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2 발현 낮은 환자서도 효과보여준 엔허투…트로델비 유방암·항TIGIT 간암 데이터도 눈길
[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세계 최대 암 학술대회 중 하나인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연례학술대회가 3~7일(현지시간)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열린다. 전 세계 종양학 전문가 4만 명 이상이 참석한 가운데 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새로운 임상연구 데이터를 포함해 최신 연구 초록 2500건 이상이 발표될 예정이다.
1일 메디게이트뉴스는 사전 공개된 초록 및 학술 프로그램을 통해 올해 학술대회에서 주목해야 할 항암제 또는 신약 후보물질은 무엇인지 알아봤다.
엔허투, 기존 HER2 표적 치료제 못쓰는 환자까지 이점 확대
가장 기대되는 데이터는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와 다이이찌산쿄(Daiichi Sankyo)가 개발한 HER2 유도 항체약물접합체(ADC) 엔허투(Enhertu, 성분명 트라스투주맙 데룩스테칸)의 DESTINY-Breast04 연구 결과다. 이 연구는 전체 유방암 환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HER2 발현율이 낮은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3상 임상시험이다.
이 환자군에서는 일반적으로(허셉틴(Herceptin, 성분명 트라스투주맙)이나 퍼제타(Perjeta, 성분명 퍼투주맙)와 같은 기존의 HER2 표적 치료제를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엔허투의 데이터는 관심을 모은다. 현재 호르몬 수용체(HR) 양성 또는 음성인 환자에 대한 유일한 치료 옵션은 화학요법이다.
아스트라제네카와 다이이찌산쿄는 2월 DESTINY-Breast04에 대한 몇 가지 긍정적인 데이터를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엔허투는 HER2 발현율이 낮은 절제 불가능한 전이성 유방암 환자에서 HR 상태(양성 또는 음성)와 무관하게 표준 화학요법 대비 무진행 생존(PFS)과 전체 생존(OS) 모두 통계적으로 유의하고 임상적으로 의미있게 개선시켰다.
자세한 데이터는 미국 메모리얼 슬로언 케터링 암센터(Memorial Sloan Kettering Cancer Center) 샤누 모디(Shanu Modi) 박사가 플레너리 세션에서 발표할 예정이다(Abstract #LBA3).
트로델비, HR+/HER2- 유방암서 임상적 유의성 시험대 올라
삼중음성유방암 치료제로 미국에서 허가를 받은 길리어드(Gilead) 트로델비(Trodelvy, 성분명 사시투주맙 고비테칸)의 TROPiCS-02 데이터도 초미의 관심사다. 이 연구는 HR 양성, HER2 음성 전이성 유방암 환자에서 3차 치료제로 트로델비와 화학요법을 평가하는 3상 임상시험이다.
3월 길리어드는 TROPiCS-02 연구 결과 PFS를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개선시키며 1차 평가변수를 총족시켰고, 주요 2차 펴가변수인 전체 생존을 평가하기 위해 환자를 계속 추적할 예정이라 발표했다. 길리어드 측은 이 임상시험은 질병 진행이나 사망 위험을 40% 줄이는 것을 목표로 설계됐으며, 1차 평가변수 결과는 1/2상 임상인 IMMU-132-01 연구에서 관찰된 HR 양성/HER2 음성 전이성 유방암 하위그룹에서 관찰된 것과 일치했다고 밝혔으나, 이 결과가 임상적으로 의미있는지 여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당시 길리어드가 이례적으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질의응답 자료에서 PFS가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기준을 충족했냐는 질문에 "이 모집단에서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견해는 광범위하다. 우리는 데이터를 평가하고 있으며 이 환자 그룹에 트로델비를 제공하기 위해 규제당국과 잠재적인 경로를 탐색할 것이다"고 답했다.
특히 HER2 발현율이 낮은 유방암 환자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내놓은 엔허투가 강력한 경쟁약물로 떠오르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와 다이이찌산쿄는 지난해 11월 HR 양성, HER2 음성 전이성 유방암 2~3차 치료에 대한 3상 연구인 Tropion Breast-01 임상시험을 시작했다.
TROPiCS-02의 최종 OS 데이터는 2024년 나올 예정이며, 이번 학회에서는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샌프란시스코캠퍼스(UCSF) 호프 루고(Hope S. Rugo) 박사가 구연 세션에서 예비 결과 데이터를 발표한다(Abstract #LBA1001).
항TIGIT, 로슈 폐암 임상 실패했으나 베이진 간암 임상에선 다를까
로슈(Roche)의 항TIGIT 면역요법 후보물질 티라골루맙( tiragolumab)이 후기 임상 결과 목표 달성에 실패하면서 이에 대한 상세한 데이터와 함께 다른 TIGIT 후보물질에 대한 데이도 눈길을 끈다.
