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병원 환자 쏠림, 본인부담금 인상만으로 해결 안돼
정부, 민간의료기관을 국가 기관처럼 운영하는 것 문제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현재의 의료전달체계는 문제가 많다. 1차의료기관과 3차의료기관의 외래 중복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하지만의료전달체계 개선 권고문에 따른 해결방안은 현실과 맞지 않다. 1차 의료기관이 만성질환 등의 진료를 활성화하려면 해당 질환의 수가를 올려줘야 한다. 3차의료기관의 경증 환자 본인부담금을 올려서는 해결할 수 없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김장한 정책 부의장(울산의대 인문사회의학교실 교수)은 11일 의료전달체계 개선과 관련한 교수들의 입장을 이렇게 말했다. 김 부의장은 “우리나라는 민간의료기관이 90%가 넘는데 영국처럼 국가가 모든 의료서비스를 책임지는 국가의료서비스(NHS, National Health Service)같은 제도를 만드는 것이 문제”라며 “추가적으로 재원을 들이지 않고 의료전달체계를 개편하려는 데서 혼란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방적으로 3차의료기관의 본인부담금을 높이면 환자들이 오지 않는 게 아니라 환자들이 불편하다는 민원만 제기할 것으로 우려했다. 다음은 김 부의장과의 일문일답.
1차의료기관 생존의 문제, 수가 인상이 답
-의료전달체계 개선 움직임을 어떻게 보고 있나.
“우리나라는 민간의료기관이 대부분인데 정부가 의료를 책임지는 영국처럼 운영하려는 것이 문제다. 의료전달체계 개선 권고문을 보면 ‘재정 중립’이라는 의미가 들어갔다. 정부가 의료전달체계를 제대로 작동하게 하려면서 돈을 쓰지 않는 데서 문제가 시작된다.
1차의료기관이 만성질환 등을 제대로 진료하지 않고 환자가 3차로 몰리는 것은 의료전달체계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표면적인 문제일 뿐이고, 실질적으로 경제적인 문제가 있다. 3차의료기관은 환자가 오면 다양한 검사를 한다. 외래 진료비가 싸더라도 검사 수익으로 흑자로 만들 수 있다. 3분 진료를 하고도 병원이 돌아갈 수 있다. 하지만 1차의료기관은 그렇게 운영할 수 없다. 모자란 진료비를 메울 수 있는 경제적인 방법이 다양하지 않다. 1차의료기관에서 담당할 진료가 있다면 개원의들이 적극적으로 진료할 수 있도록 수가 인상부터 해야 한다.”
-1차의료기관을 활성화 하려면 수가 인상이 답이라는 것인가.
“영국 NHS를 보면 의사들에게 이익이 돌아가지 않다 보니 환자를 위해 열심히 진료하지 않는다. 우리나라 1차의료기관은 돈을 못벌면 망한다. 1차의료기관에 수가를 올려 주고 필요한 질환을 볼 수 있게 해야 한다. 1차의료기관에서 주력할만한 질병에 대한 진단 수가를 올려줘야 한다. 그렇지 않은 상태로 의료전달체계를 개선한다면 '싸구려' 의료를 하겠다는 것이다. 의사 진단료나 기술료 수가가 낮은 상태로는 이 문제를 개선하지 못한다.
고령의 만성질환자는 1차의료기관에서 진료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심장내과 외에도 신경과, 비뇨기과, 신장내과 등 여러 진료과를 방문해야 한다. 1차의료기관이 골치 아픈 환자를 보지 않고 전원시키는 일이 많다. 자영업자는 임대료, 인건비 등으로 ‘전쟁’을 하고 있는데 수가 인상이 필요하다. 이런 상태에서 비급여의 급여화 정책인 문재인 케어가 시행되면 1차의료기관은 생존 경쟁에 더 내몰릴 것이다.”
-수가 인상과 함께 1차와 3차의료기관의 할 일은 무엇인가.
