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2013년 11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유전자 정보 분석 기업 23앤드미(23andMe)의 유전자 검사 장비 판매 중지 명령을 내리면서 미국 내 소비자 직접 의뢰(direct to consumer, DTC) 유전자 검사 시장은 꽁꽁 얼어붙었다.
하지만 2015년 미국 정부가 정밀의료계획(Precision Medicine Initiative)을 발표하면서 서서히 물꼬가 트이기 시작했다. FDA는 약 4년 만인 2017년 4월 10개 질환에 대한 유전자 검사를 승인한데 이어 같은해 11월 질병 위험도 유전자 검사(GHR)에 대해 사전 승인(Pre-Cert) 제도안을 발표하며 본격적으로 규제 빗장을 열었다. [관련기사=유전자 검사 시장의 새로운 문을 열었다]
올해는 암과 약물 유전학 관련 DTC 검사를 새롭게 승인하면서 유전자검사 사용 가능 범위를 더욱 확대했다. 미국에서는 2018년 어떤 DTC 검사가 승인을 받았고, FDA는 어떤 입장을 취하고 있는지 알아봤다.
DTC 검사 5개 카테고리로 구분…사전검토 대상은 2개 카테고리
FDA는 DTC 검사를 ▲보인자 스크리닝 검사 ▲질병 위험도 유전자 검사 ▲약물 유전학 검사 ▲암 소인 검사 ▲저위험 일반 웰니스 검사 ▲조상검사 다섯 가지로 구분해 규제하고 있다.
보인자 검사는 건강한 사람이 잠재적인 미래의 자녀에게 유전될 수 있는 유전적 변이를 가지고 있는지 결정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 질병이나 증상이 발생하기 위해 비정상적인 유전자 변이 복제가 2개 있어야 하는 경우에 해당한다.
보인자 검사는 FDA의 사전 검토(premarket review) 면제 대상이지만 검사 유형에 대해 규정에 명시된 특정 요구사항을 준수해야 한다. 웰니스 검사와 조상 검사도 FDA의 심사 대상이 아니다.
질병 위험도 유전자 검사는 특정 의학적 질병이나 상태에 대한 개인의 유전적 위험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기위한 검사로, 개인의 라이프 스타일 선택에 대한 결정을 내리고 의료진과 상의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 검사를 서비스하는 회사는 첫 번째 검사를 제공하기 전에 FDA 허가를 받아야 한다. 해당 검사가 FDA의 조건에 부합하는지 한 번만 확인되면 이후 새로운 검사에 대해서는 FDA의 사건 검토 없이 판매할 수 있다.
약물 유전학 검사는 치료제가 신체에서 어떻게 신진대사되는지, 특정 약물에 부작용을 나타내거나 부작용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와 관련된 유전자 변이를 소비자에게 알려준다.
이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FDA의 사전 검토가 필요하다. 단 특정 치료 약물에 반응하거나 부작용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지 예측하는 DTC 검사는 승인 대상에서 제외된다.
암 소인(predisposition) 검사는 특정 유형의 앙메 걸릴 위험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며, 암 발생 확률을 낮추기 위한 예방적 치료 옵션을 고려해야 하는지, 암 발생 후 더 자주 추적해야하는지 등을 의사와 상의할 수 있도록 돕는데 사용된다. 중등도~고위험으로 간주되며 약물 유전학 검사와 마찬가지로 FDA로부터 사전 검토를 받아야 한다.
암·약물대사 관련 DTC도 허용…총 4개 검사 FDA 승인
현재까지 FDA로부터 판매 승인을 받은 DTC 검사는 4개다. 모두 23앤드미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다.
가장 먼저 2015년 2월 블룸증후군에 대한 DTC 검사를 허용했다. 블룸증후군은 BLN 유전자 복사체 모두에 결함이 생겨 발생하는 유전질환으로, 40개 이상 보인자에 대한 정보를 직접 소비자에게 전달할 수 있게 됐다.
