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3.05.26 10:41최종 업데이트 23.05.26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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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광 모니터링 웨어러블기기 개발 메디띵스 “배뇨장애 새 패러다임으로 풀겠다”

[헬스케어 CEO·MD 인터뷰] 김아람 대표 “‘메디라이트’, 잔뇨량 실시간 확인해 알람 주고 배뇨일지도 대체 가능”

메디띵스 김아람 대표.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신경인성 방광은 척수손상 등의 신경계 이상이나 당뇨병, 뇌졸중 등이 원인이 돼 발생하는 질환이다. 요의를 느끼지 못하는 신경인성 방광환자들은 주기적으로 카테터를 이용해 소변을 배출해줘야 하기 때문에 편하게 외출조차 하기 어렵다. 제대로 관리되지 못하면 요로감염 나아가서는 신장손상 등의 부작용까지 발생할 수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 2019년 기준 신경인성 방광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56만 4000명. 이는 4년 전 37만명에 비해 20만명이나 늘어난 수치인데, 전문가들은 진단이 되지 않은 신경인성 방광환자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신경인성 방광이 의료진에게도 낯선 질환이라는 점이다. 소변 문제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환자와 환자 가족들이 도움을 청할 곳이 마땅치 않은 셈이다.
 
메디띵스 김아람 대표(건국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국내에서 몇 안 되는 신경인성 방광 전문가다. 지난 2020년 국내 최초로 대학병원 내 신경인성 방광 클리닉을 개설했고, 최근에는 신경인성 방광환자들의 도뇨를 도울 방광 모니터링 웨어러블 기기 ‘메디라이트’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9일 서울 성동구 메디띵스 사무실에서 메디게이트뉴스와 만난 김 대표는 “신경인성 방광 분야에서 새로운 환자중심 패러다임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현행 의료 가이드라인 한계 절감…근적외선 활용 웨어러블 기기 개발 나서
 
Q 배뇨장애에 주목했던 이유는 뭔가.
 
진료실과 학회에서 만난 환자들을 통해 배뇨장애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게 됐다. 특히 척수손상 환자들로부터 소변 한 번 제대로 보는 게 소원이란 말을 들었을 땐 충격을 받았다. 이후에 국내 최초 신경인성 방광 클리닉을 열게 됐고 전국 각지에서 환자들이 찾아오더라.
 
Q. 그러다 창업까지 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막상 클리닉에서 진료를 하다보니 현행 신경인성 방광 치료 가이드라인은 현실성이 떨어지는 측면이 있었다. 가이드라인에선 시간에 맞춰 도뇨를 하라고 한다. 하지만 하반신 마비 환자들에겐 시간에 맞춰 도뇨를 하는 일 자체가 너무 힘들다. 집에선 그나마 할만한데, 외출이라도 하면 더 어려워진다. 그러다보니 환자들이 밖에 나가 사람을 만나거나 경제적 활동을 하는 걸 꺼리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이 문제를 해결할 기기를 만들어 줄 사람이 없을지 몇 년을 찾아다녔다. 그러다 우연히 근적외선 분야의 전문가이자 고등학교 선배인 김세환 교수를 만나게 됐다. 김 교수는 당시에 근적외선으로 유방암을 진단하는 기술을 갖고 있었는데, 그 기술로 방광의 소변량도 확인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창업까지 할 생각은 없었는데 제품을 출시하려면 결국 특허도 내야하고 회사도 필요하더라. 2020년에 법인을 설립했다. 시드 투자도 받고, 도쿄대, UC 어바인 등 해외 유명 대학 출신의 이공학 박사들을 영입해 본격적으로 팀을 꾸린 게 작년 11월이다.  
 
