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의료공백 만든 '의대증원' 의혹 해소될까…감사원, 증원 결정 과정·정원 배정 등 들여다본다
교육위 '의대 증원 감사 요구안' 본회의 통과…정부 호언장담한 의학교육의 질 보장에 대한 감사도 요구
지난해 3월 20일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의대정원 배정 결과를 발표했다. 사진=교육부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지난해 2월 6일 기습적으로 발표된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이후 돌이킬 수 없는 의료공백의 여파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그간 의료계를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제기됐던 의혹이 감사원을 통해 해소될 지 관심을 모은다.
최근 교육위원회의 '의대정원 증원 추진과정에 대한 감사 요구안'이 제422회 제6차 본회의를 통해 통과했다. 국회가 요구한 감사는 감사원이 자체적으로 감사 실시 여부를 결정할 수 없는 만큼 올 상반기 관련 감사 결과가 공개될 전망이다.
해당 감사 요구안에는 ▲의대 정원 증원 결정 과정에 대한 감사 ▲의대 정원 배정 과정에 대한 감사 ▲의대생 휴학 처리 금지 방침 및 서울대 의대 감사에 대한 감사 ▲한국의학교육평가원 독립성 침해 및 의대 정원 증원에 따른 교육여건 준비에 대한 감사 ▲전공의·의대생 미복귀에 따른 정부 대책에 대한 감사 등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교육위는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의대 정원 증원 2000명 결정 과정에서 충분한 사회적 합의와 전문가 의견 수렴이 이루어졌는지, 그리고 이 결정이 객관적인 데이터와 장기적인 보건의료 정책 방향에 기반해 이루어졌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그간 정부는 연구 논문 3개를 바탕으로 한 과학적 데이터를 근거로 2000명 증원을 결정했다고 주장했으나 논문 저자는 물론 의료계 역시 '2000명'이라는 숫자의 과학성에 지속적으로 의문을 제기했다.
특히 교육위는 대통령실이 의대 정원과 의대 교육에 전적으로 관여하고 있다는 의혹을 충분히 감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비서관이 의대 5년제 도입 검토와 관련해 "교육부장관이 발표한 내용을 보면 의대교육 과정을 6년에서 5년으로 단축한다는 말은 애초에 있지 않다"고 거짓 발언하고, 2026년 의대 정원 증원도 이미 확정됐다고 밝힌 바 있다.
교육위는 "이러한 발언들의 진실성과 정책 결정 과정의 투명성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두 번째로 교육위는 증원된 의대 정원의 지역별·대학별 배정 과정에서 공정성과 형평성 문제를 조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간 의료계가 주장해 온 의대 정원 배정심사위원회의 운영과 관련해 심각한 투명성 문제를 수용한 것이다.
교육위는 "교육부는 처음에 (배전심사위) 회의록이 없다고 주장했다가 이후 회의 자료를 제출하면서 회의록 파기 의혹이 제기됐고, 위원회 구성원 명단을 공개하지 않아 의사결정 과정의 객관성을 검증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배정심사위가 5일 만에 3차례 회의로 결정을 내린 점, 현장 실사 없이 결정이 이루어진 점 등은 심도 있는 논의가 부족했다는 의혹을 불러일으킨다"고 꼬집었다.
게다가 배정심사위는 특정 지역의 의대 정원이 대폭 증가한 것에 대한 의문과 함께, 특정 지자체 간부가 배정심사위원회에 참석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공정성 문제도 불거진 바 있다.
