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과 의사면허취소법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될지가 의료계의 최대 관심사다. 평상시엔 같은 의료인 출신 변호사로 불리지만 각각 의사·간호사 출신인 박형욱, 유현정 변호사에게 간호법·의사면허취소법 등을 비롯해 산적한 다양한 법안들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유현정 변호사는 의사면허취소법은 법률상 문제가 많은 것으로 봤지만 간호법은 업무영역 침범 주장은 지나친 확대해석으로 평가했다. 반면 박형욱 변호사는 간호법이 통과된다면 반드시 법안 개정을 통해 간호사 단독 진료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유현정 나음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한국의료변호사협회 대표)는 항상 갈등이 많은 보건의료계의 상황이 안타깝다. 첨예한 입장 차이가 발생한 이유와 법안 개정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는 배제된 채 매번 각 단체의 주장만 공허하게 남아 대립각만 강조되는 상황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처럼 간호법과 의사면허취소법,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 공공의대법 등 많은 이슈가 동시다발적으로 논란이 됐던 적도 많지 않다. 유 변호사는 혼란의 시기에 현상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심도 깊은 논의를 통해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유현정 변호사가 최근 유심히 지켜보고 있는 법안은 '의사면허취소법'과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이다. 의사면허취소법은 최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돼 있다가 본회의로 직회부돼 통과 가능성이 높은 상태고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도 정부와 여당의 추진 의지가 강력해 법안 통과가 유력하다.
그는 의사면허취소법이 오히려 의사와 환자간 신뢰를 회복시켜줄 수 있는 기폭제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봤다. 다만 범죄 종류와 관계없이 모든 금고 이상형을 면허 취소대상으로 정할 것인지, 직무 관련 범죄에 한정할 것인지 등 문제에 있어선 심도 있는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도 매우 우려되는 법안 중 하나다. 데이터의 가치가 나날이 중요해지는 4차산업혁명 시대에 환자의 주요 건강 정보가 환자 본인도 모르는 사이 중개기관과 보험사 등에 축적되고 사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문제 소지가 많다는 게 유 대표의 생각이다. 간호법의 경우 그는 현재 법 조항만으론 업무영역 침범 가능성이 적다고 해석했다.
다음은 한국의료변호사협회 유현정 변호사와의 인터뷰 일문일답 내용이다. 인터뷰 내용은 의료변호사협회의 공식 입장이 아닌 유 변호사의 개인적인 견해라고 강조했다.
- 최근 가장 유심히 지켜보고 있는 법안을 꼽자면.
‘의사면허취소법’으로 불리는 의료법 개정안이다. 의료계에선 원래 원천적인 반대를 하다가 최근 어느 정도 범위를 축소하는 방향으로 입장을 선회한 것 같다.
오히려 해당 법안을 통해 의료계가 환자와의 신뢰관계를 회복할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그동안 일부 매우 극소수의 비윤리적인 의사들 때문에 의료계 전체가 지탄을 받았던 경우가 있었다. 해당 법안이 기준이 돼서 정말 의사를 해선 안 되는 사람에게 의사면허가 박탈되는 선례가 생긴다면 의사는 범죄를 저지르고도 계속 진료할 수 있는 특혜를 받는다는 불필요한 오해와 불신이 해소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법안 논의 과정에서 쟁점은 범죄 종류와 관계없이 금고 이상형을 면허 취소대상으로 정할 것인지, 직무 관련 범죄에 한정할 것인지가 될 것 같다.
이 부분에선 향후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금고 이상형을 선고받은 의사에게 환자가 치료받고 싶겠느냐는 접근도 있지만 이 부분은 매우 조심스럽게 다가가야 할 문제다. 개인적으로는 상식선에서 진료를 정말 해서는 안 되는 의사에 한해서만 면허 취소가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 그렇다면 의사면허취소법에서 개선돼야 하는 부분은 무엇이라고 보나.
면허 취소 사유를 중범죄, 성범죄 등으로 한정하는 방향이 좋다고 생각한다.
- 간호법의 통과 가능성이 높아보이는데 간호법은 어떻게 보고 있는지.
