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1.11.30 07:29최종 업데이트 21.12.02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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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시급한 보건의료정책은…일차의원과 중소병원 지원특별법·의료전달체계 정립·수가현실화

[대선 후보들에게 제안하는 보건의료정책 어젠다]① 이철호 전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 의장

대선 후보들에게 제안하는 보건의료정책 어젠다

제20대 대통령선거가 내년 3월 9일로 다가왔습니다. 각 후보캠프들이 여러 단체들로부터 정책 제안을 받아 대선 공약을 완성하고 있습니다. 메디게이트뉴스는 대통령 후보라면 반드시 짚어야 하는 보건의료정책 어젠다(agenda)를 사전에 심도 있게 살펴보고 이를 대통령 후보들의 공약과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의료계 전현직 리더들의 릴레이 칼럼을 게재합니다. 의료계가 각종 악법에 대한 방어에만 급급할 게 아니라, 선제적으로 꼭 필요한 정책을 제안할 수 있도록 의료계의 많은 관심과 참여 바랍니다.   

①이철호 전 의협 의장 "일차의원과 중소병원 특별법·의료전달체계 정립·수가현실화"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차기 대선이 100일도 채 남지 않았다. 과거 대선을 돌이켜 보면 국민의 소중한 생명과 건강을 책임지는 좋은 어젠다가 반영된 적이 거의 없는 것 같다. 의료정책이 입안되고 실천될 수 있는 중요한 대선 기간을 잘 활용해야 하는데,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대한의사협회도 의료정책연구소를 통해 대선정책 제안서를 만들어 각 후보 진영에 전달하고 이를 반영시키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너무 광범위하고 다수의 제안을 하다 보면 오히려 중요하고 시급히 실현돼야 하는 정책이 묻힐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해 주기 바란다. 아름다운 꽃도 다발로 주면 받은 사람이 유심히 보지 않고 대충 멋있다고만 한다. 꽃을 한두송이만 받으면 유심히 살펴보면서 무슨 꽃인지, 아름다운지, 무슨 색인지, 모양은 어떤지, 향기가 있는지를 자세히 살펴보는 법이다.
 
군대에서 장군은 영어로 제네럴(General)로 표기된다. 별을 달기 전에는 병과가 있지만, 장군이 되면 군 전반에 대해 통찰력을 가진 지휘를 한다고 제네럴이 된다는 의미와 같다. 마찬가지로 대통령도 국정 전반에 대해 제네럴한 통찰력과 지도력으로 나라를 위해 봉사해야 할 것이다. 

또 다른 의미는 대통령 후보들도 자신의 전문 분야가 아닌 보건의료정책에 관해서는 전문가가 아니라는 점이다. 결국 주위 참모진과 보좌진 등 선거캠프에 참여하고 있는 의사들의 자문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다. 부디 이번 대선이 우리나라 의료정책 전반에 걸쳐 근본적인 문제점을 개선하고, 의료의 본질을 회복하는데 기여하기를 바란다. 이에 몇 가지 중요 어젠다를 제안하오니, 각 캠프 차원으로 반영될수 있도록 부탁의 말씀을 드린다.

혹시라도 그동안 문제가 많다고 지적된 정책은 사전에 캠프에서 미리 걸러줄 것을 요청드린다. 그러는 참모진은 안계시겠지만, 자기 일신상의 정치적인 영달이나 자리를 위해 이상한 정책안을 보고도 방치한다면 곤란하다. 모든 것이 나중에 후배의사들에게 냉철하고 날카로운 평가를 받아 영원히, 역사적으로 남는다는 점을 유념해주길 바란다.