교육위는 "이러한 과정에서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가능성과 국회에 대한 위증 가능성 등 법적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며 "고등교육법 제32조(학생의 정원)와 교육기본법 제4조(교육의 기회균등 등)의 준수 여부를 포함해, 의대 정원 배정 과정 전반에 대한 감사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세 번째로 교육위는 교육부가 의대생들의 '동맹휴학'은 휴학 사유가 될 수 없다고 강조하며 휴학 승인을 저지한 데 대해 고등교육법과 교육기본법을 위반해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하지 않았는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지난해 서울의대가 약 780명의 의대생 휴학을 일괄 승인한 후, 12명의 감사인단을 투입해 서울의대에 대한 고강도 감사를 실시했다. 특히 교육부는 당초 11일까지였던 서울대 감사 기간을 21일까지로 연장해 부당한 압력 행사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이에 교육위는 '고등교육법' 제6조(학교규칙)와 '행정조사기본법' 제4조(행정조사의 기본원칙)를 위반해 대학의 자율성을 침해했을 가능성을 두고 교육부가 부당한 압력을 작용했는 지를 확인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또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국민의힘 연찬회에서 의정갈등과 관련해 '6개월만 버티면 이긴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도 도마 위에 올랐다.
교육위는 "이러한 발언이 의료계와의 갈등을 심화시키고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를 저하시켰는지 검토가 필요하다"며 "교육부의 의료정책 추진 과정에서의 소통 방식이 적절했는지, 그리고 이로 인해 불필요한 갈등이 야기되지 않았는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네 번째로 교육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 독립성 침해 및 의대 정원 증원에 따른 교육여건 준비에 대한 감사도 요청했다.
의평원은 의학교육의 질 관리를 위한 독립 기관으로, 그 자율성과 전문성이 보장돼야 한다. 그러나 정부가 의대 정원 증원을 추진하면서 교육여건 악화가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이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의평원을 무력화하려 한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실제로 교육부는 의평원에 대해 이사회 구성의 다양화를 요구하고, '고등교육기관의 평가·인증 등에 관한 규정' 개정을 통해 의평원의 평가 권한을 제한하려 했다.
교육위는 "이는 의평원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훼손할 수 있는 시도로 보인다. 또한 의대 정원 증원에 따른 교육 인프라 구축, 임상실습 환경 개선, 교수 인력 확보 등 교육여건 준비가 미흡한 상황에서, 정부가 의평원을 통제하려는 시도는 의학교육의 질적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교육위는 "의대 정원 증원에 따른 교육여건 준비 상황과 예산 확보 현황, 계획의 적절성을 철저히 검토해 의학교육의 질적 저하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이 충분한지 확인해야한다"고 전했다.
앞서 정부는 2025년부터 2030년까지 의대 교육 여건 개선에 5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실제 2025년 예산은 4877억원에 불과한 것도 문제시 됐다. 이는 의대들이 요구한 6조 5000억원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기 때문이다.
특히 사립의대의 경우 저금리 융자에 그치고 있어, 교육여건 개선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지도 의문이다.
마지막으로 교육위는 전공의·의대생 미복귀에 따른 정부 대책에 대해서도 감사를 요청했다.
그간 이 부총리는 의대생들의 2025학년도 복귀를 마지노선으로 제시하며, 미복귀 시 유급 또는 제적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대학에 2개 학기 초과 연속 휴학을 제한하는 규정을 마련하라고 요청하는 등 강압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또 장 사회수석은 지난해 "고등교육법령상 휴학은 교육과정에 등록한 학생이 입대나 질병, 어학연수나 가족의 이사 이런 개인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사유가 생겼을 때 신청하고 학교에서 승인해주는 것"이라며 현행 의대생들의 '동맹' 휴학은 법령상 맞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교육위는 이러한 정부의 대응이 고등교육법과 교육기본법을 위반해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고, 의대생들의 복귀를 오히려 어렵게 만들어 장기적으로 의료인력 수급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 부총리는 "교육부가 (교육의) 질 만큼은 확실히 보장하겠다"고 자신감을 보였는데, 3월 개강을 앞둔 현재까지 구체적인 계획이나 실행 방안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교육위는 "정부의 의대생 미복귀 대책이 실효성 있고 적절한지, 그리고 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관련 법령을 준수하고 있는지에 대한 철저한 감사가 필요하다. 또한 정부 고위 관료들의 발언이 의료계와의 갈등을 심화시키고 있는지, 그리고 이로 인해 의대생들의 복귀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는지에 대한 검토도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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