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정부가 기업의 ESG 정보 공시·공개를 단계적으로 의무화하고 있지만, ESG 등급 'A' 이상을 받은 기업은 100곳 중 14곳에 불과했다.
5일 메디게이트뉴스가 한국ESG기준원에 공개된 주요 제약·바이오기업의 ESG 등급을 조사한 결과, 대부분의 기업이 ESG 경영에 미흡한 성적을 받았다.
금융위원회는 2021년 1월 기업공시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ESG 자율공시 활성화와 단계적 공시대상 확대를 예고했다. 공시 의무화 시기는 2026년 이후며, 확정된 일정은 없다.
이에 일부 제약·바이오기업은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발간하는 등 ESG 경영을 실천하고 있지만, 2023년 통합등급이 A와 A+인 기업은 78개사 중 11개사(14.1%)뿐이었다. 대부분의 기업은 하위권(C·D) 등급에 머물렀다.
ESG 평가 등급은 환경(E), 사회(S), 일반상장사 지배구조(G), 금융사 지배구조(FG)와 ESG 통합 등급으로 부여된다. 등급은 절대평가로 분류되며, S(탁월)등급부터 A+(매우 우수), A(우수), B+(양호), B(보통), C(취약), D(매우 취약)등급으로 부여된다.
환경(E)·사회(S)·지배구조(G), 모두 잡은 기업은? 삼성바이오·HK이노엔 등
통합 A등급 이상을 받은 기업은 ▲삼성바이오로직스 ▲HK이노엔 ▲LG화학 ▲SK바이오사이언스 ▲동아에스티 ▲SK바이오팜 ▲에스티팜 ▲유한양행 ▲일동홀딩스 ▲한독 ▲현대바이오랜드 등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유일하게 A+등급을 받았으며, 나머지 10개사는 모두 A등급을 기록했다. 11개사 모두 사회 부문에서 A 이상 등급을 받았다. 반면 일부 기업은 환경, 지배구조 부문에서는 B+등급을 받았다. 특히 LG화학, SK바이오사이언스, 동아에스티 등 6개사가 환경 부문에서 B+등급을 받았다.
하지만 최근 제약·바이오 기업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발간이 활발해지고, 2050년 넷제로를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만큼 빠른 시일 내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통합 A등급 이상인 기업 대부분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이미 발간하고 있으며, 환경 캠패인 등을 진행하고 있다.
환경 부문에서 B+등급을 받은 SK바이오사이언스는 ESG위원회, ESG 실무협의체와 ESG팀을 운영하고 있으며, 2031년 넷제로 달성을 목표하고 있다. 이를 위해 사업장 친환경 인프라를 구축하거나 공장내 친환경 설비를 확대하고. 환경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SK바이오팜 역시 이사회 산하에 ESG·전략위원회를 두고 있으며, 2024년 7월 기준 4차례 회의가 진행됐다. SK바이오팜은 환경 유해물질 감축을 위해 2040년까지 사업장 온실가스 배출 넷제로 달성과 2025년까지 유해물질 배출량 매년 1% 감축 등 단기·중장기 목표를 구축했다.
동아에스티는 환경 부문에서 온실가스, 에너지 사용량 등 다양한 환경 지표·활동을 환경보고서로 제작했으며, 환경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해 환경적 이슈를 정기적으로 이사회에 보고했다. 사회 부문에서는 인권경영, 안전보건, 불공정 경쟁, 정보보호 정책을 수립해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다.
동아쏘시오그룹의 다른 계열사 에스티팜은 모든 부문에서 A등급의 평가를 받았다. 특히 환경 부문의 등급은 전년 대비 2단계 올랐다.
B등급 이상 A등급 미만으로 평가받은 기업은 78개사 중 25개사(32.1%)로, B+등급을 받은 기업은 14개사, B 등급을 받은 기업은 11개사다. 여기에는 GC녹십자, 대웅제약, 일동제약, 종근당, 한미약품 등이 포함됐다. B등급을 받은 기업은 주로 환경와 사회 부문에서 C 등급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셀트리온과 지씨셀은 25개사 중 유일하게 지배구조 부문에서 C등급을 받았다.
셀트리온은 2022년 3월 회계처리기준을 위반해 재무제표를 작성·공시한 혐의로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담당 임원 해임 권고와 감사인 지정 등의 조치를 받았다. 해당 조치가 지배구조 부문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78개사 중 절반 이상, 취약(C·D) 등급에 머물러…환경 부문 개선 필요
2023년 기준 통합등급이 B등급 미만인 기업은 78개사 중 42개사로 전체의 53.8%에 달한다.
C등급을 받은 기업은 ▲CJ 바이오사이언스 ▲HLB ▲광동제약 ▲국제약품 ▲동국제약 ▲동성제약 ▲동화약품 ▲리가켐바이오 ▲명문제약 ▲삼일제약 ▲삼진제약 ▲셀트리온헬스케어 ▲신라젠 ▲알테오젠 ▲에이비엘바이오 ▲엘앤씨바이오 ▲이연제약 ▲일성아이에스 ▲일양약품 ▲제일약품 ▲제일파마홀딩스 ▲차바이오텍 ▲코오롱생명과학 ▲현대약품으로 전체의 28.2%를 차지했다.
이 중 동성제약은 지배구조 부문에서 B등급을 받았지만, 대표이사(최대주주) 리베이트 혐의 1심 유죄 판결로 기업가치가 훼손되면서 C등급으로 조정됐다.
매우 취약 등급인 D등급으로 평가 받은 기업은 ▲바이넥스 ▲바이오니아 ▲박셀바이오 ▲삼성제약 ▲삼천당제약 ▲셀트리온제약 ▲신풍제약 ▲에이프로젠 ▲에이프로젠바이오로직스 ▲오스코텍 ▲유바이오로직스 ▲유유제약 ▲제넥신 ▲진원생명과학 ▲카나리아바이오 ▲파미셀 ▲팜젠사이언스 ▲한국비엔씨다. 이는 전체의 25.6%에 달하는 규모다.
부문별로 살펴보면 3개 부문 중 환경 부분의 성적이 가장 저조했다. 환경 부문 48개사, 사회 부문 37개사, 지배구조 부문 33개사가 C와 D등급의 성적을 받았다.
기후위기에 대한 관심이 전세계적으로 높아지면서 다수의 제약·바이오 기업이 환경경영 이슈를 체계적으로 구축하고 있지만, B등급 이상을 받기에는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제약바이오협회 관계자는 "추후 ESG 공시 의무화가 도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제약 기업도 기조가 변화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당장 공시의무 대상에 속하지 않더라도, 순차적으로 대상이 확대될 수 있는 만큼 이에 대비해 ESG 기준을 맞추는 방향으로 가야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실제 매출 상위 기업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작성 등 고나련 기조에 맞춘 준비를 이어가고 있다"며 "특히 CMO 회사는 글로벌 기업과 거래하는 만큼 넷제로나 탄소배출 부문에서 높은 가이드 수준을 충족하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어 "제약산업은 케미칼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만큼 폐의약품 처리, 제조시설 관리 측면에서 ESG 강화가 필요하다. 이런 준비를 대형, 중견 제약사 중심으로 추진 중"이라며 "공급망 이슈도 함께 챙겨야 한다. PSCI와 같은 이니셔티브에 가입해 글로벌 수준에 준하는 ESG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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