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엽 교수·김윤 교수가 바라본 공공의료 "지역사회 요구 수용하고 모두 공평한 의료서비스 받아야"
복지부·국립중앙의료원 제1회 공공의료 페스티벌, 지역사회 권한과 책임 강화 제시
[메디게이트뉴스 정다연 기자] 공공의료의 방향은 어떻게 설정해야 할까. 이 분야의 전문가로 꼽히는 김창엽 교수와 김윤 교수는 지역에 공공의료 시스템 구축을 위한 권한과 책임을 강화하고 지역간 격차 없이 모두 공평한 의료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와 국립중앙의료원은 26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제 1회 공공의료 페스티벌'을 열고 공공의료를 주제로 심포지엄을 진행했다. 이날 행사에는 공공의료기관 관련 종사자 1000여 명이 참석했다.
지역 주민들 요구에 걸맞는 능동적 보건의료체계 만들어야
이날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보건학과 김창엽 교수는 '국민의 건강한 삶을 위해 국가는 무엇을 해야 하나'라는 주제의 기조연설에서 기존의 기관 중심 담론이 아닌 공공보건의료 생태계 강화로 공공보건의료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환경이 바뀌었다. 각 지역 주민들로부터 새로운 수요가 생기고 있다. 아래에서부터 변화가 시작되는 것이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구체적인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1980년대에 의료공공성의 개념이 많이 바뀌었다. 빅5 메이저 병원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졌고 비용, 의료 질에 대한 의미가 많이 달라졌다. 지역에서는 의료 수요가 충족되지 못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지난 지방선거에서 지역마다 도립병원, 민간병원, 국립병원 분원 등을 유치하겠다는 말이 많이 나왔다. 정치적으로 대단히 가능성이 낮고 어려운데 이런 목소리 나온 이유는 지역에서부터 요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며 "한국 사회에서 공공보건의료체계를 다시 설계해야한다는 동력이 작동하고 있다. 정치적 기회가 열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금까지 해왔던 기관 위주 시스템을 바꿔 제도, 정책을 바꾸고 주민 등 지역사회 구성원이 함께 참여해 공공의료의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지난 20년간 공공보건의료 강화는 의료기관의 강화로 이해됐다. 공적 서비스 늘리기, 지역주민이 만족하는 병원 등 이런 전략만으로는 부족하다. 세가지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첫째, 좋은 공공의료기관이 혁신해야 한다. 둘째, 공공보건의료를 둘러싼 시스템과 정부 제도로 시스템이 강화돼야 한다"며 "셋째, 지역 주민이 원하는 의료를 이해하고 주민 또한 공공보건의료에 대해 이해하도록 해야 한다. 지역 주민과 사회 구성원 전체의 공공성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공보건의료 종사자의 역할도 강조했다. 김 교수는 "모범이 되는 공공의료 사례를 만들어야 한다. 좋은 사례가 있어야 다른 지역에서도 롤모델을 삼고 지역 주민들이 우리도 좋은 공공의료 모범 사례를 도입하려는 상상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지역사회에서 나오는 요구에 대한 대안을 기획자가 제시해야 한다"며 "정치인도 역할을 할 수 있지만 공공보건의료 종사자가 전문가로서 이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말해다.
김 교수는 "지역 주민이 어떤 의료 체계의 필요성을 말하면 공공보건의료 종사자들이 민간으로 해결될 문제인지, 공공병원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인지,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 등을 기획해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역의 공공병원은 보건의료 당국으로서 공공병원이 있는 지역에서 밖으로 나가는 환자에 대해 얼마나 많은 인원이 어디에 있는 병원으로 무슨 이유로 나가는지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책임의료기관으로 의료 접근체계 바꿔 의료 양극화 극복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의료관리학교실 김윤 교수는 '공공의료체계에서 책임의료기관의 역할' 주제 발표에서 개별 공공의료기관에 대한 지원이 아니라 지역 공공의료 시스템으로 의료 접근 체계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의료 양극화가 심각하다. 서울과 지방 간 격차도 크고 꼭 시골이 아니더라도 서울과 다른 대도시도 건강 격차가 심하다"며 "모든 의료는 공공적이어야 한다. 사람은 건강하지 않으면 인간다운 생활을 하지 못한다. 사람들이 건강한 삶을 누리도록 하는 것은 사회의 기본 의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한국의 의료체계는 의료가 공공적이라는 전제에서 출발했지만 의료를 시장에 맡겨 다른 서비스 상품과 똑같이 취급해왔다"며 "건강보험이 있어 비용 부담 측면에서는 절감해 왔지만 서비스는 시장에 맡겨 여러가지 문제를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교수는 "한국은 민간을 중심으로 의료 체계를 구축해왔기 때문에 수요가 많은 대도시를 중심으로 병원이 분포 됐다. 시골에는 작은 병원만 남게 됐다"며 "그 결과, 시골은 의료 자원 부족으로 사망률이 대도시 보다 높고, 대도시는 공급 과잉으로 의료 질이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민간의료 자원의 분포를 극복해 필수 의료를 중심으로 전국민이 어디서나 의료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는 '평평한 의료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중증환자는 300 병상 이하 병원에서 진료받을 경우 사망률이 증가한다. 지역책임의료기관을 육성해 의료 취약지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예시로 설명하겠다. 속초 진료권은 인구가 17만3496명이다. 하지만 일반 2차 종합병원인 속초의료원과 속초보광병원이 있고 제한적인 2차 병원인 인제고려병원만 있다"며 "기존 종합병원 2개는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으로 확충하고 인제고려병원은 24시간 응급과 경증 입원으로 기능을 전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이는 권역 및 지역책임병원의 균등 배치로 골든타임을 보장하는 방안이다"며 "수요가 있어도 지역에는 병원이 생기지 않았던 문제와 병원이 과잉 공급돼 의료 질이 떨어지는 부산 등 대도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다만 센터를 설치하고 기존 방식대로 보험 수가로만 재정을 운영해서는 안된다. 응급의료 기금을 만들어 인건비 등을 안정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며 "또 권역 책임의료기관이 환자 치료만 신경쓸 것이 아니라 병원 전원 등 지역 책임성을 강화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의료체계 운영 방식은 '사업 관리'에서 '목표기반 관리'로 전환해야 한다. 중앙정부는 보건의료 지방분권화를 위해 지방정부에 목표를 주고 모니터링 및 평가 기반 예산지원을 해야한다"며 "지방정부가 자율적으로 운영해 지역의료의 책임과 권한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더 이상 각자도생이 아닌 시스템 중심으로 공공의료를 강화해야 한다. 공공의료는 모든 사람이 공평하게 의료 서비스를 누리고 건강하게 사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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