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했던 2만명보다 2배 넘는 인원 참석...전 정권 문재인 케어 반대·4대악 반대 집회 때보다 참여인원 더 많아 '역대 최대'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정부는 의료비 폭증을 불러올 수 있는 의대정원 증원 문제를 원점에서 재논의하라."
“정부는 의대교육의 질 저하와 의학교육의 부실화를 초래할 수 있는 의대정원 2000명 증원 졸속 추진을 즉각 중단하라."
“정부는 의사의 진료권을 과도하게 제약하고 국민의 자유로운 의료선택권을 침해하는 불합리한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의 추진을 즉각 중단하라.”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가 3월 3일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서울 여의대로에서 '의대정원 증원 및 필수의료패키지 저지를 위한 전국 의사 총궐기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총궐기대회는 전국 의사들 4만여명이 참석했다. 개원의부터 봉직의, 교수, 전공의, 의대생 등 다양한 직역의 의사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의사들의 가족이나 의대생의 학부모들도 자리를 함께 했다.
궐기대회가 시작할 때인 오후 2시에는 참석 인원이 2만 5000명쯤으로 추산됐으나 끊임없이 인원이 늘어나면서 시작한지 40분이 지난 2시 40분에는 3만명, 끝날 때인 4시가 가까워질 무렵에는 4만명이 모인 것으로 추산됐다.
의료계는 2017년 문재인케어 저지 궐기대회, 2020년 의대정원 증원 및 공공의대 설립 반대 궐기대회, 2023년 간호법 저지 궐기대회 등을 진행했지만, 의료계는 이번 궐기대회에 참가한 의사들이 '역대 최대 규모'라고 설명했다.
이날 사회는 바른의료연구소 윤용선 소장과 문현아 아나운서가 맡았으며 의료계 대표자들의 대회사, 격려사, 정책의 문제점 설명에 이어 비대위 투쟁위원회 황규석 부위원장과 좌훈정 부위원장이 구호를 제창했다. 또한 상록수 노래 공연과 선창이 이어졌으며 의대정원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패키지 철폐를 주장하는 의사들의 함성으로 마무리했다.
의협 비대위 주수호 언론홍보위원장은 이날 총궐기대회에 앞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집회 신고 인원은 2만명이지만 최근 있었던 어떤 집회보다 가장 많은 인원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 위원장은 "비대위 차원에서 의대생이나 전공의들에게 참여하라고 공문을 보내거나 참석을 부탁하지 않았다. 그런데 현장에서 이미 많은 의대생과 전공의들을 만났다"며 "의대생의 학부모들은 물론 필수의료에 종사하는 의사들이 자발적으로 많이 참석했다"고 설명했다.
의협 김택우 비대위원장은 대회사에서 "정부가 전공의를 초법적인 명령으로 압박하고, 회유를 통해 비대위를 갈라치려고 갖은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며 "정부는 대화를 말하면서 정원 조정은 불가하다는 이중성을 보이면서, 28차례 의료계와 협의 사실을 주장하다가 느닷없이 의협의 대표성을 문제 삼고 말 그대로 의사를 우롱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진정으로 이 정부가 국민을 위해 일하고 있는지 의심스러울 뿐이다. 정부는 전공의와 의대생을 비롯한 모든 의사가 한목소리로 의대정원 증원을 반대하는 이유를 분명하게 알고 있지만, 정책과 제도를 악용해 의사를 영원한 의료 노예로 만들기 위해 국민 눈을 속이고 있다"고 피력했다.
대한의학회 박형욱 부회장은 연대사에서 “정부는 전공의들을 향해 ‘면허를 박탈한다, 법정최고형을 구형하겠다, 사직서 수리를 금지한다, 계약포기를 명령한다’ 등 민주주의 국가에서 듣도 보도 못한 폭언을 남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부회장은 “전공의들을 정부의 노예처럼 대하는 게 자유를 위한 새로운 여정인가. 중노동에 시달리는 전공의들이 정부의 노예인가. 공익을 위해 그런 게 가능한가라며 "윤석열 정권은 이성을 찾아야 한다. 정부와 의료계가 한발 물러서 함께 협의해 국민 불안을 해소하기를 고대한다"라고 말했다.
