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임신 10주부터 사람의 모습 완성...낙태 시술이 경제적 이익 수단 돼서는 안 돼”
낙태 시술 기관 지정·낙태 사유에 태아 기형 포함 금지 등 제시
[메디게이트뉴스 윤영채 기자]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이후 후속 입법 과정에서 태아의 생명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8일 자유한국당 박인숙 의원 주최, 성산생명윤리연구소·한국가족보건협회 주관으로 열린 ‘낙태죄 헌재결정에 따른 입법과제 정책토론회’에서는 태아의 생명권을 보호하는 관점의 방안들이 제시됐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4월 11일 형법 제269조1항(자기낙태죄)과 270조1항(동의낙태죄) 관련 헌법소원 심판에서 재판관 4명(헌법불합치), 3명(단순 위헌), 2명(합헌)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로써, 국회는 오는 2020년 12월 31일까지 법을 개정해야 한다. 하지만 여전히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의견과 태아의 생명권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교차하고 있다.
이번 토론회에 참여한 의료계 패널들은 태아의 생명권 보호를 강조하며 낙태 시술 허용 범위를 최소화하고 급여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낙태 시술 기관을 국가가 지정·관리해 의사의 정체성에 혼란을 줘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사회경제적 사유로 인한 낙태를 임신 22주까지 인정한다는 판결, 무리한 주장”
성산생명윤리연구소 총무인 홍순철 고려대 안암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낙태 허용기간은 임신 10주 이내로 제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 교수는 “헌법 재판소는 낙태죄 처벌 조항을 위헌으로 판결하지 않았다. 위헌으로 판결될 경우 모든 임신 기간 주의 낙태가 처벌할 수 없어 사회적 혼란이 올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라고 밝혔다.
홍 교수는 “낙태 허용을 주장하는 그룹은 마치 임신 22주 이내에서는 반대로 자유롭게 낙태해도 된다는 의미로 해석하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임신 22주를 넘지 않는 법 위에서 낙태죄 처벌을 피할 수 있는 기간을 정하라는 요구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의학적으로 인간에 가까운 시기와 낙태수술 후 여성의 건강에 부담을 덜 주는 시기를 구체화했다.
홍 교수는 “의학적으로 임신 4주 3일 이전을 착상전기로, 임신 4주 3일부터 임신 10주까지를 기관 형성기로 분류한다. 임신 10주 이후를 태아기로 분류한다. 즉 임신 10주(마지막 생리일 기준 10주)부터는 태아 장기와 팔, 다리가 모두 형성돼 사람의 모습을 완성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태아는 임신 10주가 되면 입벌리기와 불완전한 손가락 운동 등이 가능하고 14주~16주가 되면 호흡, 28주가 되면 빛 반응을 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차희제 프로라이프 의사회 회장(산부인과 전문의) 또한 사회경제적 사유로 인한 낙태를 임신 22주까지 인정한다는 판결을 무리한 주장이라고 주장했다.
차희제 회장은 “임신 12주까지가 자연유산 위험이 가장 높은 시기이고 이 시기를 지나면 자연유산의 위험은 감소한다”라며 “임신 12주를 지나게 되면 임신 전 기간 중 가장 안전한 시기로 인정된다”라고 말했다.
차 회장은 “헌재 판결문에서 제시한 임신 22주는 매우 안전한 시기다. 이 시기는 아주 특별한 상황이 아니고서는 아기가 엄마 자궁 밖으로 나올 이유가 전혀 없다”라며 “임신 22주는 구조나 기능면에서 이미 엄연한 한 인간이다”라고 언급했다.
그는 사회경제적 사유로 인한 낙태 시술을 임신 10주 이내로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차 회장은 “만약 사회경제적 사유로 인한 낙태를 임신 16주~22주까지 허용하게 된다면 오히려 원치 않는 성별의 감별이나 태아기형 동반여부 등을 확인하기 위한 편법으로 악용될 소지가 많다”라며 “임신 10주 이내로 시기를 조정하는 것이 옳은 결정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낙태 시술 의료보험 급여화 추진 필요”
홍순철 교수는 낙태 시술 급여화를 통해 국가가 여성의 건강권을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시에 임신 유지에 대한 보상 필요성도 강조했다.
홍 교수는 “낙태 수술은 급여화로 여성의 건강권을 국가가 보호하고 의사에게는 임신 산전 진찰비, 분만 관련 수가 증가로 임신 유지에 대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라며 “국가는 낙태 수술 증가를 막아야 하고 낙태가 필요한 여성의 건강권을 보호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홍 교수는 “낙태 시술 자체가 경제적 이익 수단으로 이용돼서는 안 된다”라며 “낙태 수술 급여화를 통해 여성의 건강권을 보호하고 의사에게는 임신 유지 관련 인센티브 제도를 강화해 임신 출산을 장려하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차희제 원장도 낙태 시술이 돈벌이라는 인식을 불식시켜야 낙태가 줄어들 수 있다고 분석했다. 차 원장은 “낙태 수술을 유산 수술과 같이 의료 급여화하면 낙태 시술 비용이 현재 수가의 10분의 1정도로 급감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차 원장은 “의사들도 지금과 같이 낙태를 우선 권하기보다는 낙태 위험과 후유증을 알리는 등 의학적 판단에 의한, 보다 객관적 조언을 해줄 수 있다. 이로 인해 궁극적으로 낙태가 줄어들게 되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차 원장은 “국가기관이 낙태죄를 없애 버렸다면 낙태 수술을 국가가 관리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이고 효율적이다. 또한 정확한 낙태 실태조사가 가능하다는 이점도
있다”라며 “한 편에서는 개인적인 낙태 수술에 국민 혈세가 사용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올해 초 보건복지부, 보건사회연구원에서 발표한 낙태 실태조사에서 연간 낙태건수가 5만건도 안되는 것으로 나타났다”라며 “설령 국민 세금이 투입된다 하더라도 사실상 그 비용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기 때문에 그리 걱정할 바는 아니라고 본다”라고 덧붙였다.
낙태 시술 기관을 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홍순철 교수는 “낙태 수술을 원하지 않는 의사나 기관에 낙태 의료행위를 강요하는 것은 산부인과 의사를 포기하게 하는 결과를 이어질 수 있다”라며 “낙태 기관을 지정해 운영하는 것이 생명을 살리는 것을 본업으로 하는 의사의 자기 정체성에 혼란을 주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차 원장은 “낙태가 법적으로 허용된다면 반드시 대두되는 문제가 양심적인 의사들의 낙태시술 거부에 관한 것이다”라며 “의사는 기본적으로 생명을 살리는 일이 본분이다. 따라서 국가에서 직접 운영하거나 국가가 지정하는 낙태 시술소의 설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외에 △낙태 사유에 태아 기형 포함 금지 △낙태 시술 전 숙려기간·상담제도 필요 △경제적 사유 용어의 법안 명시 금지 △태아 심박동법 반영 등이 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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