“경증 질환은 1차의료기관의 수가를 올려주고 3차의료기관의 수가를 내리면 된다. 3차병원에 경증 환자가 오면 검사만 하거나 환자를 1차로 보낼 것이다. 3차병원은 경증 환자의 외래를 폐쇄해도 된다. 중증 환자에 대한 역할을 잘하면 된다. 3차의료기관이 1차의료기관을 지원하면서 종합검진을 하고 협진도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편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의료전달체계가 작동하고 낭비 요소를 줄일 수 있다.”
경증 환자 본인부담금 인상, 실효성 없는 정책
-의료전달체계 권고문에는 경증 환자 본인부담금 인상안이 나왔다.
“경증 환자가 3차병원을 이용할 때 본인부담금을 올리는 것으로는 환자 선택 제한을 할 수 없다. 환자들이 덜 불편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 경증 환자가 경증으로 분류된 다음 본인부담금 인상에 불만을 갖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민원을 넣으면 병원은 삭감이 될 수 있다. 비용을 지불하는 곳과 지불하는 행위를 하는 곳이 다른데서 큰 혼란이 생긴다. 정부가 행정편의적인 요소만 고려하는 것은 책임있는 자세가 아니다.
또한 경증과 중증 질환 분류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아마 3차병원이 이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 만성질환만 하더라도 간단하게 바라볼 질환이 아니다. 심도 있는 연구를 통해 만성질환의 합병증을 막을 수 있는 의료전달체계 개선이 필요하다.”
-만성질환 관리를 위해 1차 의료기관과 보건소의 역할이 들어있다.
“1차병원과 3차병원의 연계가 아니라 아니라 보건소를 넣으면 안 된다. 민간의료기관과 정부기관을 묶으면 잘 되기가 어렵다. 1차의료기관을 이용하지 않게 된 것이 무조건 3차의료기관이 잘 봐서라기 보다는 돈이 안돼서다. 3차병원은 만성질환 환자에게 한달에서 6개월 이상 약을 처방한다. 만일 1차의료기관이 이렇게 약을 처방하고 환자를 매주 의원에 오지 못하게 하면 먹고 살 수가 없다. 이는 의사의 처방권을 제한하는 의약분업부터 문제가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의료전달체계를 개편하려면 의료시스템 자체를 다르게 짜야 한다. 단순히 1차의료기관에 정부기관인 보건소를 연계해 교육, 상담을 담당하는 것만으로는 1차의료기관을 활성화할 수 없다.”
의대교수들, 의료전달체계·문재인 케어 입장낼 것
-지난 6일 대한의사협회 주최 의료전달체계 간담회에서 신동천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장이 참석했지만 '대한병원협회에 가서 의견을 제시하라'는 말이 있었다.
“의협이 관료화됐다. 시도의사회장이나 대의원들이 몇년씩 바뀌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회비납부율이 떨어진다. 모든 사람이 참여할 수 있다면 순리대로 돌아갈 수 있다. 의협은 이익이 맞을 때만 이야기하고 아니면 부르지도 않는다. 의료계 내 각 직역이 처한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의협에 대한 동의가 나오지 않는다.
전국의대교수협의회는 42개 의대 중에서 20여개 의대 대표들이 이런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신 회장에 대한 의협의 행동을 보고 의협 회비 납부 거부나 회장 불신임도 검토하고 있다. 3월 9일 총회에서 교수들과 함께 의료전달체계 등 의료현안을 더 논의할 것이다.”
-'문재인 케어'는 어떻게 보나.
“‘문재인 케어’라고 이름을 붙일 필요가 없었다. 기본적으로 건강보험 보장성을 높이고 비급여를 없애는 것은 좋은 취지다. 정부는 실제로 정책이 추진될 수 있는지를 이야기해야 한다. 정부가 건강보험 재정 부담이 생긴다는 사실을 외면한다면 정책은 실패할 것이다. 어차피 비급여를 급여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면 급하게 추진할 필요가 없다. 장기적으로 검증 과정을 거쳐서 도입하면 된다.”
댓글보기(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