2017년 4월부터는 ▲고령에 발생하는 알츠하이머 질환 ▲ 파킨슨병 ▲셀리악병 ▲고셔병 ▲제XI인자결핍증 ▲알파-1 항트립신 결핍증 ▲유전적 혈전 기호증 ▲포도당-6-인산탈수소효소결핍증 ▲유전성 혈액색소침착증 ▲조기 발현 일차성 디스토니아 등 10개 질환에 대한 유전적 위험 분석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올해 3월에는 유방암 및 난소암과 관련된 BRCA 유전자 변이에 대한 DTC 검사를 허용했고, 11월에는 약물 대사 관련 유전자 변이에 대한 DTC 검사의 판매도 승인했다.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허용된 ▲피부 노화 ▲피부 탄력 ▲비타민C 대사 ▲체질량지수 ▲중성지방 ▲콜레스테롤 ▲혈당 ▲혈압 ▲카페인 ▲탈모 ▲모발 굵기 등 총 12가지 항목에 대해서는 누구나 검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반면 FDA는 특정 회사의 특정 변이 검사에 한정해 DTC 유전자 검사를 허용하고 있다.
예를들어 BRCA 유전자 변이는 현재까지 1000여개 이상 알려져 있지만, 이 가운데 FDA가 허용한 것은 BRCA1 유전자의 185delAG and 5382insC 변이와 BRCA2 유전자의 6174delT 변이에 대한 검사다. 약물 대사도 CYP2C19, CYP2C9, CYP3A5, UGT1A1, DPYD, TPMT, SLCO1B1, CYP2D6 등 8개 유전자에 대한 33개 변이 검사만 가능하다.
검사 항목별로 적합한 인종도 제시하고 있다. 현재 승인된 블룸증후군 검사나 BRCA 검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변이는 아슈케나지(중부·동부 유럽)계 유대인 후손에서 가장 흔하게 나타나고, 일반 인구 집단에서는 매우 드물다. 지난해 승인한 10개 질환에 대해서도 각 항목에 대해 유럽계 또는 아프리카계, 아슈케나지계 등 가장 관련이 높은 인종을 나열하고 있다.
DTC 검사, "전통적인 건강 평가 대체 못해"…근거없는 예측검사엔 안전성 서한 발표
DTC 검사가 의료진과 더 잘 상의할 수 있도록 돕는 도구라는 점은 인정하지만 그 한계도 명확히 하고 있다.
FDA는 BRCA 검사를 허용하면서 "소비자나 의료 전문가가 검사 결과를 호르몬 치료나 예방적 유방 또는 난소 절체를 포함한 치료를 결정하는데 사용돼선 안 된다"며 "치료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확증 검사(confirmatory testing)와 유전 상담(genetic counseling)이 필요하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약물 유전학 개인유전체서비스에 대해서도 "이 검사는 검출된 변이와 다른 특정 약물에 대한 연관성이나, 환자가 특정 약물에 반응할지 여부에 대한 정보는 제공하지 않는다"며 "의료인은 치료 결정을 내리기 위해 이 검사를 사용해서는 안 되며, 의학적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독립적인 약물유전학 검사를 통해 DTC 검사결과를 검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FDA 의료기기·방사선보건센터(CDHR) 체외진단 및 방사선보건부(OIR) 팀 슈텐첼(Tim Stenzel) 디렉터는 "의약품이 환자에게 적절한지, 의학적 조언을 제공하지 않아도 되는지, 다른 건강 상태에 대한 진단이 필요하지 않은지 여부를 결정해주지 않고, 소비자들은 이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독자적으로 치료 결정을 내려선 안 된다"며 "모든 의료 결정은 임상약리학적으로 확인된 결과를 바탕으로 보건당국으로부터 승인 받은 의료인과 상의 후에 내려야 한다"고 주의했다.
이와함께 임상적 근거로 뒷받침되지 않는 특정 의약품에 대한 환자 반응 예측에 검사에 대한 안전성 서한을 배포했다.
안전성 서한에서는 "예를들어 다른 항우울제 약물에 비해 어떤 항우울제 약물이 효과 또는 부작용이 증가했는지 식별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주장하는 유전자 검사가 있다는 것을 FDA도 알고 있다. 그러나 DNA 변이와 항우울제의 효과 사이의 관계는 확립된 적이 없다"면서 "뒷받침할만한 충분한 과학적, 임상적 근거가 없는 유전자 검사 결과를 토대로 약물 치료를 변경하면 부적절한 치료 결정이 내려질 수 있으며, 잠재적으로 심각한 건강상의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FDA는 홈페이지를 통해 DTC 검사에 대한 자세한 규제 정보와 한계점, 주의점 등을 공개하고 있다. FDA는 "DTC 검사를 통한 건강 관련 보고서는 소비자가 자신의 건강을 책임질 수 있도록 하고 중요한 정보에 대한 접근성을 제공하지만 위험이 있다"며 "DTC 검사는 건강검진과 병원 방문을 포함해 전통적인 건강 관리 평가를 대체할 수 없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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