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3.08.10 07:11최종 업데이트 23.08.10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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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혁신 가치 반영·보건안보 강화한 '약가제도 개선안' 나온다"

산업계·학계 한목소리로 "이대론 신약개발 중단" 지적에 보건복지부 약가제도 개선 약속

[메디게이트뉴스 서민지 기자] 국산 신약을 사장시키고 해외 원료약을 수입할 수밖에 없는 약가제도 속에서는 국내 제약산업이 붕괴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경고가 잇따랐다.

보건복지부 오창현 보험약제과장은 9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최재형 의원이 공동주관한 제약바이오 글로벌 중심국가 도약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이 같은 위기의식에 공감하면서, 내달 신약의 혁신가치를 반영하면서 보건안보를 강화할 수 있는 '약가제도 개선안'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주제발표를 통해 박관우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가 신약의 합리적인 약가제도 개선 방안을,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장이 원료의약품 국내외 동향과 발전방향을 제시했다.

국산신약들 자진 철수 잇따라 "낮은 약가와 시장성 때문"
 
사진 = 김앤장 박관우 변호사.

먼저 박관우 변호사는 "지난 1999년 위암치료제 선플라주가 국산신약 1호를 시작으로 지난해 엔블로정이 36호로 허가를 받았다 문제는 절반 가량의 국산신약이 품목허가 취하 또는 급여삭제로 시장에서 철수를 단행했다는 점"이라며 "이는 낮은 약가와 이에 따른 낮은 시장성 때문"이라고 밝혔다.

박 변호사는 "선별등재제도 도입 후 위험분담제도, 경제성평가 면제 등 중증질환, 희귀질환을 중심으로 보장성 강화 노력이 이어져온 반면, 만성질환, 비희귀질환에 대한 보장성 강화 노력은 의문이다. 제약바이오산업측면에서의 제도 마련도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국내 개발이 많이 이뤄지는 만성질환의 경우 신약등재에 있어 더욱 불리한 실정이다. 경제성평가에서 시장에서 가장 많이 사용된 것을 비교약제로 잡고 아웃컴지표가 수명·삶의 질로 환산시 결과값 도출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ICER임계값이 극히 낮은 수준에서 적용돼 베스트인클래스(계열내최고)에 속해도 가중 평균가 이하로 등재된다.

실제 대부분 만성질환치료제는 가중평균가의 90% 수준으로 등재되며, 약가 재평가 등 약가인하 정책까지 적용되면서 제약기업들의 성장률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국산신약이 지속적으로 수익을 창출해 연구개발 투자와 신약 개발로 선순환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적정약가가 보장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자료 = 만성질환치료제는 대부분 가중평균가 90% 이하를 받을 수밖에 없는 현행 신약등재 제도(박관우 변호사 발표자료 발췌).

박 변호사는 "결국 국내 제약사들은 낮은 약가로 인해 국내 선등재를 포기하고 해외 선발매나 기술수출을 추진하게 된다"면서 "또한 낮은 약가로 등재돼 외국에서 참조하는 리스크로 추가 연구와 투자 동력을 유인하지 못하며, 약가인하중심의 약가 사후관리제도에 따라 R&D 등 신약등재 동력도 저하돼 궁극적으로 제약바이오산업 진흥이 어려워진다"고 밝혔다.

따라서 "연구개발 투자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도 중요하나, 건보와 의료 체계 고려할 때 적정 약가를 통한 수익 창출, 이를 통한 R&D 투자 확대라는 선순환 구조 만들어야 한다"면서 "신약약가 우대방안은 수용 가능한 재정영향, 통상규정 합치, 약가정책과의 정합성 등을 고려해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우대방안으로는 적정가치 보상을 위한 다양한 가산제도 도입과 환급계약 제도 확장, 세제혜택·R&D 지원 등 간접지원 강화를 제시했다.

토론자로 나선 중앙대 오경택 교수도 "국내에서 3상까지 가면 돈도 많이 들고 제대로 약가도 받지 못하기 때문에 기술수출을 하거나 외국에서 3상을 하고 먼저 출시한다"면서 "지금의 약가제도는 R&D 의지를 꺾는 것이 가장 문제다. 특히 국가 지원을 받은 약들도 해외로 가거나 개발을 포기하는 사례가 많은데, 약가 우대정책을 마련하면 회사도 성공하고 국가 투자분을 회수할 수 있다. 국부유출 방지 차원에서라도 제도 개선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원료 직접 생산시 약가 우대 정책 '부활'시켜야 