일차의원과 중소병원 지원특별법 제정 

최우선적으로 제안하고 싶은 보건의료정책 어젠다는 영세하고 붕괴돼 가는 1차 의원과 중소병원에 대한 지원특별법 제정이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소아청소년과와 이비인후과를 필두로 1차 의원과 중소병원이 무너지고 있다는 심각한 통계보고가 연일 발표되고 있는데, 이에 대한 근본 대책은 전혀 마련되지 않고 있다. 여기에 여러 악조건으로 인해 폐업률이 더욱 증가하고 있는 현실이다. 

건강보험공단의 통계인 '요양기관종별 진료비 점유율' 추이를 살펴보면 의원급 진료비 점유율은 1990년 44.1%에서 2000년 35.5%로 떨어졌고, 2011년에는 21.6%로 급격히 감소했다. 최근에는 20%이하로 떨어져 2019년에는 19.6%, 2020년에는 19.5%로 계속 하향 곡선을 보이고 있으며 실질 진료비 총액도 감소했다.

소규모 영세 중소병원도 종합병원에 비해 증가하지 않고 실질적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보여주고 있어 사정은 매한가지다. 2019년에 점유율이 8.8%, 2020년에도 8.8%로 정체돼있는 현황이다. 

이에 반해 모사립대학병원은 외래수익이 9678억원(입원수익은 1조5969억원)과 9167억원(입원수익은 1조3614억원)으로, 주요사립대병원의 평균 외래 수익율은 34.59%로 입원수익율 62.02%에 비해 증가추세다. 모대학병원은 외래수익 증가율이 19.1%에 달한다. 통계적으로도 1차 의원과 중소병원이 얼마나 고사 위기에 처해 있는지를 증명하고 있다고 하겠다.

이외에도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업종별 영세사업자 실태보고서, 의협 의료정책연구소의 의원경영실태조사 연구 보고서등의 통계도 있지만 지면 관계상 생략한다. 따라서 특단의 지원특별법이 제정되지 않는 한 거의 회복 불능의 위기 상황이라 평가할 수 있다. 세계에서 우리나라만큼 쉽고 편리하게 저수가로 동네 병의원에서 진료받을 수 있는 나라는 없다. 이러한 국민건강증진과 건보재정 안정화에 큰 기여를 해 온 일차진료가 무너지고 있어 하루 속히 특단의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모든 의료제도의 총체적 붕괴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동네 병의원이 살아야 대형병원도 상생한다는 간단한 진리를 간과해서는 안된다. 가칭 '1차의원 및 중소병원 지원(육성, 활성화)특별법'을 제안한다. 과거 중소기업육성특별법, 제약산업육성특별법, 한의약육성특별법 등의 선례가 있어 충분히 근거와 타당성이 있다.  

(1)금융지원특별법: 개인 의원과 중소병원에 대한 자금지원 또는 장기 저금리 융자로 심각한 부채와 이자 부담을 줄여주고, 시설 및 장비투자로 경쟁력을 강화시켜주면 결과적으로 대학병원으로의 환자 쏠림을 줄여 건보재정 안정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 

(2)조세특례: 중소기업특별세액 감면제도에서 2002년 12월 의원급이 감면대상에서 제외되면서 규모가 큰 대규모병원은 세금감면을 받고, 그보다 영세한 의원과 중소병원은 받지 못하는 모순이 발생하고 있다. 당연히 감면대상에 복귀시켜야 한다. 나아가 현행 연 매출 5억원 이상시 세무검증제도인 소위 성실신고확인제를 폐지하거나 기준 액수를 예전의 7억5000만원이나 그이상 10억원 이상으로 조정해주고, 여럿이 공동 개원한 경우 1인당으로 특례 개선해줘야 한다.

(3)노무관리 특례: 의원의 영세성으로 인해 주5일제 근무가 곤란한 상황에서 과도한 노무관리는 의원경영에 압박만 가중되고 구인난에 이중고를 겪고 있어 특례가 필요하고, 영세한 중소병원도 특례지원이 필요하다. 

