명이 평생 동안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의미하는 합계출산율은 0.84명으로 전년 0.92명보다 0.08명 감소했다. 

한 해 배출되는 산부인과 전문의 수도 2001년 270명을 최고점으로 점차 감소해 2012년에 90명까지 감소했다가 2020년에는 134명이 배출돼 현재 요양기관에 등록된 누적산부인과 전문의는 5906명이다.

순천향대병원 산부인과 이정재 교수는 '출생아 수와 산부인과 전문의 수' 발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이 교수에 따르면 산부인과 전공의 모집인원은 2010년 전후부터 약 190명이었으며, 이때 산부인과 전공의 충원율은 60~70%이었다. 2014년 이후 전공의 모집 정원을 140명대로 줄이면서 전공의 충원율은 상대적으로 80~90%까지 올라갔다. 그러나 매년 10~15%의 전공의가 중도에 수련을 포기하고 있어 실제 전문의 배출 인원은 연 100여명으로 예측됐다. 

2021년도 산부인과 전공의 143명 모집에 125명이 지원해 지원율은 87%이었다. 합격자 분포를 보면 전공의가 1명 이상 근무 중인 53개 수련병원 중 상급종합병원이 33곳, 106명, 전체의 85%였다. 종합병원 8곳, 19명, 15%가 수련을 시작했다. 서울, 경기권의 수련병원 23곳, 88명, 70%이었고, 지방 수련병원이 37명, 30%이었다.

이 교수는 "수도권 병원 전공의 지원 쏠림이 가속화함에 따라 지방의 수련병원 분만실, 고위험임산부집중치료실 및 고위험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 운영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라며 "상급종합병원은 전문진료질병군 진료를 우선하다보니 부인과 양성질환과 임산부 진료에는 소홀할 수밖에 없으며, 그 결과 분만실이 축소됐다”라고 밝혔다. 

이 교수는 “전문진료 질병군 진료를 지향하는 상급종합병원에서 산부인과 전공의 수련기능이 위축되고 있다"라며 "산부인과 수련환경 개선을 위해 산부인과 전문진료질병군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남자 산부인과 의사가 줄어드는 성비 문제도 언급했다. 현재 전체 산부인과 전공의의 남녀 비가 1대 9이다. 특히 수련 중도 포기율이 10~15%인 산부인과는 대부분의 수련병원에서 연차별로 전공의 결원이 있다 보니 출산으로 인한 전공의 공백은 더욱 심각해진다. 산부인과와 같은 생명을 다루는 과의 경우 전공의 주 80시간 근무의 탄력적 운영이 가능하도록 세부 규정을 조정하거나, 입원전담전문의 등 대체 의료진 지원의 필요성이 언급됐다. 

이 교수는 "전공의들이 수련 중 결혼과 임신을 주저하게 된다. 가임적령기에 수련을 받아야 하는 여자 전공의에게는 임신과 출산, 육아는 중요하며, 이에 대한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라며 “우리나라에서 가사와 육아를 직접 담당해야 하는 여의사는 중소 지방도시 또는 벽지 근무가 쉽지 않아 대도시지역으로 의사가 몰리게 되어 분만 취약지역이 확대되는 하나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출산률 감소, 고위험임산부 증가, 의료사고 발생 가능성 증가 및 의료소송 증가, 불가항력적인 의료사고에 대한 산부인과 의사 부담 가중, 개인 사생활 중시에 따른 여자 산부인과 의사 선호 현상과 정부의 적절하지 않은 상급종합병원 중심의 의료시스템은 산부인과 전공의 수련환경을 어렵게 만들고, 지원율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 교수는 “산부인과 의사배출을 위한 수련환경 개선을 위해 산부인과 전문질병군 분류 개선, 전공의와 산부인과 전문의 근무환경 개선, 무과실 의료사고에 대한 국가배상을 해야 한다”라며 “좋은 산부인과 의사를 배출해야 분만 인프라를 유지시킬 수 있으며, 건강한 가정과 사회를 이룰 수 있다”고 주문했다.

분만 인프라 유지하려면 공적 보상 확대하고 분만수가 정상화 

대한산부인과학회 홍순철 수련위원장·분만 인프라 재건 TFT 위원장은 분만 인프라 유지 정책을 위해 ▲안전한 분만을 위한 의료사고 공적보상제도 ▲전공의 수련 환경 개선 ▲분만수가 정상화 ▲ 100~300병상 종합병원 내외산소 필수 진료과 지정 등을 제안했다. 
 
