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대 이덕환 명예교수 "의료계가 국민들에 현실 알려줘야…증원된 학생 수련시킬 병원 없어"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의료 붕괴는 되돌릴 수 없게 됐다'는 현실을 국민들이 직시할 수 있도록 의료계가 노력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서강대 화학과 이덕환 명예교수는 27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열린 의료정책 포럼에서 “희망 고문을 멈춰 주길 바란다. 국민들은 어떻게든 세월이 가면 의대교육도, 의료현장도 정상화될 거라는 착각을 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교수는 “어설픈 평가일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의대 교육도, 의료현장도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고 생각한다”며 “올해부터 국민들은 아프지 말아야 한다는 걸 명심하고 살아야 하는 세상이 돼 버렸다. 의학 교육이 무너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올해 의대생이 돌아올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돌아온다고 하면 재앙이 벌어진다. 3000명 규모로 만들어 놓은 대학에 7500명이 들어가서 교육을 받아야 한다”며 “일부 대학은 거의 3.5배 정원이 늘어난다. 그런 대학은 도떼기 시장이지 의대가 아니다”라고 했다.
이 교수는 “더 심각한 건 의대 교육은 올해만 흐트러진 게 아니라 6년 동안 계속된다는 점”이라며 “그 학생들이 제대로 교육받을 가능성은 없다”고 했다.
이어 “제대로 교육받지 못하는 학생들이 2031년이 되면 한꺼번에 다 의사 면허를 받게 된다. 그 학생들이 수련받을 병원이 없다”며 “교육부가 의대 교육을 위해 5년 동안 5조원을 투자한다고 하는데 4500명의 추가 인력을 수련시키기 위해 필요한 병원이 20개가 넘는다”고 했다.
이 교수는 “서울대병원 규모의 병원을 20개 이상 지으려면 지금부터 14조원을 투자해야 한다”며 “우리나라에는 그런 돈이 없다. 4조원을 깎았다고 비상계엄을 하는 나라다. 14조를 쏟아부어야 한다는 얘기를 의료계가 해줘야 한다”고 했다.
이어 “의대증원의 비현실성은 의학교육이 아니라 수련병원이 없다는 게 훨씬 더 심각한 이유”라며 “의대는 어떻게 지지고 볶고 졸업을 시킬 수 있겠지만, 수련 과정에 대한 심각성은 국민들에게 아무도 얘기를 해주지 않고 있다”했다.
그러면서 “의대는 어떻게 지지고 볶을 수 있지만, 전문의를 만드는 일은 불가능하다”며 “이제 앞으로 우리는 전문의가 아닌 일반의들에게 치료를 받아야 하는 세상이 다가오고 있다는 얘기를 의료계가 해줘야 한다”고 했다.
댓글보기(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