Q. 메디띵스가 개발 중인 방광 모니터링 웨어러블기기 대해 소개해달라.
 
메디라이트는 신경인성 방광 환자 등을 위한 근적외선 기술 기반 웨어러블 방광 모니터링 기기다. 패치 형태의 메디라이트를 하복부에 붙여놓으면 근적외선이 방광 내를 비춰 소변량을 확인한다. 소변량은 기기와 연동된 스마트폰 앱을 통해 실시간으로 확인 가능하고 환자가 설정해 놓은 수준이 되면 환자 본인이나 가족에게 알람을 보내 적시에 도뇨를 할 수 있도록 돕는다. 특히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해 개별 환자 맞춤형 분석과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방광내 잔뇨량 실시간 확인해 알람…환자와 의료진 편의성 높아져
 
Q. 기존에는 배뇨 장애 환자들 대상 방광 모니터링에 초음파기기가 사용돼왔던 것으로 안다. 기존 기기 대비 특장점은 뭔가.
 
그전에 쓰이던 장비들은 대부분 초음파 장비다. 전문교육을 받은 의료인이 사용해야 하고, 장비가 크고 가격도 비싸다. 결국 종합병원급 이상에서 사용되는 제품들이다보니 환자들의 접근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초음파 장비를 통한 검사는 검사를 받는 순간에 방광에 있는 소변량만 보여준다.

반면 웨어러블 형태인 메디라이트는 붙이고 있기만 하면 간편하게 24시간 내내 실시간으로 소변량을 확인할 수 있다. 당연히 전문가들이 사용하는 대형 초음파 기기들에 비해 가격 측면에서도 강점이 있다.
 
Q. 웨어러블 기기는 일상생활 시 계속 착용하고 있어야 하는데 무게나 크기는 어느정도 인가. 한 번 충전하면 어느정도 사용이 가능한지도 궁금하다.
 
크기는 가로, 세로, 두께가 각각 10cm, 6.4cm, 1cm고 무게는 100g 정도다. 한 번 충전하면 하루 정도는 계속 사용할 수 있다. 그리고 보통 외출을 할 때 더 필요하기 때문에 집에 돌아왔을 때 충전하는 식으로 사용할 수 있다.
 
Q. 병원에 장기간 입원해 있는 신경인성 방광 환자 등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요양병원 고령 환자나 치매 환자들의 원활한 배뇨를 도와 요로감염, 방광결석, 신장기능 저하 등의 합병증 위험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병원 입장에서도 원내 환자들에게 부착하기만 하면 의료진 한명이 동시에 모니터링 할 수 있으니 효율성이 높아진다.
 
메디띵스의 방광 웨어러블 모니터링기기 '메디라이트'

배뇨일지 대체 가능해 제약업계도 관심…2024년 2분기 무렵 허가 예상
 
Q. 메디라이트를 사용하면 배뇨장애 환자들이 수기로 배뇨일지를 작성할 필요가 없다고 들었다.
 
소변을 본 시각과 배뇨량, 잔뇨량까지 모두 자동으로 기록되고 앱에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배뇨일지를 쓰지 않아도 된다. 신경인성 방광 환자를 가능성이 큰 걸로 보는 게 배뇨일지를 대체할 수 있다는 점이다.
 
과민성 방광과 야간뇨 진단은 환자가 쓴 배뇨일지에 기반해 이뤄진다. 야간뇨의 경우 환자가 3일 간 배뇨일지를 써야한다. 환자가 직접 소변을 몇 시에 봤는지, 몇 cc를 봤는지를 수기로 기록해야 하는데, 자주 소변을 보고 밤 늦은 시간에 소변을 보는 환자들에게 이게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어르신들은 배뇨일지 작성을 더 힘들어 하시고, 제대로 적어 오시는 경우도 드물다. 당연히 의사들도 환자가 갖고 온 배뇨일지를 신뢰할 수가 없다.
 
환자가 배뇨일지를 작성해왔다고 해도 의사가 야간뇨라는 진단을 내리기까지는 장애물이 있다. 밤에 생성된 소변량이 24시간 소변량을 모두 합한 수치의 3분의 1이 넘을 때 야간뇨로 진단을 내리는데, 3분 진료가 일반화된 상황이다보니 의사들로서도 일일이 계산하고 있기가 번거로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메디라이트를 사용하면 배뇨일지를 대체할 수 있기 때문에 환자와 의사 모두 불편함을 덜 수 있다.
 
Q. 배뇨일지 문제로 진단이 제대로 되지 않던 관련 질환의 진단이 늘 수 있겠다.
 
실제로 과민성 방광과 야간뇨 약을 만드는 국내외 제약사들이 우리 회사를 찾아와 미팅을 갖기도 했다. 제약사들 입장에선 진단이 늘면 약 판매를 확대하는 데 메디라이트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Q. 국내외에 출시된 유사한 솔루션은 없나.
 
