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6.01.23 11:24최종 업데이트 26.01.23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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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1000명 확보하면 연 2억 보장한다는 주치의제, '총액계약제'로 이행하기 위한 정교한 미끼

[칼럼] 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장·전라북도의사회 부회장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최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지역사회 일차의료 혁신 시범사업’과 ‘일차의료 기능강화 통합수가’를 두고 개원가의 계산기가 분주하게 돌아가고 있다.

등록 환자 1000명을 확보하면 연간 약 2억 원 초반대의 매출이 보장되고, 별도의 검사 수익까지 챙길 수 있다는 수치는 경영난에 허덕이는 1~2인 의원들에게 매력적인 ‘당근’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 달콤한 숫자의 이면에는 대한민국 의료의 근간인 행위별 수가제를 무너뜨리고, 의사들을 국가 시스템의 부품으로 편입시키려는 정교한 ‘사회주의 의료’의 덫이 놓여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통합수가'라는 이름의 변형된 인두제
 
정부는 ‘혁신’이라는 수식어를 붙였지만, 본질적으로 이번 시범사업은 진료 횟수가 아닌 환자 관리 책임에 비용을 지불하는 ‘가치 기반 지불제도’를 표방한다.
 
이는 의사가 환자를 많이 볼수록 수익이 나는 구조를 차단하고, 정해진 예산 안에서 환자를 관리하도록 강제하는 ‘인두제’의 변형이다. 의료계가 그토록 경계해온 ‘총액계약제’로 가기 위한 가장 확실한 징검다리가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된다.
 
정부는 문재인 케어 때와 마찬가지로 초기에는 막대한 재정을 투입해 의료계를 안심시키지만, 제도가 안착된 이후에는 ‘재정 지속 가능성’을 명분으로 수가를 삭감하거나 총액을 제한해왔다.
 
일단 이 시스템에 발을 들이는 순간, 의사들은 행위별 수가제라는 최후의 보루를 스스로 내던지고 국가가 정한 총액 안에서 서로의 파이를 나눠 가져야 하는 ‘사회주의적 배급제’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
 
전문가에서 행정 관리자로의 전락
 
사회주의 의료의 핵심은 ‘통제’와 ‘규제’다. 이번 시범사업 하에서 의사는 더 이상 환자에게 최선의 진료를 결정하는 독립적 전문가가 아니다. 정부가 설정한 성과 지표(혈압·혈당 조절률 등)에 따라 평가받고, 그 결과에 따라 보상금이 20%까지 좌우되는 ‘성과급제 공무원’과 다를 바 없는 처지가 된다.
 
특히 ‘묶음 수가’ 체제는 복잡한 합병증이나 고난도 처치가 필요한 환자가 발생했을 때 그 경제적 위험을 고스란히 의료기관이 떠안게 만든다. 결국 의사들은 재정적 압박 때문에 환자에게 필요한 추가 진료를 스스로 억제하게 될 것이며, 이는 의료의 질 저하와 환자와의 갈등으로 이어질 것이 자명하다.
 
특히 정부는 거점 지원기관(종합병원)을 통해 소규모 의원을 지원하겠다고 하지만, 이는 개원가를 대형병원이나 공공 지원센터의 하위 구조로 편입시키려는 수직 계열화의 시도다. 의원급 의료기관이 독자적인 경영 주체로서의 위상을 잃고 시스템의 말단 조직으로 전락하는 순간 개원가의 자율성은 영원히 사라진다.

 환자 유인의 부재와 시스템의 왜곡

더욱이 환자들에게 강력한 유인책이 없는 상황에서 이 제도가 강행된다면, 결국 ‘주치의 의뢰서’ 없이는 상급 병원 이용을 제한하는 강제적인 문지기(Gate-keeper) 제도가 도입될 것이다. 이는 환자의 선택권을 억압하고 의사를 국가의 통제 도구로 사용하는 사회주의 의료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환자의 선택권을 제한하고 주치의의 의뢰서 없이는 타 기관 이용을 어렵게 만드는 '문지기(Gate-keeper)' 기능이 강화될 경우, 이는 환자와 의사 간의 신뢰 관계를 무너뜨리고 의료 이용의 국가 통제를 심화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영국이나 캐나다 사례에서 보듯, 인두제 기반의 주치의제는 대기 시간 연장과 서비스 질 저하라는 구조적 한계를 지니고 있으며, 이를 한국에 이식하는 것은 민간 중심의 역동적인 의료 환경을 파괴하는 선택이 될 수 있다.

결론: 미끼를 무는 순간 비상구는 닫힌다
 

정부가 제안한 ‘1000명 등록 시 2억 원 매출’은 의사들을 시스템 안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치밀한 설계다. 그러나 이 미끼를 무는 순간 대한민국 의사들은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국가가 모든 가격과 행위를 통제하는 사회주의 의료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눈앞의 당근은 잠시 달콤할지 모르나, 그 끝은 의사의 전문성 박탈과 경영 자율성의 완전한 소멸이다. 의료계는 시범사업의 장밋빛 수치에 현혹될 것이 아니라, 이것이 불러올 ‘거대한 종속’의 위협을 직시하고 원점에서부터 이 거대한 사기극을 거부해야 한다. 한 번 닫힌 자유 의료의 비상구는 다시는 열리지 않기 때문이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메디게이트뉴스 (news@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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