고려의대 안덕선 명예교수는 정책의 문제점 설명에서 “OECD 회원국의 근간이 되는 유럽과 북미에서 우리나라와 같은 환자거부금지•업무개시 행정명령•의료형사범죄화•불평등 건정심 구조•공정거래법적용, CCTV 수술 촬영 의무화 등 의사의 목을 죄는 제도는 없다. 모두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안 교수는 "정부는 의사수를 벤치마킹하는 OECD를 통해서 의사의 기본권과 노동권 존중을 먼저 배워야 한다”라며 “공익을 위해서는 의사의 기본권도 제한할 수 있다는 정부의 발상은 독재를 경험하지 못한 젊은 의사나 미래의 의사인 학생에게는 너무나도 충격적이고 끔찍한 전체주의 국가의 모습”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 이형민 회장도 "의대생과 전공의가 생각했던 의사로서의 삶이 부정당하고 가치가 훼손돼 버린 지금, 설령 정부가 어떤 겁박으로 그들을 현장에 다시 데려다 놓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미 그들의 희망과 의지는 사라져 버렸다"고 말했다.
이날 모인 의사들은 결의문을 통해 한 마음, 한뜻으로 잘못된 정책에 맞서 위기를 극복해나갈 것을 다짐했다. 결의문은 차기 의협회장 후보로 나서기도 한 서울시의사회 박명하 회장,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임현택 회장, 박인숙 울산의대 명예교수 겸 전 국회의원이 함께 낭독했다.
박명하 회장은 결의문에서 “의학교육은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영역이고 의사를 양성하는 데는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 이를 감안할 때 교육여건과 시설기반에 대한 선제적 준비와 투자가 없는 상황에서 급진적으로 의사를 2000명을 증원한다면 의료비, 건강보험료 등 각종의 늘어나는 사회적 비용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으로 경고했다.
박 회장은 “정부는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강화를 위해 반드시 의대정원 2000명 증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의사 수가 늘어난다 하더라도 진료여건에 비해 상대적으로 처우가 좋지 않고 비필수의료에 비해서 빈번한 형사소송 등 법적 부담까지 부담해야 하는 필수의료 영역의 특성을 감안할 때 결코 증원으로 늘어난 의사인력이 필수의료와 지역의료로 유입될 것으로 단언할 수 없다”고 했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임현택 회장은 “의사 2000명 증원 추진은 필연적으로 막대한 의료비 증가를 가져오고, 미래 세대 젊은이들의 부담으로 전가될 것이다. 의사 수 증원 없이도 이미 건보 재정은 큰 폭의 적자가 예상되고 있으며, 2028년에는 건보 누적 준비금 23조원이 소진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임 회장은 “정부는 의대증원 추진의 전제조건인 필수의료 정상화를 실현한다는 미명 하에 필수의료정책 패키지를 발표했다. 그러나 정책패키지에는 임상 수련과 연계한 개원면허의 단계적 도입, 의사의 진료 적합성 검증체계 도입, 비급여 혼합진료 금지, 지불제도 개편, 비전문가에 대한 미용의료시술 자격 확대 등 국민의 자유로운 의료선택을 제한하고 의료비용 지출 억제에만 주안점을 둔 잘못된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박인숙 전 국회의원은 무엇보다 의대정원 증원 이슈가 4.10 총선 등 정치일정에 따른 정쟁의 도구로 이용되고 있는 현실에 개탄을 금치 못한다고 했다.
박 전 의원은 “의대정원 증원 문제는 정치와 정쟁의 대상이 아닌 우리나라의 우수한 의료제도와 의료시스템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존망이 걸린 중대 사안임을 정부는 인식해야 한다”라며 “오늘 이 자리에 모인 의사들은 정부의 일방적인 의대정원 2000명 증원과 불합리한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추진을 중단할 것을 정부에 다시 한 번 강력히 촉구한다”고 원점 재논의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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