(4)고용지원특례: 1인 개설 의원급 의료기관은 3~4명의 고용창출효과가 있고, 중소병원도 많은 고용에 기여함으로 중소기업범주에 해당하는 고용지원 특례가 필요하다. 4대보험에 대한 지원 범위를 확대해줘야 한다. 

(5)의료분쟁조정특례: 현재 문제점이 많은 법령 독소조항을 삭제하는 등 재정비해야 하고, '의료적 약자'인 의원과 중소병원에 대한 배려사항 특례조항을 신설해야 한다. 현재 건강보험을 정부가 당연히 강제로 지정해서 진료하게 하는 시스템하에서 의료분쟁시 국가부담을 당연히 책임져야 마땅하다.

(6)의원 및 중소병원 임차보호특례: 임대인의 과도한 횡포와 무리한 요구로부터 임차의원과 중소병원을 보호하기 위한 특례법이 필요하며, 의료의 특성상 국민건강을 위한다는 일부 공공성을 인정한다면 장기간 계약보호, 5%이하의 재계약 상한률, 전세금 우선보장 및 임대 융자등의 정책이 필요하다.

(7)1차의료 증진 특별기금 및 연금법: 사립의원 및 중소병원 시설 개보수 및 의료장비 노후로 교체 시 등에 특별기금지원책이 필요하고, 퇴직금도 없는 상황에서 노후대책기금 지원 특례가 마련돼야 한다. 의료도 교육처럼 국가정책의 중요도를 생각해 '사립학교 연금법'과 같은 '사립의원-중소병원 연금 특별법' 조항을 신설해 국가가 절반을 부담하고, 나중에 은퇴후의 노후를 보장해줘야 한다. 건강보험 강제지정제에 따르고 있으니 당연히 국가도 부담 책임져야 타당하다.

(8)1차의료지원 센터 설립: 특별기금 재원을 조달·관리하고, 1차의원 및 중소병원 육성특별법 전반에 대한 업무를 총괄 시행 및 지도 감독해야 한다. 신규 개원의원에 대한 지원방안 안내와 정보 및 편의 제공, 금융상담 등을 담당하고 육성방안에 대한 연구와 정책수립을 맡도록 해야 한다. 나아가 보건복지부에 전담 정책국을 신설해야 한다.

(9)기타(전기료, 상하수도료 등): 의료의 특성상 국민건강을 위한 진료시설로 운영비 등에 대한 지원특례가 필요하다. 

의료전달체계 재정립 

다음으로 중요한 어젠다는 의료전달체계 재정립이다. 1차 의원과 중소병원은 절대 대형병원과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 법적으로 보호해 주는 전달체계가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통계에서 보듯이 대학병원에서 외래환자로 버는 수익이 의원과 중소병원보다 많은 현실은 개선해야만 한다.

일례로 감기환자를 진료하더라도 대학병원에서의 진료비가 3배 이상인 통계를 비춰볼 때, 이를 1차진료에서 담당하면 그만큼 건보재정도 안정될 것이다. 자세한 내용은 의협 정책제안서에도 포함돼있으나, 앞서 말한 특별법 제정이 꼭 선행돼야 효과가 있을 것이다.

'21세기 보건의료 체계 발전방향 연구'(서울대, 권순만 등, 2010년)에 의하면 큰 병원급 의료기관이 담당하는 외래환자 중 상당수는 일차의료 수준에서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환자라고 분석하고 있다. 즉 대형병원이 의원이나 중소병원에서 담당해야 할 환자를 무차별적으로 잠식하고 있으며, 의원과 병원이 상호보완하는 관계가 아닌 경쟁적 혹은 적대적 관계가 될 수밖에 없어 기능 및 역할분담에 대한 재정립과 의료전달체계 확립에 대한 정책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의료기관의 기능 재정립'(한국보건산업진흥원, 박수경) 연구보고서에서 우리나라 의료전달체계는 구조적 문제로 인해  환자를 ‘의뢰-되의뢰’ 하는 협조체계 구축에 한계가 발생했으며, 전반적인 자원의 과잉현상과 함께 의료기관 유형별 갈등과 경쟁심화로 이어졌다고 했다. 더구나 이러한 문제를 조정해야 할 정부가 그동안 제 역할에 충실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사태를 방관해 개원가의 몰락으로 인한 의료제도의 총체적 붕괴가 초래된다면 그 모든 책임은 소잃고 외양간을 고치려고 하는 정부에 있음을 인식하고, 의협의 정책건의를 받아들일 것을 제안한다.

