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3.06.30 07:29최종 업데이트 23.06.30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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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정원 문제 맞붙은 학계…"중환자에게 현상 유지만 하는 꼴" vs "공포마케팅으로 선동"

"대형병원 수도권 집중·진료체계 왜곡 등 근본 문제 해결이 우선"…"의료 실패 책임 의료계엔 없나"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박종훈 교수.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의대정원 증원 문제에 대해 학계 내 찬반 주장이 맞붙었다. 

고려대 의과대학 박종훈 교수와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이병태 교수는 29일 오후 '의대정원 증원 과연 합리적인 결정인가' 토론회에서 의대정원 확대 정책에 대해  엇갈린 목소리를 냈다. 

우선 박종훈 교수는 "현재 의료시스템의 문제점을 방치한 채, 필요 의료 인력을 논한다는 것은 중병에 걸린 환자에게 근본적인 치료가 아닌 현상 유지에 필요한 치료만 하는 것과 같다"는 입장을 폈다. 

박 교수가 지적한 국내 의료체계의 문제는 ▲의료인력의 수도권 집중화 ▲필수의료 소외 ▲왜곡된 진료체계 등을 꼽았다. 

그는 "예전엔 대학병원이라고 해도 대학부속병원이라는 이름이 붙었는데 아산과 삼성을 중심으로 기업마인드가 들어오면서 부속병원 이름이 빠졌다"며 "전문적인 의료경영자가 붙고 5개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의료자원과 환자들을 싹쓸이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현재 대형병원들을 중심으로 수도권에만 5000병상이 더 늘어날 계획이다. 이 분원이 다 완성될 경우 지방은 초토화된다"며 "의료생태계도 완전히 붕괴됐다. 1차와 3차만 존재하는 붕괴된 의료전달체계에서 의사를 100명 늘려도 1~2명만 지역·필수의료에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고질적인 저수가가 유지되고 있는 상태에서 이를 충당하기 위한 비급여와 과잉진료만 늘어나다 보니 의료왜곡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다는 게 박 교수의 견해다. 

그는 "우리나라 외래 이용 빈도는 유럽 국가의 6배고 재원기간은 세계적인 평균의 3배지만 환자는 계속 죽어나간다. 이런 왜곡된 형태를 그대로 두고 지방과 필수의료 의사가 부족하니 의사 수를 늘리자고 한다면 더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지금은 지속가능한 의료 시스템의 계획을 다시 세워야할 때다. 이대로 가면 건강보험 재정이 파탄된다"고 말했다. 

또한 박 교수는 "의료 모델을 새로 구축하고 그런 뒤에도 의사가 부족하다는 판단이 선다면 그때 의대정원을 늘려도 된다"며 "이런 문제를 다 덮어놓고 도깨비 방망이처럼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처럼 의대증원만 주장해선 안 된다. 현재 의사 수 문제는 자신의 지역구에 의대를 유치하려는 정치인들과 정치적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문제"라고 비판했다.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이병태 교수.


반면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이병태 교수는 의료 시스템의 실패에 의료계의 책임도 있다고 반박했다. 

이 교수는 "한국 의료 서비스 산업의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자영업 구조를 깨는 데에서 출발해야 한다. 사업의 실패 위험에 노출된 자영업자들이 의료계 전체의 의견인 것 처럼 대표되면서 소비자의 선택과 자유를 확대하고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개혁이 모조리 거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비대면진료 거부, 대형병원 설립 저지, 영리법인화의 저지, 의대정원 확대 반대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라며 "어떤 이해집단도 경쟁에 대한 비토 권한을 가지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병태 교수는 "의료계는 외국 의료 시장의 가짜뉴스로 선전 책동과 공포 마케팅을 시전하고 있다"며 "의료의 개혁과 문제해결은 의료계만이 해결할 수 있다. 의료계가 자영업자의 이해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의료 전문성에 대한 도덕적 기반도 와해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경대 기자 (kdha@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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