일본과 국내에 일부 웨어러블 기기들이 있지만 대부분 초음파 방식이다. 그런데 초음파 검사를 할 때는 젤을 발라야 한다. 젤을 24시간 바르고 있을 수는 없다. 그래서 근적외선을 사용하는 메디라이트에 강점이 있다. 
 
Q 환자들의 기대가 클 것 같다. 언제쯤 허가 및 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나.
 
실제 기사를 보고 찾아온 환자들이 너무 필요하다며 언제쯤 사용할 수 있는지 묻기도 한다. 지금 안전성 시험 등 여러 인증 과정을 거치고 있는 중이다. 2024년 중반까지는 모든 과정을 마치고 식약처 허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아람 대표는 최근 미시건의대를 방문해 메디띵스를 소개했다. 내년에는 미시건의대에서 탐색임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내년 미시건의대서 탐색임상 진행…‘105조’ 배뇨장애 시장 타깃
 
Q. 해외 진출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최근에 미시건의대에 다녀왔다. 미시건의대 비뇨의학과는 100년의 역사를 갖고 있고, 신경인성방광 분야에서 세계 최고다. 미시건의대 교수들의 의견이 궁금했는데 메디라이트에 대해 소개하니 극찬을 하더라. 그리고 미국은 안정성 평가 등의 절차없이도 연구자 주도 탐색 임상이 가능하다. 미시건의대에서 내년 초에 바로 탐색 임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Q. 신경인성 방광 분야의 시장 규모는 어느정도 되나.
 
신경인성 방광이란 질환이 낯설다보니 시장 규모가 크지 않을 거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의사들이 신경인성 방광이란 진단명을 잘 쓰지 않다보니 통계상으로 과소 추계되고 있을 뿐이다. 의학 교과서에 당뇨병·뇌졸중 환자의 10%, 척수장애·파킨슨병 환자의 70~80%, 치매환자의 50%가 배뇨장애나 이상이 있다고 나와있다. 아주 보수적으로 잡아도 국내에서만 150만명, 미국·유럽까지 포함하면 9000만명의 신경인성 방광 환자가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배뇨장애 환자로까지 범위를 넓히면 전 세계적으로 2억 2000만명에 달한다. 우리는 국내 시장에서 15%, 미국과 유럽시장에서 각각 1% 정도 시장점유율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렇게만 해도 전 세계 시장 규모는 105조원에 달해 결코 작지 않다. 또 세계적으로 고령화 추세가 이어지면서 배뇨장애 시장은 지속적으로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
 
Q. 투자 유치 계획은?
 
최근 카카오벤처스, 디캠프로부터 브릿지 투자를 받았고, 올해 말 쯤 다음 라운드를 준비하고 있다.
 
Q. 메디띵스의 장기적인 계획과 추구하고자 하는 가치에 대해 말해달라.
 
기술을 더 고도화 해나갈 계획이다. 향후 방광 내 헤모글로빈과 디옥시헤모글로빈 비율을 분석해 방광 건강상태에 대해 리포트까지 해보려 한다. 또 환자들이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의료진들은 상담과 실시간 분석을 해줄 수 있는 커뮤니티 구축도 계획 중이다.
 
지금의 신경인성 방광 치료 가이드라인은 환자들의 실제 삶과 동떨어져있다. 앞으로도 기존 패러다임에에 갇혀 있기보다는 환자중심의 새로운 의료 가이드라인 패러다임을 선도하고자 한다. 메디라이트를 개발하는 일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물론 새로운 도전을 하기 위해선 치러야 할 대가도 있고 용기도 필요하다. 하지만 주변으로부터 많은 응원도 받고 있다.
 
김아람 메디띵스 대표(MD, PhD)

한동대 생명과학과 졸업
경북대 의학전문대학원 졸업
울산대 의과대학 비뇨의학 박사 
건국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대한배뇨장애요실금학회 기획이사
대한비뇨기초의학연구회 기획이사
미국배뇨장애학회∙미국비뇨의학회 정회원

박민식 기자 (mspark@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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