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6.04.14 12:29최종 업데이트 26.04.14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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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 뒤면 분만 중단 우려...산부인과 소모품 대란, 말뿐인 대책은 필요 없다

[칼럼] 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장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저출산 위기가 국가 소멸을 논할 만큼 심각하다는 것은 이제 새삼스러운 뉴스도 아니다. 

하지만 지금 분만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그보다 훨씬 더 즉각적이고 물리적인 공포다. 아이를 낳고 싶어도, 받아줄 병원에 '주사기'와 '수술포'가 없어 산모를 돌려보내야 하는 초유의 사태가 코앞에 다가왔다.

2~3주 남은 재고, 무너지는 분만 인프라

최근 산부인과의사회가 전국 산부인과 병의원을 대상으로 실태를 파악한 결과, 현장의 상황은 처참하다. 분만에 필수적인 주사기, 폴리글러브, 수액, 일회용 수술포 등의 재고가 짧게는 일주일, 길어야 2~3주분밖에 남지 않았다는 비명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이것은 단순히 소모품이 부족한 문제가 아니다. 재고가 바닥나는 순간, 분만 병원은 문을 닫아야 한다. 

소모품이 없는 상황에서 억지로 분만을 진행하는 것은 산모와 태아의 안전을 담보로 한 위험한 도박이기 때문이다. 결국 지역 분만 병원들이 문을 닫으면, 그 부하는 고스란히 대학병원으로 쏠리게 되고, 고위험 산모들조차 적절한 처치를 받지 못하는 ‘분만 대란’이 현실화될 것이다.

정부의 '매점매석 금지' 조치, 현장은 여전히 가뭄

최근 정부는 주사기 및 주사침에 대한 매점매석 금지 고시를 내리고 재고량을 매일 보고하도록 했다. 하지만 이러한 행정적 통제가 실제 병원의 공급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상당한 시차가 존재한다. 유통 현장에서는 여전히 물량을 구하기 어렵고, 확보하더라도 평소보다 몇 배나 뛴 가격을 감수해야 하는 실정이다.

정부는 단순히 '보유량을 보고하라'는 지시를 넘어, 실제 물량이 어디에 묶여 있는지 파악하고 이를 가장 시급한 곳으로 강제 배분하는 수준의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정부에 촉구하는 3대 긴급 대책

첫째, 분만 의료기관에 대한 '필수 소모품 우선 배정제'를 즉시 시행해야 한다. 

일반 병의원과 달리 분만은 24시간 긴급 상황이 발생하는 특수 분야다. 국가 관리 물량을 확보하여 분만 기능이 있는 병원에 최우선적으로 공급하는 '다이렉트 라인'을 가동해야 한다.

둘째, 해외 수입 긴급 승인 및 관세 면제 조치가 필요하다. 

국내 제조사의 생산량만으로 현재의 가수요와 공급 불안을 해소하기 어렵다면, 식약처는 한시적으로라도 해외 인증을 받은 안전한 소모품의 긴급 수입을 허용하고 현장에 즉시 풀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셋째, 현장의 구매 단가 상승분을 실질적으로 보전해야 한다. 

공급 부족으로 인해 치솟은 소모품 가격은 고스란히 병원의 경영 부담으로 이어진다. 필수의료를 살리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진심이라면, 비상시국에 한시적으로라도 소모품 구입 비용에 대한 수가 가산이나 직접 지원책을 내놓아야 한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분만실의 불은 한 번 꺼지면 다시 켜기 어렵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전국의 산부인과 의사들은 남은 주사기 개수를 세며 가슴을 졸이고 있다.

정부는 이번 사태를 단순한 수급 불균형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이것은 대한민국 분만 인프라의 생사여탈권이 달린 문제다. 말뿐인 '관리'가 아닌, 당장 내일 아침 병원 앞마당에 소모품 박스가 도착할 수 있는 실질적인 행정력을 보여주길 강력히 촉구한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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