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즈환자 다 받아주고 공격 당한 의사
언론과 환자단체, 수동연세요양병원 진료차별 여론화
염안섭 원장 "그 사람들 목적은 존재감 알리는 것" 일침
KBS '추적 60분'은 지난해 12월 13일 '얼굴 없는 사람들-AIDS 환자의 눈물' 편을 방영했다.
방송의 요지는 이렇다.
2013년 8월 에이즈 환자였던 김모 씨가 S요양병원에 입원한 지 14일 만에 사망했는데 그의 죽음에 석연치 않은 점이 있었다는 것이다.
모 대학병원에서 수술한 후 이 요양병원으로 전원 하기 전까지만 해도 편의점에 다녀올 정도로 상태가 호전되고 있었고, 회복에 대한 의지도 강했는데 의문스러운 죽음을 맞았다는 게 보도의 핵심이다.
뿐만 아니라 2011년 간병인과 환자 사이의 성폭력 사건까지 있었지만 외부에 새어나가지 못하도록 하고, 간병인을 해고시키는 것으로 무마했다는 것.
KBS의 방송은 동성애자 인권단체가 2013년 김모 씨의 사망 이후 지속적으로 이 요양병원의 에이즈환자 인권침해 및 치료방치 문제를 제기해 온 것과 내용상 흡사했다.
도대체 S요양병원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S요양병원은 남양주시 수동면 수동연세요양병원. 이 병원 염안섭(사진·가정의학과 전문의) 원장과 에이즈환자의 인연은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염 원장은 당시 지인의 부탁으로 에이즈환자를 입원시켰다.
당시 그 에이즈환자는 모 종합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후 와상 상태였지만 장기 입원도, 간병인도 둘 형편이 되지 않았다.
염 원장은 입원비 한 푼 받지 않고, 간병비까지 자비 부담하면서 이 환자를 치료했고, 이런 소문이 퍼지면서 에이즈 입원환자가 5명으로 늘어났다.
그러던 어느 날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들이 찾아와 더 많은 에이즈환자들을 입원 치료해 달라고 요청했다.
2010년 수동연세요양병원은 질병관리본부로부터 중증/정신질환 에이즈환자 장기요양 위탁기관 1호로 지정됐다.
정부의 지원금은 에이즈환자 입원환경 개선을 위한 인테리어 비용과 간병비가 전부였다.
그 후 에이즈환자는 60여명으로 늘어났다.
초반에는 어려움도 많았다. 보건소에서조차 굳이 에이즈환자들을 받아야겠느냐고 말렸다고 한다.
염 원장은 "만약 에이즈감염자들이 대거 입원한 사실이 새어나가면 일반 환자들이 가만히 있겠느냐”면서 “보건소는 집단민원이 생길까 걱정한 것 같다"고 말했다.
수동연세요양병원 의료진들의 반대로 만만치 않았다. 수동연세요양병원은 암환자 전문으로 꽤 알려져 있어 대기환자가 적지 않은데 에이즈환자들을 받는 이유가 뭐냐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교회 목사이기도 한 염 원장은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황당한 협박도 종종 받았다. 몇몇 원무과 직원과 간호사들은 퇴사하면서 에이즈환자 입원 사실을 비밀로 할 테니 돈을 달라고 요구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많게는 500만원까지 주면서 에이즈환자 입원 사실을 극비로 붙였다.
"에이즈환자들이 입원해서 좋을 게 뭐가 있겠나"
에이즈환자들을 입원시키면 이익이 되는걸까?
염 원장은 "에이즈환자들이 입원해서 좋을 게 뭐가 있겠느냐"면서 "소문 나면 일반 환자들이 다 나갈텐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에이즈환자들은 많이 보면 볼수록 적자"라면서 "형편이 어려우니까 비급여, 상급병실료를 받을 수 없는 게 현실이지만 어떻게든 계속 치료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하소연했다.
그런데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 발생했다.
2011년 에이즈입원환자가 동성애자인 간병인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고발이 접수됐다. 남양주경찰서, 질병관리본부가 조사를 했지만 내사 종결 수준에서 마무리됐다.
그로부터 2년여가 지난 2013년 8월 에이즈환자였던 김모씨가 수동연세요양병원에 입원한지 14일 만에 사망했다.
그러자 동성애자 인권운동단체가 인권침해, 치료방치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김씨가 자신이 수술 받은 세브란스병원으로 전원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수동연세요양병원이 거부해 사망에 이르렀다는 주장이다.
동성애자단체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수동연세요양병원을 고발하고, 기자회견, 집회 등을 열어 수동연세요양병원 문제를 여론화해 나갔다.
이들 두 사건에서 특이한 점은 정작 피해 당사자나 그 가족들은 아무런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특히 김씨의 어머니는 아들을 진료해 준 수동연세요양병원에 감사하다는 편지를 두 번이나 보냈다.
김씨의 모친은 동성애자단체들이 아들의 사망과 관련한 의혹을 제기하려 하자 2013년 11월 수동연세요양병원에 첫번째 편지를 보냈다.
"우리 아들이 사망한 것은 병이 깊어서 세브란스병원에서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자식을 낳은 부모도 이 일에 대해 아무런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데 단 한차례도 사실확인을 하지 않은 사람들이 왜 문제를 일으키는지 이해가 안된다."
김씨의 모친은 올해 1월 말 KBS 추적 60분에서 자신의 아들 사망건을 다루자 보도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는 점을 다시 한번 분명히 했다.
"수동연세요양병원에서 최선을 다해주신 점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환자가 수액을 놔달라고 했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것은 거짓이며, 아들이 세브란스병원으로 이송을 원했다면 얼마든지 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왜 이런 일들이 벌어진 것일까?
염 원장은 "안타까운 게 약자들 입장에서 모든 게 결정돼야 한다. 그런데 시민단체나 언론은 약자가 아닌 권력”이라며 “진짜 약자는 힘 없는 환자들"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우리 병원에 입원한 에이즈환자들은 그 사람들을 고마워하지 않는다. 그 사람들 목적은 오로지 자기들의 존재를 알리는 것"이라고 못 박았다.
특히 염안섭 원장은 동성애자단체가 에이즈전문병원을 설립해야 한다는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수동연세요양병원을 희생양으로 삼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염 원장은 지난해 동성애자단체의 주장을 기사화한 12개 언론을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해 모두 반론 내지 정정 보도 결정을 이끌어냈고, KBS 추적 60분을 명예훼손으로 검찰에 고소했다.
그러나 질병관리본부는 김모 씨 사망이 논란이 되자 수동연세요양병원과의 위탁계약을 해지했다.
이 때문에 수동연세요양병원에 입원중인 에이즈환자들은 모두 다른 곳으로 전원한다.
이런 홍역을 치렀지만 염 원장의 신념은 확고했다.
"에이즈환자들을 불가피하게 퇴원시켰지만 새로운 환자가 입원하겠다고 하면 받을 것이다. 의료인으로서 환자를 차별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저작권자© 메디게이트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체 뉴스 순위
칼럼/MG툰
English News
유튜브
사람들
댓글보기(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