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일부터 코로 나안정화에 복지부 노골적 압박 예상…의협 "의대정원 증원 아닌 필수의료 공백 대책부터 집중 설득"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보건복지부가 내년 4월까지 의대 정원을 351명 이상 늘려 2025학년도 입시에 증가한 의과대학 입학 정원을 반영한다는 보도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당정 관계자들을 인용한 일부 매체의 보도에 복지부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선을 긋고 있지만, 이미 의대정원 확대가 기정사실화된 듯한 분위기에 의료계의 심기가 불편해지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위기 단계가 6월 1일부터 하향돼 '코로나19 안정화' 시기가 이뤄지는 가운데, 대한의사협회는 복지부의 앞서간 발표를 불편해 하면서도 복지부와 협의를 통해 의대정원 증원이 아닌 필수의료 공백의 해법을 찾겠다고 밝혔다.
의대 정원 확대, 의료현안협의체서 다뤄진 바 없어…의료계, 앞뒤 다른 복지부에 '유감'
19일 의료계에 따르면 정부와 대한의사협회는 의대 정원 확대와 관련한 논의를 진행한 적이 없는 상태다. 복지부가 일방적으로 관련 논의를 진행하고자 하는 의사를 밝히긴 했으나, 실질적인 협상테이블에서 해당 논의가 다뤄진 적은 없다는 것이다.
의협 관계자는 "그간 복지부와의 논의에서 의대 정원이나 지역공공의사제도 등에 대한 논의는 단 한차례도 나눈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앞서 2020년 9.4 의정합의에 따라 의대정원 확대 논의는 코로나19 위기 안정화 이후 의정협의체를 통해 원점에서 재논의하기로 했다. 올해 초부터 코로나19가 안정화됨에 따라 복지부와 의협은 1월 26일 첫 대면식 이후 1월 30일 제1차 의료현안협의체 실무회의를 시작으로 제8차까지 회의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복지부는 여러 차례 의료계를 향해 필수의료인력 확보를 강조하며 적정 의료인력 확보와 양성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형훈 보건의료정책관은 제5차 회의에서 직접 17년간 의대 정원이 한 번도 변하지 않은 사실을 언급하며 의협 정기대의원총회에서 의료인력 양성 방안에 대한 논의를 요청하기도 했다.
의협은 코로나19 안정화라는 전제조건이 성립되지 않은 점을 지적하며 논의를 피했지만 마냥 피할 수도 없는 상황에 처했다.
정부가 오는 6월 1일부터 코로나19 위기단계를 '심각'에서 '경계'로 하향 조정하기로 하면서 이제 본격적으로 그간 중단된 의대정원 확대 등 논의가 본격 재개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것이다.
특히 복지부와 의협은 18일로 예정됐던 제9차 의료현안협의체 논의를 오는 24일로 연기해 이날 회의에서 정부가 본격적으로 의대 정원 확대 논의를 시작할 것으로 예측된다.
복지부 박민수 2차관은 일부 언론을 통해 내년 4월까지 의료계와 의대 정원 확대를 확정 짓겠다고 밝혔고, 시민사회 등은 의대 정원 확대를 요청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나섰다.
의료계 관계자는 "복지부가 언론을 통해 구체적인 숫자까지 언급하며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며 "의협과 의료현안협의체를 하면서 논의되지 않은 사실을 다른 루트를 통해 흘려보내는 데 대해 유감이다. 이러한 태도는 상호 신뢰관계를 깨뜨릴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의료계가 '코로나19 안정화' 카드로 의대정원 확대 논의를 피할 수만은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해법을 찾을 수 있을까.
의협 김이연 홍보이사는 "코로나19 안정화 이후 논의는 의협과 복지부의 약속이기 때문에 예상하고 있었다"며 "특히 복지부가 지속적으로 의대 정원 확대 논의를 시작하려고 시도를 많이 했기 때문에 우리도 준비를 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의협 이필수 회장은 의료현안협의체 논의에 앞서 대한의학회 정기총회에서 의대정원 논의를 무조건 피하지만은 않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당시 이 회장은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의료계 내부적으로 충분한 소통을 하며 풀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 홍보이사도 "그간 의료현안협의체 논의를 통해 복지부도 의사인력 부족 문제가 필수의료 의사, 지역 의사 공백과 연계돼 있다는 사실은 인지하고 있다. 의협은 현재 의사인력 범주 안에서 한쪽으로 치우친 인력 문제 불균형을 해소하는 고도화된 수준의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의협은 정부와의 논의를 통해 필수의료 공백 등 의료문제는 단순 의대 정원 확대로 해결될 수 없다고 복지부를 설득하고, 필수의료를 떠나는 의사들을 붙잡을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김 홍보이사는 "최근 응급환자의 응급실 표류, 소아환자가 진료를 받지 못해 사망하는 문제가 이슈가 되고 있다. 그간 이러한 문제는 전공의 등 의사인력을 갈아넣어 어떻게 든 막아냈던 것이다. 고된 업무와 고소, 고발에 대한 위험 등 부담을 견디다 못해 미용으로 빠지는 의사들을 붙잡기 위한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당장 의대 정원을 늘려도 그들이 의사 되는 것은 10년 후다. 필수의료를 기피하는 문제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의사 숫자를 늘리면 오히려 전문의 면허를 포기하고 미용을 하려는 사람이 더 폭증할 것이다. 상대적 박탈감 속에 필수의료를 전공하는 의사 수는 더 감소해 필수의료 붕괴가 더 가속화 될 것"이라며 "정치적 논리에 사람의 생명과 직결된 의사인력 문제가 이용되지 않도록 성실히 복지부와 논의해 가겠다"고 전했다.
의료현안협의체에도 의협 대표로 참석했던 의료정책연구소 우봉식 소장은 "정말 바람직한 방법이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할 때다. 정말 의사 수가 부족한 것인지, 의사들이 엉뚱한 데서 인력 낭비를 하고 있는 지를 먼저 판단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 소장은 "정부가 하기 가장 쉬운 정책이 양적완화다. 그렇게 의사 수를 늘리면 의사 간 경쟁이 늘어 의사들이 원하는 만큼 기대 수입이 나오지 않게 된다. 그럼 의사들이 가만히 있을까"라며 "그래도 '핫'하다는 정재영(정신건강의학과, 재활의학과, 영상의학과)에서도 의료 분쟁 등으로 인한 부담으로 미용·성형으로 빠지는 이들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부는 의사 숫자를 늘리면 낙수효과가 발생할 거라고 하는데 의사라는 전문직을 시장에 물건 공급하듯 생각하는 것 자체가 문제다. 수입이 줄어도, 환자에게 멱살을 잡히고 소송을 당해도 열심히 진료를 할 것이라고 생각 자체가 너무 순진하다"며 "당직의사제도처럼 의사인력을 낭비하는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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