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직 근무중인 전공의가 응급 상황에서 연락이 두절됐다면?
이모 씨는 만성폐쇄성질환, 심장중격결손증, 심방세동 등의 기저질환이 있었고, 2013년 5월 25일 기침, 가래, 인후통 등의 폐렴 증세로 E대학병원 응급의료센터에 내원해 항생제 투여 등의 조치를 받은 후 입원 치료를 받았다.
의료진은 29일 심장초음파 검사 결과 심장중격결손, 삼방세동, 경도의 폐동맥고혈압, 중증 좌심방비대 소견을 관찰했다.
특히 의료진은 환자에게 심방중격결손 치료 필요성을 설명하고, 폐렴 증세가 완치되면 심장내과에서 이를 치료하도록 했다.
이씨는 31일 폐렴 증세가 호전됐고, 활력증후도 안정되자 다음날 퇴원하라는 설명을 들었다.
그런데 퇴원 예정일이던 6월 1일 오전 5시경부터 호흡곤란과 오른쪽 옆구리 통증을 호소하기 시작했고, 간호사는 야간당직의사인 전공의 임모씨에게 연락했지만 전화를 받지 않았다.
임씨는 5시 15~20분경 간호사 전화 연락을 받고, 요로결석 및 급성신우신염이 의심된다며 관련 검사를 하라고 지시했지만 병실을 방문해 진찰하지는 않았다.
간호사는 환자의 호흡곤란 증세가 지속되자 5시 30분 경 다시 임씨에게 연락했지만 전화를 받지 않았고, 주치의 박모씨 역시 연락이 되지 않았다.
간호사는 5시 40~50분 사이 수차례 임씨에게 연락했지만 전화를 받지 않자 선임 전공의 김모씨에게 연락을 취했다.
김씨는 6시 경 환자를 최초로 관찰한 후 산소마스크를 통해 산소를 공급하고, 혈액배액검사를 지시했다.
환자는 6시 40분 경 전신적 불편감을 호소했다.
주치의인 박모씨는 6시 30분경 출근했는데, 간호사로부터 환자가 흉통과 오른쪽 옆구리 통증이 있었고, 산소포화도가 떨어지고 있다는 연락을 받고 병실로 와 폐색전증과 심근경색을 의심하고, 심전도검사 등을 지시했다.
주치의는 검사결과 기존 기저질환인 심방세동, 심실반응이 관찰되자 심장내과 당직교수에게 연락해 치료방법을 상의한 후 맥박조절을 위해 부정맥 치료제를 투여했다.
이어 7시 25분경 청색증이 관찰되자 환자를 중환자실로 옮기고, 7분 뒤 산소포화도가 77%로 급격히 저하되자 기관 내 삽관을 했지만 심정지가 발생, 1시간여 동안 심폐소생술을 했지만 끝내 사망했다.
그러자 유족들은 "당직의사 임씨는 간호사의 전화연락을 받고 검사만 지시했을 뿐 직접 진찰하지 않았고, 그 후 다시 연락이 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환자가 사망할 때까지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며 E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고 나섰다.
서울중앙지방법원도 임씨의 과실을 인정했다.
법원은 최근 판결을 통해 "임씨는 환자가 호흡곤란과 통증 등을 호소하기 시작할 때부터 사망할 때까지 무려 2시간 이상 자리를 비웠고, 심지어 전화 연락조차 되지 않았다”면서 "이는 그 자체만으로도 의사의 주의의무를 현저히 위반한 것"이라고 단언했다.
또 법원은 "임씨는 직접 환자를 진찰하지도 않은 채 간호사로부터 전해들은 증상만을 기초로 요로결석과 급성신우신염을 의심하고 그에 대한 검사만 지시했을 뿐 환자의 호흡곤란 증세에 대해서는 어떠한 검사나 조치도 취하지 않아 이 점 역시 의사의 주의의무를 현저히 위반한 오진과실로 평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와 같은 의료진의 과실과 환자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며 유족의 손해배상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비록 당직의사가 연락두절되긴 했지만 환자의 폐색전증이 급격히 발현된 오전 6시 30분 경에는 주치의가 출근해 이씨를 치료하고 있었다는 점을 첫번째 이유로 제시했다.
이와 함께 사망원인으로 추정되는 급성 대량폐색전증의 경우 사망률이 상당히 높아 당직의사의 과실과 환자의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는 다소 부족하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다만 재판부는 "유족들은 환자가 적절한 치료를 받을 기회를 상실한 것에 대한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고 할 것"이라면서 E병원에 대해 위자료 2천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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