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배워서 심장에 칼 못댄다"…흉부외과 등 기피과 문제 해결 위해 '지역의사제' 도움 안돼
[2020국감]흉부외과학회 김웅한 이사장 "중요한 것은 의사 양성 아닌 배분…이대로 가면 기피과 멸종한다"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흉부외과 등 일부 기피과 문제 개선을 위해 지역의사제 같은 정부 정책이 큰 실효가 없을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인력양성보다 배분이 중요하다는 게 주장의 골자다.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 김웅한 이사장은 2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 같이 밝혔다.
국회 복지위 소속 신현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이날 국감에 증인으로 참석한 김웅한 이사장에게 " 흉부외과 등 기피가 지원이 이뤄지지 않는 문제가 심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신 의원에 따르면 최근 4년 동안 전공의 정원을 지원율은 ▲흉부외과61.3% ▲비뇨의학과65.5% ▲외과90% ▲산부인과90.8%였다.
신 의원은 "정부에서 기피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의사제도를 도입하려고 하는데 어떻게 보느냐"고 질의했고 김 이사장은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인력 양성의 문제이기 보다 배분의 문제라는 것이다.
김웅한 이사장은 "나 같은 경우 심장수술을 하는데 잘못하면 바로 환자가 죽는다. 지역의사가 길러지는 10년 가지고는 심장에 손도 대지 못한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의료 눈높이도 높다"며 "이를 맞추기 위해선 단순히 의사 수를 늘리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적정한 의사를 얼마나 잘 배분하는 지가 더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현 의료시스템 상으로 의료계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워낙 눈도 다 높아서 조금만 실수가 발생하면 소송이 벌어지고 나도 현재 소송 중인 사건이 있다"며 "기피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회와 복지부가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흉부외과 중에서도 기피과가 존재한다. 전국에 선천적 어린이 심장 수술이 가능한 의사는 20명 밖에 없다"며 "이 상태로 가면 전문의가 멸종하게 된다. 수술하러 외국에 가는 날이 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박능후 장관은 "지역의사제는 1차 진료체계 개선에 목적이 있다. 이 때문에 별개의 투트랙으로 공공의대나 인센티브 등이 고려되고 있는 것이다"라며 "흉부외과 상대가치점수도 100% 인상이 되는 등 수가도 어느정도 개선됐지만 충분치 않을 수 있다. 필수 분야 전공의 확충을 위해 더 고민하겠다"고 답했다.
반면 여당 의원들은 지역의사제 혹은 공공의대 신설 등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밝혔다.
국회 보건복지위 허종식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섬이나 취약지에 사는 사람은 국민도 아닌가"라고 반문하며 "반드시 공공의료는 강화돼야 하고 국민들의 61.4%도 이에 찬성하고 있다. 복지부는 반드시 약속을 지켜달라"고 말했다.
박능후 장관은 "의사 숫자가 부족한지에 대한 질의는 사는 곳에 따라 관점이 다른 것 같다"며 "그러나 취약지나 섬 등은 의사의 절대 수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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