TIGIT 경로는 PD-(L)1 경로와 구별되고 상호 보완적이라는 점에서 티라골루맙과 티쎈트릭(Tecentriq, 성분명 아테졸리무맙)을 사용한 이중 차단은 면역 억제를 극복하고 면역 반응을 회복하는데 도움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비소세포폐암과 소세포폐암 모두에서 티쎈트릭 기반 치료에 티라골루맙을 추가하는 병용요법은 PFS 공동 1차 평가변수 달성에 실패했다. [관련기사=로슈 TIGIT 억제제+티쎈트릭 병용, 소세포폐암 이어 비소세포폐암서도 목표달성 실패]
메모리얼 슬로언 케터링 암센터 찰스 루딘(Charles M. Rudin) 박사는 확장기 소세포폐암 1차 치료제로 티라골루맙 병용요법을 평가하는 3상 SKYSCRAPER-02의 1차 결과를 발표한다(Abstract #LBA8507). 이 연구의 중간 분석에서 또다른 공동 1차 평가변수인 OS 역시 충족시키지 못했고, 계획된 최종 분석에서도 통계적 유의성에 도달할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학회에서 발표되는 또다른 TIGIT 억제제 후보물질로는 베이진(Beigene)의 오시퍼리맙(ociperlimab, 프로젝트명 BGB-A1217)이 있다. 지난해 12월 노바티스(Novartis)는 베이진과 선급금 3억 달러와 2023년 말 이전 옵션이 행사되면 최대 7억 달러를 지급하는 내용이 담긴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현재 비소세포폐암에 대한 3상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고, 이번 학회에서는 진행성 간세포암 1차 치료에 대한 2상 AdvanTIG-206 데이터를 발표한다. 연구팀은 오시퍼리맙과 베이진의 자체 개발 PD-1 억제제 티스렐리주맙(tislelizumab, 중국 제품명 Baizean), 아바스틴 바이오시밀러 BAT1706과의 병용요법을 평가했다(Abstract #TPS4172).
다케다 애드세트리스·로슈 글로피타맙, 난치성 암에서 새로운 생존·반응 데이터 공개
난치성 암에 대한 긍정적인 결과들도 다수 발표된다. 대표적으로 진행성 호지킨 림프종 환자 사망 위험을 41% 줄인 다케다(Takeda Pharmaceutical Company)와 시애틀제네틱스(Seagen Inc.)의 애드세트리스(Adcetris, 성분명 브렌툭시맙 베도틴) 병용요법 데이터를 꼽을 수 있다(Abstract #7503).
ECHELON-1 연구는 치료 경험이 없는 3~4기 고전적 호지킨 림프종 성인 환자에서 애드세트리스와 독소루비신·빈블라스틴·다카르바진 병용요법과(A+AVD) 표준치료인 독소루비신·블레오마이신·빈블라스틴·다카르바진(ABVD)을 비교하는 3상 임상시험이다.
항암요법의 발전에도 진행성 호지킨 림프종은 오랫동안 OS 개선을 기대하지 못했는데, 이번에 발표되는 장기 데이터에서 중앙값 73개월 추적 결과 애드세트리스 병용요법군의 OS 비율은 93.9%로 추정됐다.
로슈는 CD20과 CD3 T-세포 결합 이중특이성 항체인 글로피타맙(glofitamab)에 대한 새로운 중추 데이터를 처음으로 공개한다(Abstract #7500).
사전 치료를 많이 받은(중앙값 3회) 재발성 또는 불응성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DLBCL) 환자를 대상으로 한 2상 NP30179 연장 연구 데이터다. 대상자의 58.3%가 초기 요법에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약 3분의 1(33.1%)은 이전에 CAR-T 세포 치료를 받았다.
중앙값 12.6개월 추적 조사한 결과 환자의 39.4%가 완전 반응(CR)을 보였고, 절반(51.6%)이 객관적 반응(부분 또는 완전 반응 환자 비율, 2차 평가변수)을 보였다. 완전 반응 환자의 77.6%는 12개월동안 지속성을 보였고, 완전 반응 중앙값이 도달하지 않았다.
호주 로열멜버른병원(Royal Melbourne Hospital) 마이클 디킨슨(Michael Dickinson) 교수는 "이 데이터는 효과적인 치료 옵션이 제한적이고 여러 차례의 치료에도 반응하지 않아 실망을 안고 있는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준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면서 "이번 글로피타맙 데이터는 환자가 질병이 진행될 때까지 계속해서 복용할 필요가 없는 정해진 치료 과정으로 지속적인 반응을 얻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댓글보기(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