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과 의사 씨 마른다, 30대 이하 외과 전문의 14%…“외과 수술 가능한 체계부터 다시 짜야”
사진=대한외과학회 김태형 보험위원회 간사 발표 자료.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의정 갈등 이후 정부는 외과 등 필수의료를 살리겠다며 대규모 재정을 투입했지만, 정작 외과 의사들 사이에선 '정책의 방향이 현장을 제대로 바꾸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한외과학회는 현재 정부 정책만으로는 외과 붕괴를 막을 수 없고, 오히려 수도권과 비급여 쏠림을 키웠다고 분석했다.
정부, 지역·필수의료 살리기 진행 중이지만 왜곡도 커져
외과학회 김태형 보험위원회 간사는 30일 경주화백컨벤션센터에서 진행된 외과학회 학술대회에서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과 포괄 2차병원 육성, 중증·응급 수가 가산이 잇따르고 있다고 긍정적으로 언급하면서도 "1년 동안 상종 구조전환 사업 등을 시행해 보니 좋은 얘기보단 나쁜 얘기가 더 많다"고 평가했다.
우선 그는 로봇수술 같은 비급여 진료가 상대적으로 더 큰 수익을 내는 구조가 겹치면서, 정책이 의도한 필수의료 강화보다 '의료기관의 수익 최적화'를 자극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김 간사는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사업에 따라 병원들이 DRG-A(전문질환질병군)에 해당하는 환자들을 중점적으로 보게 되면서 이에 해당하지 않는 특정 진료과들에서 굉장한 반발 및 이탈이 발생하고 있다"며 "특히 DRG-A군에서 로봇 수술을 허용하면서 로봇수술이 갑자기 급증하는 결과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필수, 지방의료를 살리겠다고 중증 환자에 대한 수가 가산을 했지만 수가 가산을 뛰어넘는 비급여 수술인 로봇수술이 더 흥행하는 결과가 발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손해보험협회 자료에 따르면 로봇수술 관련 실손보험금 청구건수는 최근 2년 사이 70.2%, 청구금액은 96.0%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정책으로 인해 지역의료 붕괴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실제로 지방은 상대적으로 응급수술이 가능한 병원이 줄고 있다. 경상권에서는 응급수술 불가 병원이 20%에 달한다.
김태형 간사는 "수도권에 있는 대형병원들이 중증 A군 환자 비중을 맞추기 위해 A군 환자를 볼 수 있는 의료인력을 흡수하면서 쏠림이 심해졌다"며 "지방 A병원 종양외과의 경우 한 병원에 있는 교수들 전체가 사직해 수도권으로 이동하는 바람에 A병원 종양외과 자체가 문을 닫게된 사례도 있었다"고 소개했다.
외과 고령화 심각한 수준…10년 뒤엔 외과 인력 20% 빈다
외과 인력 붕괴는 현재진행형이다. 특히 외과의사 고령화가 심각한 수준이다.
외과학회에 따르면, 최근 60대 이상 외과 전문의 비중은 30%가 늘어난 반면 30대 이하 외과 전문의는 14% 수준에 불과하다.
김 간사는 "지금와 같은 외과 의사 고령화 추세가 이어질 경우 2036년에는 외과 인력이 현재 대비 20% 부족해질 것”이라며, "지금의 정책은 인력 유입을 막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고 말했다.
대한외과학회 정윤빈 부총무도 “외과 전문의 평균 연령이 50세를 넘었고 40대 이하 인력이 감소 중이다. 전공의 충원율도 60%대에 그친다”며 "인력 구조가 ‘피라미드’가 아니라 ‘와인잔’ 형태로 무너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수가를 올려도 젊은 의사들에게 외과는 여전히 가고 싶지 않은 과”라며, 수술 인력의 탈출을 막지 못하는 정책은 근본 해법이 아니라고 말했다.
학회는 정부가 법적 안전망 마련에 미흡하다는 점도 지목했다.
정윤빈 부총무는 "의료사고 기소 부담이 일본이나 영국보다 훨씬 높아 젊은 의사들이 외과를 기피하고 있다"며 “실력보다 준비가 더 중요한 시대인데도 책임은 과도하게 의료진에게 전가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의료분쟁조정법 개정 역시 현장 체감이 낮다고 지적하며, “법 조항으로 12가지 중과실을 정의하고 있지만 사실은 현장에서 보기에 굉장히 모호하다. 어쩌면 이런 조항들이 우리를 보호하겠다고 만들었지만 법안 때문에 더 문제가 되겠다고 생각되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고 비판했다.
의사만 늘려선 외과 지원 안 늘어…직접 보상·상대가치 개편 필요
김 간사는 외과 전공의 지원과 관련해 일본의 사례를 들었다. 일본이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비슷한 위기를 겪었지만, 의대 정원 확대만으로는 외과 지원 등 필수의료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는 취지다.
그는 "일본은 2008년부터 약 10년간 의대 정원을 늘렸고 그 효과가 이제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현실을 보면 의사 수는 늘어도 의사들이 필수의료로 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실제로 20년 동안 일본 의사 총 수는 30%가 증가했지만 일반 외과 의사 수는 20%가 줄었다"며 "감소 이유는 우리와 비슷하다. 잦은 당직과 응급 수술 등으로 인해 신규 수련의 유입이 급감했다"고 설명했다.
사진=대한외과학회 정윤빈 부총무 발표자료
외과학회는 현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보다 근본적인 직접 지원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김 간사는 “외과 전체 행위는 의료행위의 15%를 차지하지만 상대가치 점수 총점은 2.1%에 불과하다”며 "근본적인 상대가치 재설계가 필요하다. 전반적으로 저평가된 외과 처치와 수술 행위에 대한 합리적 반영이 필요하다. 특히 미세침습수술(MIS)에 대한 합리적인 수가 반영과 복강경 수술 수가 신설이 요구된다"고 제언했다.
이어 "저보상, 산정불가로 표시된 수술기구와 재료대에 대한 현실적인 직접비 반영이 필요하다"며 "과중한 업무부담과 상대적 저보상 구조에 대한 혁신적인 개혁을 실행해달라. 수술 비용의 일정 부분을 지원하는 인센티브를 주지 않으면 신규 외과 의사는 더 이상 유입되지 않는다. 결국 외과가 씨가 말라 고사되는 위기에 처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정윤빈 부총무도 "중증도 분류체계 개선과 수술 전후, 대기와 책임에 대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