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진료 법제화, 본격 드라이브 걸리나…'초재진 기준' · '면책조항' 등 일부 조정 가능성
야당 중심으로 초진·재진 기준 불명확 우려…면책 조항에 '의사 지시 불이행'포함 주장도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비대면진료 법제화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시범사업안과 유사한 형태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세부적인 초·재진 기준이나 의사 면책조항 등은 일부 조정이 이뤄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비대면진료 초·재진 기준 불명확…만성질환 초진 기준 1년→6개월 가능성도
5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현재 정부의 비대면진료 법제화 원칙은 ▲대면진료 보조 ▲재진환자·1차의료기관 중심 ▲비대면 전담 의료기관 금지 ▲플랫폼 규제(신고제 등) 등이다.
지난달 2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제1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복지부 비대면진료 법제화안에 대해 여야 의원들은 대체로 공감대를 이뤘지만 일부 초·재진 기준이나 면책조항 등에선 이견을 보이기도 했다.
당시 제1법안소위 회의록을 살펴보면,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은 비대면진료 초진과 재진 기준이 불명확하다고 지적했다.
신 의원은 "보통 3개월을 초진 기준으로 하고 그 이후에 오는 경우에 또 초진으로 간주한다. 만성질환은 이 기준이 1년이다. 그런데 현재 비대면진료에선 초진과 재진의 기준이 명확하지가 않았고 이로 인해 현장에서 혼선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금 시범사업을 하면서도 초진인지 재진인지 확인이 어렵고 비대면진료를 신청했다가 취소하는 경우도 많다고 들었다. 이런 혼란을 해소하기 위해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질의했다.
복지부 박민수 2차관은 "지금 제도 초기다 보니 그런 혼란이 있는 것 같다. 다만 익숙하지 않아서 생기는 일"이라며 "만성질환은 초진 기준이 1년인데 대한의사협회와 논의하면서 이를 6개월로 줄이자는 의견도 있다. 실무적으로 협의 중에 있고 충분히 수용이 가능한 부분"이라고 답변했다.
신 의원은 다시"초진은 거동불능자나 의료취약자 등 어쩔 수 없는 그런 예외적 허용도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추후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국회에서 충분히 논의해 기준 정립이 필요하다"고 지적했고 박 2차관은 "조문 정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감기 같은 경증환자도 모두 비대면?…의료인 책임소재 조항도 구체화돼야
재진환자 기준이 너무 포괄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더불어민주당 서영석 의원은 "비대면진료가 1회 이상 대면진료한 경우에 한해 허용되는데 그럼 모든 재진환자, 모든 질환을 다 포괄하는 것인가. 그럼 감기 환자도 포함된다"며 "이런 것까지 모두 포함되면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정의당 강은미 의원도 "보통 감기 특성상 일주일 이상 지속되면 다른 합병증도 의심하고 직접 진료를 해야 한다. 그러나 한 달 넘게 이를 하나의 질병으로 보고 비대면진료를 하는 것은 빈틈이 많아 보인다"고 비판했다.
이에 박 2차관은 "예를 들어 감기는 6일, 다른 질병은 15일, 이렇게 질병별로 다 규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30일로 일률적으로 정하고 만성질환은 지속되는 질병이니 시간을 더 길게 둔 것"이라며 "다만 그 기간 안에라도 의료인이 비대면이 어렵다고 판단하면 대면 요청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최종 판단은 의료인에게 부여하려고 하고 있다"고 답했다.
의료인 책임소재에 대한 지적도 제기됐다. 신현영 의원은 '의사의 문진에, 환자가 고의·중과실로 진료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경우'를 책임 예외조항으로 명시한 내용을 지적했다.
신 의원은 "해당 문구가 잘 이해되지 않는다. 비문인 것 같다"며 "문장을 이렇게 해놓으면 나중에 문제가 생겨 소송을 하거나 다툼이 발생했을 때 환자가 고의성이 있는지, 중과실이 있는지를 입증해야 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상황이 더 애매해지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
추가적으로 신현영 의원은 책임 면책조항에 '환자의 의사 지시 불이행' 조항도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단 위한 '검사 안내' 수준 초진은 비대면진료 가능할지도?
의료계는 비대면진료 초·재진 기준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재진 위주의 제도화 방향엔 대다수 공감하고 있는 분위기지만 비대면진료 제도 실효성 부분에서 이견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의사회 원격의료연구회 김성근 회장(여의도성모병원 위장관외과 교수)은 "재진 위주 방향에 공감한다. 다만 초진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추가적인 논의는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병원에 처음 내원했을 때 곧바로 진단을 받고 치료를 시작하는 환자 보다 검사부터 진행하고 진단을 받는 환자가 더 많고 이런 경우 첫 진료는 실질적으로 상담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즉 초진이 검사를 위한 간단한 상담 정도에 그친다면, 이를 개원가 비대면진료에 적용할 수 있다는 게 김 회장의 견해다.
김성근 회장은 "미리 검사 예약을 잡아준다거나 하는 정도 초진은 비대면진료로 확장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의학한림원 원격의료연구특별위원회 윤건호 위원장(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은 "비대면 초진진료를 굳이 서두를 필요가 있나. 의학적 관점에서 근거가 명확히 마련되지 않은 현 시점에선 되도록 초진은 비대면진료를 시행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일단 현 시범사업 안으로 법안을 만들어 놓고 시행하면서 조금씩 확대해 나가는 방안이 가장 적합하다"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우봉식 소장도 "비대면 진료는 환자의 안전성을 담보하는 범위 내에서 이뤄져야 하고 비대면 진료에 있어서 초진 불가, 재진 환자 위주는 반드시 지켜져야 하는 우선적인 원칙이다. 따라서 비대면 진료 제도화 과정에서 이 원칙은 절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산업계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원격의료학회 강성지 정책기술분과위원장은 "현행 시범사업 틀에서 법제화 과정이 많이 달라지는 것이 없는 듯하다. 이는 산업계가 많이 힘들어지는 구조"라며 "필요한 부분도 있지만 기술적인 부분이 완전히 죽지 않도록 보전할 수 있는 환경도 만들어줄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윤건호 위원장은 "비대면진료 플랫폼 업체 입장에서도 살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줘야 한다. 비대면진료 수가에서 5% 정도를 플랫폼 업체가 가져가거나, 건보재정이 문제가 되면 정부에서 따로 자금을 마련해 플랫폼 업체도 상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 또한 정부는 법제화 이후에도 꾸준히 모니터링과 연구를 병행해 비대면진료 근거를 마련하는 데 힘써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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