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4.01.19 15:33최종 업데이트 24.01.19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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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침∙열만 나도 빅5 병원 달려가는 환자들…비만한 의료부터 고쳐야"

고대의대 박종훈 교수 "의대증원은 문제 원인 잘못 진단해 나온 대책…대통령실 보건의료수석 신설해 의료 리셋해야"

고대의대 정형외과 박종훈 교수.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을 리셋한 후에 의료 수요를 재평가해서 의사 수를 늘리든지 줄이든지 해야 한다. 비만해질대로 비만해진 의료 체계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인력을 산정하고 의대정원을 늘리겠다는 건 잘못됐다.”
 
고대안암병원장을 지낸 고대의대 정형외과 박종훈 교수는 19일 서울 중구 한반도선진화재단 대회의실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현재 우리 의료 시스템은 의료전달체계가 완전히 붕괴됐고, 과잉진료가 만연해 있는 상태”라며 이같이 말했다.
 
박 교수는 의대정원 증원이 국가의 발전을 위해 필요한 것이라면 찬성할 것이라면서도 지금 정치권이 추진하는 의대정원 확대는 문제에 대한 진단을 잘못해서 내린 오답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의대증원 찬성측에서 꾸준히 언급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인구 1000명당 의사수 데이터는 의사를 더 늘려야 한다는 절대적 기준이 될 수 없다고 했다. 병상수나 외래이용 횟수 등의 데이터는 오히려 우리나라의 의료접근성과 이용량이 다른 나라들에 비해 월등히 높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OECD 데이터에사 의사수만 갖고 얘기를 하지만, 우리나라 병상수는 OECD 평균의 3배고 외래방문 횟수는 6~7배”라며 “실제 OECD 평균보다 의사가 많은 영국, 캐나다 등의 경우 환자가 전문의를 만나려고 하면 수주를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이어 “OECD의 의사수 데이터는 각 나라의 의료문화와 의료서비스 시스템에 따라서 비교해야 의미가 있는 것이지 절대적인 가치가 있는 게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타 국가 대비 의료접근성 높아…수도권 대형병원 쏠리는 현상부터 바로 잡아야
 
이에 박 교수는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환자들이 쏠리는 우리나라의 ‘의료 문화’와 ‘과잉진료’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지방에도 역사가 오래된 명문의대들이 수두룩하다”며 “그런데도 2000년도 건강보험통합으로 자기가 사는 권역을 벗어나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되고, 때마침 고속철도까지 깔리면서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조금만 아파도 수도권으로 달려가는 이상한 문화가 형성됐다”고 했다.
 
이어 “정치인도 목숨을 담보로 전국 최고의 부산대병원 중증외상센터를 두고 서울대병원으로 가는 마당이고, 국민들도 열이나 기침만 나도 삼성의료원, 아산병원을 찾는다”며 “이렇게 의료전달체계가 완전히 붕괴된 상황을 유지하기 위해선 의사 수가 부족하다며 의대정원을 늘리자고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과연 그렇게 늘어난 의사들이 지방 병원에서 근무를 할지, 늘어난 지방 의사들을 믿고 환자들이 ‘수도권 안 가도 되겠네’라고 할지 의문”이라며 “현재의 문제는 왜곡된 의료문화와 정책의 실패가 원인이지 의사수 부족에서 기인한 게 결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의대증원 건강보험 재정 위기 초래…대통령실 보건의료수석 신설 필요
 
박 교수는 의대정원 증원은 당초 노렸던 지역∙필수의료 의사 수 증가 효과는 미미한 대신 의료비 증가에 따른 건강보험 재정 파탄 위기를 불러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학병원들에 만연한 과잉진료 문제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그는 “의사가 늘어나면 그만큼 의료비는 증가할 게 불을 보듯 뻔하다”며 “2028년이 되면 건보재정 누적 적립금이 다 고갈될텐데, 연금보다도 건강보험이 훨씬 빠른 속도로 문제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과잉진료와 관련해선 “병원장을 하던 시절이 운 좋게도 단군 이래 대학병원들이 가장 많은 돈을 벌던 시기였지만 개인적으로는 너무 두려웠다. 그런 수익들이 사실은 과잉 진료를 베이스로 하고 있었기 때문”이라며 개선 필요성을 주장했다.
 
박 교수는 끝으로 정부가 의대정원 확대라는 오답을 내게 된 원인이 의료 분야에 대한 정치인과 정부의 이해 부족이라며 대통령실에 보건의료를 담당할 별도 수석 자리를 신설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도대체 우리 정부가 지향하는 의료 발전의 방향은 뭔지를 모르겠다. 의료정책을 심도있게 볼 수 있는 별도의 조직이 필요하다”며 “대통령실에도 보건의료수석을 두고 지난 수십년간 혼란을 거듭하고 있는 의료문제를 리셋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민식 기자 (mspark@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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