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3.05.17 07:23최종 업데이트 23.05.17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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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정원 논의 본격화…政 "정원 확대∙보상 개선, 투트랙"

16일 열린 의료보장혁신포럼서 필수의료 강화 방안 제시…의료계는 "저수가 및 형사처벌 문제 해소" 주장

사진=보건복지부 복따리 TV 유튜브 채널 생중계 영상 갈무리.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코로나 팬데믹이 끝나고 간호법 이슈도 일단락되면서 의대정원 관련 논의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필수의료 강화를 위해 의대정원 확대를 기정사실화 하는 한편, 보상체계도 동시에 강화하는 ‘투트랙(Two Track)’ 전략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보건복지부 박민수 차관은 내년 4월까지 의대정원 확대를 확정짓고 2025학년도까지 변경된 정원인 적용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공급 확대 능사는 아니지만 필요…’얼마나’ 아닌 ‘어떻게’ 논의해야

복지부 임혜성 필수의료총괄과장은 16일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열린 ‘필수의료 강화를 위한 의료보장혁신포럼’에서 의사 총량확대와 함께 필수의료 분야로 인력을 유인하기 위한 방안을 함께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필수의료와 지역완결적 의료체계 구축을 위해 공급 확대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다만 (의사) 총량확대가 능사는 아니라고 본다”며 “필수의료 인력이 충분히 고용될 수 있도록 병원에서 전문의를 확대한다든지, 기존 필수의료 인력 중 다른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이들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했다.

이어 “최근 소아과 사태에서 보듯이 필수의료를 하다가 다른 분야로 이탈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직접적인 보상 체계나 근무여건 개선도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임 과장은 전공의 배정 기준 및 체계도 전문의 수급 불균형 해소와 지방병원의 수련환경 개선이라는 큰 틀하에서 손질할 것이라고 했다. 또, 수가와 관련해선 기존 행위별 수가제 외에 사후보상제 등 새로운 지불제도를 통한 실험적 시도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필수의료 관련해 가장 큰 문제로 현행 수가 체제의 한계가 꼽힌다”며 “최근 발표한 대책을 보면 현재 행위별 수가체계 한계를 보완해 사후보상제 등의 대안적 지불제도가 포함돼 있다. 이 부분에 대한 연구용역을 통해 추후 다른 분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보건사회연구원 여나금 부연구위원도 “미래 의사 총량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지만 현 시점에서 수급 불균형에 대해선 어느정도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며 “한시적 의대정원 확대와 함께 보상을 강화하는 투 트랙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다.

특히 의대정원 문제에 대해 “의대정원 확대 논의는 기존의 ‘얼마나’의 관점에서 벗어나 ‘어떻게’로 전환하는 게 중요하다”며 “의대정원 확충이 의료서비스 질 개선, 의료인력의 근무여건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게 정부와 의료계 등 국가적 차원의 협의와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좌측부터 연세의대 장성인 교수, 제주의대 박형근 교수, 의협 의료정책연구소 우봉식 소장.

필수의료 ‘공백’은 막아야…인력 개개인에 지원하자

반면 의료계에서는 필수의료 강화를 위해선 보상을 늘리고 의료분쟁에 대한 부담을 줄여주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세의대 장성인 교수는 필수의료를 필요한 의료 분야 중 ‘공백’이 발생했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분야로 정의한 뒤 강화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우선 필수의료 분야의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최소한의 수준을 일차 목표로 잡자고 했다. 공백을 막는 최소한의 수준이란 접근성이 아예 불가능한 경우는 없어야 한다는 의미로, 뇌 분야를 예로 들면 신경외과 수술이 24시간 가능하도록 해야한다고 설명했다.

장 교수는 “최소 수준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인력을 기존에 배출돼 있는 해당 분야 의사(가용자원)를 분배하는 방식으로 충족이 가능한지, 그렇지 않을 경우는 얼마나 추가 양성해야 하는지를 실증 자료에 기반해 연구해야 한다”며 “그러면 중장기적으로 좋은 근거가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필수의료 인력 개개인에 대한 지원을 늘리고, 의료사고에 대한 처벌 완화 등 비(非)재정적 보상을 강화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장 교수는 “의료기관을 통한 간접적 지원보다는 필수의료 인력 개인에 대한 직접적 지원이 효율적”이라며 “관련 실무를 담당할 ‘의료인력지원 관리원’과 같은 기구를 설치하고, 이 같은 지원이 안정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필수의료 인력 지원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이미 의사의 급여가 높은 상황에서는 재정적 보상을 강화하는 것 보다 비재정적 보상을 강화하는 게 상대적으로 효용이 좋을 것”이라며 “사회적 존중, 법적 처벌에 대한 부담 등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양질 일자리 부족이 근본 원인…지방은 ‘의무복무’ 필요

제주의대 박형근 교수는 필수의료 분야 인력 부족 문제가 의대정원 확대나 수가 인상으로 해결될 수 없다고 본다며 문제는 관련 분야에 양질의 일자리 부족이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필수의료를 담당할 전문의 양성이 부족하진 않았다. 많이 양성했지만 다른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면허독점이라는 높은 장벽이 있는 시장을 너무 방치해놨다”고 했다.

이어 “노동시장에서 인력 확보를 위해선 고용 안정성이 중요한 데 현재는 이 부분이 형편없다”며 “의사 일자리 중에 정년이 보장된 건 대학병원 정교수 뿐이고, 중소병원 봉직의는 고소득이긴 하지만 단기 계약직 밖에 없다. 이런 봉직의 자리도 주간 근무에 더해 야간, 휴일 당직 등의 조건이 달려있는데 젊은 의사들은 그렇게 살고싶어 하지 않는다”고 했다.

박 교수는 전공의 정원을 지금처럼 대학병원 운영이란 측면이 아니라 실제 사회의 수요나 일자리 등과 연계해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역 간 의료불균형 문제에 대해선 지역 출신 선발 후 의무복무가 불가피하다고 봤다.

그는 “지역 수요에 맞춰 수련 과정을 수립하고 술기를 갖춘 인력을 양성하는 데 우리 사회가 돈을 써야 한다”며 “거기에 일자리도 적절히 연동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수련을 마치고 개업하기 좋은 분야로 인력이 몰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지역 불균형 문제는 지방 출신 학생을 뽑아서 의사로 만드는 게 가장 확률 높은 방법이라 생각한다”며 “지방인재를 우선선발하고 수련 후 일정기간 의무복무를 하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저수가와 형사처벌 우려 해소해야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우봉식 소장은 저수가와 형사처벌 부담 등 의사들이 필수의료 분야를 기피하는 이유를 없애주는 것만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우 소장은 필수의료 분야 저수가 문제와 관련해 “필수의료에 대한 상대가치가 낮으니 훨씬 편하고 안전하게 수익을 낼 수 있는 분야로 가는 것”이라며 “획기적인 상대가치 개선 없이는 필수의료의 강화는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연간 국내 의료분쟁과 관련한 기소가 일본, 영국 등 타국가 대비 월등히 높다. 이제 의사면허취소법까지 통과됐는데 이런 상황에서 누가 필수의료를 하려 하겠느냐”며 “의료분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법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 소장은 또 “지역 의료 강화를 위해 병원을 추가 건립해야 한다고 하는데, 그렇게 병원을 늘리면 의료비용 증가는 어떻게 감당하려 하는지 모르겠다”며 “그보다는 효율적인 환자 후송체계를 갖추는 게 맞다”고 했다.

박민식 기자 (mspark@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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