간호법에서 가장 쟁점이 된 부분은 직역간 업무영역 침범 여부이다. 그러나 간호법안에 규정된 간호사의 업무 범위는 ‘환자의 간호요구에 대한 관찰, 자료수집, 간호판단 및 요양을 위한 간호, 의료법에 따른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의 지도 하에 환자 진료에 필요한 업무, 간호요구자에 대한 교육, 상담 및 건강증진을 위한 활동의 기획과 수행,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보건활동, 간호조무사가 수행하는 업무보조에 대한 지도’로 명시돼 있다. 간호사가 의사 등 다른 직역의 업무영역을 침범할 수 있다는 주장은 지나친 확대해석이 아닌가 생각된다.
- 최근 정부와 여당 분위기를 보면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에 대한 추진 의지가 대단하다. 이에 대한 의료계와 시민단체 등의 반대도 대단한 상황인데 법률 전문가로서 법안에 문제는 없는가.
개인적으로 가장 우려되는 법 중 하나다. 일단 환자와 보험사 입장에선 매우 편리한 내용이 담겨있다. 그러나 편리함 뒤에 드러나지 않는 문제가 많다. 이 법안이 그대로 통과될 경우 가장 중요한 정보의 주체인 환자가, 어떤 자료가 어떻게 제공되는지 그 내용조차 모른 채 절차가 진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 정보화 사회에서 개인 정보의 가치는 나날이 증대되고 있다. 그런데 정보 주체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자신의 민감정보가 어떤 내용으로 전달되고 활용되는지도 모르는 제도는 넌센스다. 향후 보험계약 거절의 수단으로 악용될 여지도 충분하다. 법안 논의시 데이터 축적을 막고 데이터가 2차로 활용되는 것을 방지할 구체적이고 명확한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 대법원의 한의사 초음파 기기 사용 허가 판결에 대한 우려도 높다. 해당 판결은 어떻게 보고 있는지.
그동안 관련 판례들은 현대의학과 한의학의 학문적 원리가 다르기 때문에 의료기기에 대한 접근방식도 별개의 것이라고 봤다. 이 때문에 원심 판결은 한의사의 초음파 기기 사용이 불법이라고 판단했지만 이번 판결에서 대법원은 초음파 기기 사용이 위험성이 없다는 점에 초점을 맞춘 듯하다. 위험이 적기 때문에 과학기술 발전에 따른 결과는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정도 논거를 가지고 지금까지의 판례를 완전히 뒤집었다는 점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위험성 여부에 대해서도 추가적인 반론이 있을 수 있고, 한의사의 초음파 기기 사용이 실제 한의학의 학문적 원리에 따른 진료에 구체적으로 어떻게 사용되는지 등에 관한 검토가 좀더 필요해 보인다.
예를 들어 초음파 기기 사용에 따라 실제 한의학 진료 시 환자 진맥에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 환자의 경혈을 탐지하는데 의료기기 사용이 효과적인지 등이 설명돼야 한다고 본다. 이 때문에 보건복지부의 유권해석 과정에서도 난항이 예상되며 실제 한의계 현장에 초음파 기기가 얼마나 많이 활용될지도 의문이다.
- 그렇다면 초음파 기기 허용 판결에 따라 한의사들의 다른 현대 의료기기 사용이 허용될 여지도 있다고 보는가.
두고 봐야 아는 문제다. 하지만 해당 의료기기 사용의 위험성 여부가 이번 판결에 큰 영향을 미쳤기 때문에 위험성만 크지 않다고 판단되면 다른 현대 의료기기 사용까지 확대될 여지도 있다고 보인다.
- 공공의대 신설과 의대정원 확대 법안에 대한 견해는.
법안의 실효성에 의구심이 든다. 지역에 10년간 의무복무를 하도록 하는 것이 공공의대법의 골자다. 그런데 10년 이후에 그들이 지역에 계속 남아 있을지 의문이다. 대부분 서울과 수도권 근무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단지 지역의사제만 시행한다고 해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환자들도 마찬가지이다. 지방에서 아프면 서울 큰 병원에서 수술을 받는 경우가 많다. 이런 현상이 유지되고 있는 상황에선 법안이 실행된다고 해도 효과가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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