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1.06.11 12:06최종 업데이트 21.06.11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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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밀의료 생태계 만들려면 리서치로 끝나지 않도록 데이터 구축 동시에 활용도 고민 해야"

데이터 활용 규제 개선되고 있지만 아직 미흡…미국, 1990년대 이후 비식별화 데이터 연구되며 제약산업도 발전

사진: 바이오코리아 2021 정밀의료 컨퍼런스 전경.

[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한국형 정밀의료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양질의 데이터를 확보하고 대량으로 수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를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목표가 명확해야 하고 더 많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제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나왔다.

정밀의료 컨퍼런스가 10일 서울 코엑스에서 진행된 바이오 코리아(Bio Korea) 2021에서 '정밀의료 혁신신약 개발 및 임상 적용 활성화를 위한 한국형 정밀의료 생태계 조성'을 주제로 열렸다. 컨퍼런스에서는 주제발표와 함께 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 윤건호 교수를 좌장으로 산업계와 의료계, 제약기업 등 국내·외 정밀의료 관련 분야별 전문가들이 참석한 패널토론이 이어졌다.

먼저 한국형 정밀의료 생태계 조성 관련 현장에서 느끼는 허들로 분당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김지현 교수는 개인 맞춤형 치료에 있어 약제 접근성 제한을 꼽았다.

김 교수는 "예를들어 미국과 같은 나라에서는 어떠한 약제가 유방암 치료제로 허가를 받았더라도 대장암 또는 폐암 환자가 동일한 유전자 이상을 가지고 있을 때, 의사와 환자가 동의한다면 처방은 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물론 이를 적극적으로 프로모션하는 것은 안 되지만 적어도 치료를 해 볼 수는 있는 것이다"면서 "그러나 우리나라는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어 의사와 환자가 동의하더라도 치료하면 불법이 된다. 이를 푸는 것이 가장 큰 숙제이며, 이것만 이뤄져도 굉장히 큰 한 걸을음 떼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K-MASTER 사업은 우리나라 정밀의료를 위한 획기적인 사업이었고, 좋은 선례를 보여줬다. 암 환자에서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NGS)이 보험 적용이 되면서 기관별로 검사가 잘 이뤄지고 있다. 다음 단계 연구를 하게 된다면 이를 이용해 보다 많은 업체가 참여하도록 유도, 신약개발과 임상시험이 더 많이 이뤄졌으면 한다"면서 "동시에 리얼월드에서는 임상시험에 참여할 수 있는 건강한 환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참여하지 못하는 환자도 분명 존재하며, 이 환자들을 치료와 연결할 수 있는 제도적인 보완도 같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국립암센터 암빅데이터센터 김현진 팀장은 "의료 데이터의 약 80%는 비정형 데이터인데 이를 어떻게 잘 통합하고 구축할 것인가도 하나의 난제로 남아있다. 현재 보건의료 데이터 활용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정형화되지 않은 자유입력 정보는 가명처리를 유보한다고 돼 있다"면서 "암빅데이터센터에서는 사전구축의 의미로 과제를 추진하고 있으나 일반적인 연구자나 기업에서는 실제로 비정형 데이터 활용이 쉽지 않다. 이에 대한 규제가 풀어지고 예외조항으로 많이 활용할 수 있도록 연구자와 학계, 산업계가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최근 정부가 보건의료 데이터 표준화 로드맵을 수립해 발표했으나 오믹스나 유전체 데이터에 대해 어떤 시퀀싱 기계를 써서 어떻게 수집하고, 어떤 전처리과정을 거쳐 관리할지 등 전체적인 프로세스에 대한 표준화 가이드라인이 미흡해 이에 대한 개선도 필요하다"고 했다.

메드팩토 김성진 대표는 "정밀의료 생태계 조성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기업이 주도하고 학계가 지원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기업은 이윤을 내야 하기 때문에 시장화와 마케팅에 대해 고민하고 추진하는 반면 학계에서는 목표 자체가 학계의 관심에서 끝나기 때문에 산업으로 전환되기 어렵다"면서 "현재 가지고 있는 혁신 신약 개발 토양에서 점프할 때 무엇이 필요할지 알아내고 시스템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 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로슈 글로벌 국제 RWD 플랫폼 전략 켈리 헨라인(Kelly Haenlein) 대표는 정부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최적화된 모델을 만들기 위해 정부와 의료계, 관련 업계, 의료전달시스템 관련 등 여러 이해당사자들과 함께 공통된 목표를 세웠다. 이러한 결과를 우리 혼자만의 힘으로 달성할 수 없다. 단독으로 진행한다면 데이터가 흘러간다 할지라도 데이터를 충분히 활용할 수 없을지 모른다"고 말햇다.

헨라인 대표는 "하나의 긴 게임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장기적으로 가는 과정에서 이해당사자들과 계속 논의했고, 필요하다면 변화를 주기도 했다. 모든 결정들은 의료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정책적, 리소스적 측면에서의 변화를 반영해서 내리는 것이고, 때로는 그 결정이 바뀔 수 있다. 그리고 환자들과도 계속해서 대화를 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에비드넷 조인산 대표는 데이터 구축과 함께 활용에 대한 노력도 필요하다고 했다. 조 대표는 "1~2년 만에 끝낼 문제가 아니라 10~20년 장기간으로 봐야 한다. 한 번 구축할 때 많이 고민이 녹아든 잘 짜인 전략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구축한 데이터를 활용해야 하는데, 미국에서는 1996년 이후 비식별화된 데이터가 많이 유통되고 연구되면서 제약산업도 같이 발전했다. 최근 발표된 보건의료 데이터 활용 가이드라인 개정안에서 가명처리해 동의를 면제하는 루트를 만들었으나 아직 미국과 같은 환경까지는 도달하지 못했다. 구축과 활용에 대해 동시에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성진 대표 또한 "대규모 데이터 구축을 통해 무엇을 달성할 것인지 분명한 목표가 있었으면 좋겠다"면서 "결과 산물로 무엇을 할지 미리 만들어놓지 않으면 리서치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박도영 기자 (dypark@medigatenews.com)더 건강한 사회를 위한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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