2019년 산부인과 전문의 85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분만 취약지 근무 의향이 없다는 답변이 92%, 있다는 답변은 8%에 불과했다. 분만 취약지 근무를 기피하는 이유는 의료사고의 위험성이 56%로 가장 높았고 열악한 근무환경 28% 등이었다. 

홍 위원장은 첫째, 공적 보험 제도 도입을 주문했다. 의료과정과 직접적인 연관성을 밝히기 어려운 신생아 뇌성마비, 출산 관련 모성사망에 대해 과실 유무와 상관없이 보상하는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다. 

대만의 무과실 보상제도를 참고할 수 있다. 대만 정부는 임신 33주 이후 모성 사망에 약 7000만원, 신생아 사망: 약 1100만원, 장애 등급에 따라서는 3900만~5200만원을 지급한다.  

일본의 무과실 보상제도는 건당 3000만엔(약 3억원)을 보상한다. 보통 뇌성마비 빈도는 연간 160건에 달하는데, 대만과 동일하게 지급한다고 가정했을 때 건 당 4600만원 X 160건=73억 6000만원이 나오고 일본과 동일하게 지급한다고 가정하면  3억 X 160건=480억원이 나온다. 보험기준 1인 30만원X28만명(임신 30주이후)=840억원이 된다. 

홍 위원장은 둘째,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을 위해 임산부의 보호 개정안의 이행을 주문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수련병원 등의 장은 임신 중인 전공의에게 오후 10시부터 오전 6시까지의 시간에 수련을 명할 수 없다. 수련병원들의 장은 임신 후 12주 이내 또는 36주 이후에 있는 전공의에게는 1주일에 40시간을 초과해 수련하게 해서는 안되며, 이 기간 외에 임신 및 출산 후 여성 전공의의 수련시간은 전공의법에 따른다. 

홍 위원장은 셋째, 분만수가 정상화 방안으로 분만수가 연동제와 제왕절개 포괄수가 가산제를 들었다. 

분만수가 연동제는 분만 병의원을 유지하기 위한 수가 정책의 하나로, 국가 출산 신생아 수와 연동해 분만 수가를 조정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2012년 출생아 수 47만 2000명이었고 2018년 32만이었으므로, 2020년 분만 수가를 출생아수 감소를 고려해 47.2/32배수해 약 50%정도 인상하는 것이다. 
 
홍 위원장은 "제왕절개 포괄수가 가산은 분만취약지 가산 200%, 고위험 임산부 30% 추가 가산, 심야가산 100% 등 가산 제도를 시행할 때 당연히 포괄수가제는 전체 비용에 대한 가산이어야 한다"라며 "분만취약지 가산 200%라고 하면 대단해 보이지만, 현재는 포괄수가제 속의 상대가치에 해당하는 52만원의 200% 가산(104만원 추가 지급)에 해당한다. 총 제왕절개 시술료는 156만원을 지급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홍 위원장은 넷째, 100~300병상 종합병원은 내외산소 4개 필수진료과를 기본 진료과로 지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현행은 4개 과목 중 3개만 지정하도록 돼있으나, 분만 인프라를 위해 산부인과를 필수로 넣고 국가는 분만취약지 분만 병원에 인센티브 제공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산부인과 분만 수가는 최저이고 의료사고 보상 부담은 최대 

대한산부인과의사회 김재연 회장은 ▲산부인과의사 인적자원 확보 ▲일본 산부인과의사 부족 해결방안 도입 ▲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분담금 삭제 ▲낮은 분만 수가 개선 ▲분만 취약지 정부지원 확대  ▲산부인과 입원실 다인실 의무규정 개선 등을 주문했다. 

2017년 96개 수련병원 중 5개 기관에서 분만실 운영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2020년 현재 산부인과 전공의를 수련시키는 병원은 81개 기관으로, 이 중 1년차 전공의가 없는 병원이 10%(8개 기관)에 육박한다. 고작 1명인 경우가 46%(37개 기관)에 달한다. 