수가현실화 

마지막으로 각종 문제를 풀 열쇠인 수가 문제를 짚고 가고자 한다. 2000년도 의원 초진료 1만2000원에서 현재 1만6480원으로 21년간 겨우 4480원 인상됐다. 초진료가 매년 평균 213원씩 찔끔거린 기이한 현상을 놓고 정부가 의료를 중요하게 여기는지 궁금하다 못해 서글픈 현실에 기가 막힐 뿐이다. 

서울의대 허대석 교수는 "한국의 의료수가는 OECD국가 1/3 수준이나, 업무량은 3배 이상'으로 수가제도의 근본적인 대폭수술이 전제되지 않으면, 저수가로 인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단위시간당 많은 수의 환자진료(다수량 진료)를 통해 극복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과잉진료가 아님).

국내 의료수가가 워낙 저수가라 '수가 인상'이라고 표현하지 않고 '수가현실화'가 중요하다고 하겠다. 최소 물가인상률과 최저임금 인상률은 무조건 반영돼야 하고, 원가에 미치지 못하는 수가는 당연히 현실화시켜줄 것을 제안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를 자주 인용하는 정부니, 수가도 OECD 최고치가 아니더라도 최소 평균치 정도는 맞춰주기를 제안한다.

동시에 정부는 2001년 7월 강제조제위임제도(소위 의약분업) 시행으로 인한 재정적자 문제 해결을 위해 건강보험재정 안정화 대책이란 미명아래, 진찰료와 처방료를 강제 통합했다. 물론 그 취지는 불필요한 처방을 억제하고 약물 오남용을 억제한다고 하며, 기존의 원외처방료를 의료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압적으로 진찰료(외래관리료)에 통합했다. 그 뒤로 약물오남용에 대한 효과도 입증되지 못하고 있고 더욱이 재정흑자를 장담하고 홍보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마땅히 부활해야 한다. 

이와 함께 만성질환자의 장기처방에 대해 처방일수에 따른 차등가산율도 당연히 원래대로 복구시켜야 한다. 약국 조제료는 일수에 따라 차등을 두고 있는데 비해 형평성 차원에서 당연한 요구가 아닌지 역으로 묻고 싶다. 

이외에도 소위 의약분업(강제조제위임제도) 재평가, 소위 문재인 케어 재평가, 필수의료 지원 및 육성, 장애인과 임산부와 소아 및 노약자등의 국민선택분업, 전공의 교육지원책, 고난도 수술비 현실화, 보건부 독립과 보건의료예산 증액, 건보 국고지원, 심평원 부당삭감 개선, 보건소 기능 개선, 건정심과 기타 의료악법 개선 등 현안이 많지만 위에 언급한 '큰 꽃 세송이'만 선거캠프에 제안드린다. 

각 후보캠프들은 우선적으로 검토해서 대선 공약에 포함될 수 있도록 간곡히 부탁드린다. 의협도 이를 검토해 반영되도록 노력해 주기를 부탁드린다. 단순히 후보캠프에 제안서 전달로 끝나지 말고 꼭 답변서를 증명으로 받아 담보해야 효력이 있다는 사실도 기억해주길 바란다. 기회의 대선판에 잘 대처하지 못하면, 우리 의료계가 '이러다 다 죽어!'가 현실이 되는 비극이 올수도 있다는 사실을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메디게이트뉴스 (news@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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