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 등 경증 지원 과도" 지적…변호사 시절 '분만 중 뇌성마비 아기' 관련 손해배상 소송 경험 언급하기도
이재명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필수∙중증 분야에 대한 과감한 수가 인상과 의료사고 관련 특례법 제정 필요성을 주장했다.
필수∙중증 분야에 대한 수가 인상에 들어갈 재원 마련을 위해 국민건강보험공단 특사경 제도 도입을 지시하는 한편, 감기 등 경증에 대한 국민 부담을 늘리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도 내놨다.
이 대통령은 16일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필수과 기피 현상에 대해 우려하며 “이런 분야는 의사가 없어질텐데 어떻게 해결할 건가”라고 물었다.
복지부 정은경 장관이 “현재는 지역의사제나 공공의대를 통해 지역이나 필수과목 의사를 양성하는 법안 통과를 준비하고 있는데 시일이 (의사 배출까지) 10년 정도 소요된다”고 하자 “(지역의사제∙공공의대는) 문제가 생긴 부분을 채워 넣는 방식인데, 정상적인 방법은 문제의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역의사제∙공공의대 해도 수가 현실화 없인 의미 없어"
이 대통령은 “수가가 노동과 투자 대비 보상이 낮다면 올려줘야 해결된다. 다른 방식으론 안 된다”며 “우리나라 의료보험 체계가 경증에 대해선 보상이 너무 크다. 감기로 병원에 가도 1000원만 내면 다 치료해주는 등 경증은 지원율이 높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저수가 문제를 지적하는 과정에서 과거 변호사 시절 분만 중 아이에게 뇌성마비가 발생한 사건을 맡았던 경험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분만 중) 뇌성마비 어린이에 대해 의사를 대상으로 손해배상 소송을 해본 적이 있는데 나중에는 (의사들에게) 미안해서 못 하겠더라”며 “의학책에는 5분마다 산소포화도 체크하라는 등 복잡하게 돼 있다. 그런데 하나도 못 지킨다. 나중에 들어보니 분만 수가가 50만원이라고 하더라. 그걸론 전혀 비용이 안 된다”고 했다.
이어 “이 저수가 시스템이 문제다. 돈은 50만원 주면서 요구하는 건 500만원도 더 되고, 의료기관에선 70만원어치 하면서 버티다가 사고가 나면 집안이 망한다”며 “그러니 산부인과를 하겠나. 힘들더라도 뭉개고 갈 게 아니라 원인을 제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의사를 지역의사니 공공의사니 보충하면 뭐 하겠나. (이런 문제가 해결 안 되면) 다 도로 사라질 것”이라며 “수가 조정을 현실적으로 해야 한다”고 했다.
정 장관이 “필수중증의료에 대한 수가를 인상할 예정”이라고 하자 이 대통령은 “인상도 손톱만큼 해선 안 된단 얘기”라고 거듭 과감한 수가 인상을 당부했다.
정 장관은 “의료수가를 분석해서 현재 과보상되고 있는 검체나 영상 검사는 수가를 조정하고, 그 부분을 필수중증의료로 조정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보상체계를 정상화해야 한다. 보상도 제대로 안 하면서 위험한 걸 하라고 하면 누가 하겠나. 없어지는 게 당연하다”고 했다.
"건보공단, 특사경 지정해줘라" 대통령 비서실에 직접 지시
이 대통령은 수가 조정 문제와 관련 국민건강보험공단에 특사경(특별사법경찰) 권한을 부여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필수∙중증 분야에 추가로 투입될 재원 확보를 위해선 누수되는 재정도 막아야 한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은 “건보공단이 특사경을 요구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실제 진료비를 엉터리 자료로 청구해서 몇억씩 받아 처벌받는 사례가 있지 않나”라며 “특사경은 몇 명 정도 필요한가”라고 물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정기석 이사장이 “40명 정도”라고 답하자, 이 대통령은 “이미 (공단에) 조사하는 직원이 있고 거기에 특사경 지정만 해주면 되는 것 아닌가. 대통령 비서실에서 챙겨서 이 문제는 해결해줘라. 조사하는 게 뭐가 문제가 있나”라고 했다.
이와 관련, 보건복지부 정은경 장관이 “민간기관이라 꺼려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했지만 이 대통령은 “금융감독원도 민간기관인데 특사경 권한을 줬다. 건보공단에도 필요한 만큼 지정해주겠다. 확실하게 많이 잡으라”고 당부했다. 정 이사장은 “감사하다”고 답했다.
이 대통령은 의료사고 사법 리스크 문제를 지적하며 특례 얘기도 꺼냈다.
그는 “수술하다가 사고가 나면 의사들이 개인적으로 손해배상을 해야 하고 요새는 금액도 십몇억씩 한다”며 “형사처벌 문제도 있다. 일부러 그런 게 아닌데 교통사고처럼 무한보험을 들어있거나 합의가 되면 특별한 예외를 제외하고는 처벌하지 않는 특례를 빨리 제정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정 장관은 “의료분쟁 조정법을 개정해서 민사와 형사에 대한 리스크를 완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며 “올해는 산과 분만의사와 소아를 주로 보는 의사들에 대해 15억원까지 민사 배상을 할 수 있는 보험을 만들었다”고 했다.
이 대통령이 “15억까지만 해주면 그 이상은 안 해준다는 건데, 그러면 여전히 회피할 것 같다”고 하자 정 장관은 “배상금액이 계속 조정되고 있어서 보험 제도에 대한 건 환경 변화를 반영해 지속적으로 개선할 계획”이라고 했다.
한편, 복지부는 이날 업무보고에서 지역의사제는 이르면 2027년, 공공의대는 2029년부터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지역필수의료 특별회계 신설과 의료혁신위원회 시민패널 운영을 통한 국민참여 의료혁신 전략 수립에도 나설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