김 회장은 “산부인과가 갈수록 지원자들의 외면을 받게 되면 향후 전공의 선발에 더 큰 어려움을 겪게 되는 악순환이 장기간 고착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라며 “산부인과 지원 전공의를 위한 국가적인 지원 대책이 필요하며, 의대 재학 시절부터 장학금 지원의 확대를 통한 산부인과 의료 자원의 조기 지원방안부터 실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회장에 따르면 저출산 쇼크를 먼저 겪은 일본의 산부인과 부족 문제에서 해답을 엿볼 수 있다. 일본은 의료사고 관련 소송, 분만 기피 등으로 인해 1993년 4286개였던 분만 병원(소형 진료소 포함)은 2008년 2567개로 줄었고, 2004년 산부인과 전공의 지원자는 총 101명에 불과했다. 일본 정부는 2006년부터 2010년 사이 2100억엔의 재정을 추가로 투입해 분만 비용 등을 현실화하고 국가 지원을 늘렸다. 

일본 정부와 병원이 분만의사에게 분만 한 건당 1만엔(야간에는 2만엔 추가)을 지급했고, 출산 비용을 지원하기 위해 산모들에게 분만 지원금 39만엔을 주도록 했다. 또한 분만 시 임신부가 내는 뇌성마비 의료사고배상보험금 3만엔을 정부와 지자체가 지원하고, 뇌성마비 아이가 태어나면 보험금 3000만엔을 20년간 분할해 준다. 

일본은 산부인과 의사들에 대한 지원도 늘렸다. 해당 지자체에서 5년간 근무하는 조건으로 산부인과에 진학하는 의대생 90~100명에게 월 5만~10만 엔(75만~150만원)가량의 장학금을 주고 있다. 출산한 여성 의사의 복직 비율을 높이기 위해 베이비 시터 비용 등을 지원하고, 여성 의사 3명이 일반 의사 2명의 역할을 하는 잡셰어링 제도도 운영 중이다.

김 회장은 “우리나라의 경우 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분담금을 없애고 요양기관 급여비용 강제징수를 중단해야 한다”라며 “불가항력 의료사고는 이미 의료인의 과실이 없음을 전제로 하는데도 의료인에게 분만 의료사고에 대한 책임을 전가한다면 과실 책임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다. 의료인에게 과실 책임이 없으므로 국가가 모두 부담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우리나라의 분만수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낮다. ▲프랑스 307만원 ▲독일 308만원 ▲영국 225만원 ▲네덜란드 109만원 ▲미국 660만원 ▲뉴질랜드 155만원 ▲일본 624만원 ▲대만 58만원 ▲싱가포르 191만원 등인데 반해 ▲한국 종합병원 115만원 ▲한국 개원가 54만원이다.

분만 사고 판결 중 손해배상금액의 최대값이 5억 5000만 원, 중앙값이 7000만원이고, 원고의 손해배상 청구금액 또한 최대값이 40억 4000만 원, 중앙값이 2억 2000만 원으로 소송이 시작된다.

김 회장은 "저출산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요즘 산부인과 의사들이 낮은 분만수가와 부족한 인력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건보 공단 국고 지원금의 취약지 분만 지역의 분만 한 건당 경영 손익 분기점인 최소 350만원의 추가 지원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상급병실 급여화 정책으로 1인실 이용을 원하는 산모들이 부담이나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수가협상 과정에 적극 참여해 1인실 급여화 이전에 다인실 의무 규정 등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근거중심의학에 기반해 안정성과 유효성에 대한 과학적 검증이 되지 않은 한방 난임치료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치료가 검증되고 확실한 확실한 산부인과 난임 치료를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김 회장은 "고위험 신생아 관리 개선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고위험 임산부에 대해 전국적인 통합 관리로 분만 시 응급상황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라며 "미숙아 출산을 줄이기 위해 조기진통으로 입원 시 고위험 임산부 관리료 신설 및 보장 성 강화를 통해 미숙아 출산을 최대한 감소시켜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국의 분만 의료기관의 네트워크로 지역 주산 기 센터와 정보 공유된 의료 전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응급상황 발생시 광역 주산기센터로 중증 신생아와 산모 전원 및 향후 집중 치료 등을 포함한 전국 주산기센터를 통한 교육 및 신생아 생존율 증가를 통한 고위험 신생아 관리의 질적 향상을 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임솔 기자 (sim@medigatenews.com)의료계 주요 이슈 제보/문의는 카톡 solplus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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