낮은 약가는 신약개발 의지를 꺾을 뿐 아니라 원료의약품 생산까지 막아 국가 보건안보에 위협으로 이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장은 일괄약가인하 제도 도입 이후 국내 제약기업들이 원료의약품을 중국, 인도 등에서 수입할 수밖에 없게 된 문제를 지적하면서, 국내 원료약 생산을 육성, 확대하려면 완제약과 연동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원장은 "원료의약품의 중국, 인도 등 해외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 이는 2019년에는 16.2%에 불과했고 현재도 20%대 초반에 그친다"면서 "국산원료 대비 수입원료의약품 사용 비율이 9:1에 달하며, 전량을 수입하는 기업도 8.7%"라며 "이미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대다수 기업들이 원료약 수급에 문제를 겪은 경험이 있는만큼, 국가보건안보, 국민건강 안전망 확보 차원에서 자급률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자급률 확대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원료약에 대한 약가우대 정책이 1순위라고 밝혔다. 정 원장은 "현재 원료약에 대해 1년정도 약가우대를 하고 있는데, 이마저도 자사 원료에 대해서만 이뤄지고 있다. 국내에서 생산된 원료약을 쓰는 경우로 우대 범위를 넓히고, 완제약과 연동하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현재 희귀의약품, 필수의약품에대한 조세특례 방안이 있으나, 지원대상과 범위 등 하위법령 부재로 인해 실질적인 지원은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정 원장은 희귀질환관리법 하위법령 구체화와 지원방안 마련을 촉구했다.

이외에도 친환경 원료의약품 개발 지원과 안정적인 공급을 위한 글로벌 다자협정 체결 등의 필요성을 부연했다.

실제 원료약 기업인 이니스트에스티 대표이자 제약바이오협회 한쌍수 원료의약품전문위원장도 "자급률이 저하된 것은 2012년 약가일괄인하제도가 트리거가 됐고, 이를 기점으로 완제약 손실 보전을 위해 저가 원료를 사용했다"면서 "정책 지원과 보조만으로 살 수 없다. 기업이 스스로 지속성장을 하는 생태계 조성을 위해 약가지원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노연홍 제약바이오협회장 역시 "약가가 낮아 외국산 원료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국내 개발 신약들이 혁신성을 인정받지 못하면서 R&D 투자 동력을 잃고 제약 국가경쟁력도 낮아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적정 약가 산정을 통해 이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복지부 "내달 약가지원 개선안 나온다 …오늘 제안사안도 검토"
 
사진 = 약가 관련 국회 정책토론회에서 보건복지부 오창현 과장(가장 왼쪽)을 비롯 토론자, 발제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보건복지부 오창현 과장은 "오늘 발제자, 토론자 의견 뿐 아니라 이미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완제품, 원료약 수급에 문제가 있어 보건안보 중요성에 대해 자각했다"면서 "글로벌 감염병 위기에 대비해 제약산업을 공고히 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돼 있고, 이번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신약에 대한 적정보상도 약속했다"고 말했다.

오 과장은 "이를 위해 현재 약가제도 개선을 추진 중이며, 개선에 앞서 제약업계, 협회 등과 논의하는 자리도 이어갔다. 오는 9월 개정안 초안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약가제도 개선안에는 혁신신약의 가치를 반영하기 위해 혁신성 인정해주는 방향으로 경제성평가를 개편하고, 등재절차와 사후관리제도도 개선할 예정이다. 

혁신성은 무엇보다도 임상적 우월성이 우선 지표며, 혁신형 제약기업여부와 신속심사 약제여부, 국내 R&D 및 임상시험 시행 여부 등을 '혁신성'이라는 카테고리로 담아낼 계획이다.

오 과장은 "이와 관련한 재정 영향 분석 등을 거쳐 다음달에는 어느 정도 정리된 내용을 공개할 수 있을 듯하다"면서 "이와 함께 보건안보 측면에서 필수약, 원료약에 대한 자국 내 지원 필요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데, 개선안에도 혁신 가치 인정 뿐 아니라 국가 필수약 안정 공급 등 보건안보를 강화하는 내용도 포함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그간 일각에서 다국적 제약사 의약품의 약가만 우대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는데, 이는 중증, 희귀질환 중심의 보장성 강화 정책과 임상적 유용성을 바탕으로 한 선별등재 방식에서 비롯된 오해라고 해명했다.

오 과장은 "약가제도 개선과 함께 글로벌 경쟁력을 위해서 해외 진출 예정인 차별적, 우수한 약제에 대해서는 약가를 우대하는 정책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면서 "모든 제약사가 수용하기는 어렵겠지만, 재정 크게 영향 미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약가제도를 단계적, 순차적으로 개선해나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서민지 기자 (mjse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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