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1.07.07 04:40최종 업데이트 21.07.07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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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층 먼저·지자체 우선" 코로나19 백신 우선순위 논란…임의적 분배 부작용 우려

방역 효율 따져 수도권‧젊은 층 접종 강화해야 vs 지자체 별 우선접종 기준 혼선만 야기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정부의 코로나19 백신 배정의 개선을 요구하는 주장이 연이어 등장하면서 접종 우선순위에 대한 문제가 사회적 쟁점으로 떠올랐다.
 
최근 수도권에서 신규 확진이 대폭 늘어나면서 지역별로 백신 접종 우선순위를 배정해야 하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젊은층에서 확진이 늘어나자 젊은 층에 우선 접종을 시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것이다.
 
반면 전문가들은 지자체 별로 접종 우선순위가 상이해질 경우, 전체적인 백신 접종 기준 자체가 흔들릴 우려가 있다는 입장이다. 즉 임의적 특성을 기반으로 한 우선순위 선정은 옳지 않다는 취지다.
 
이젠 방역 효율성 따져 백신 접종 해야…수도권 젊은 층 우선순위 높이자

 
이번 접종 우선순위 배정 개선 요구의 핵심은 확진자가 대거 몰려 있는데 ‘수도권’과 ‘젊은 층’이 접종을 먼저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박유미 서울시 시민건강국장은 6일 오전 정례 브리핑에서 "중앙정부에 서울시 접종 물량을 추가해줄 것을 요청했다. 주말에도 질병관리청과 같이 자치구에 주는 접종 물량의 확대 부분을 협의했다"고 말했다.
 
앞서 오세훈 서울시장도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내놨다. 이날 오전 수도권 방역특별점검회의에서 김부겸 국무총리에게 오 시장은 젊은 층의 우선 접종을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활동량이 많고 감염 위험이 높은 젊은 층 등 집단에 대해 우선 접종할 수 있도록 서울시에 더 많은 백신을 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인구가 밀집된 수도권의 지역 우선 배분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는 지난달 29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이젠 백신의 지역적 우선 배분을 고려해야 할 때"라며 "수도권 중에서도 인구가 밀집된 지역에 우선 접종이 가능하도록 정책 개선이 필요하다"고 발언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도 여름휴가철 관광객의 증가를 대비해 제주도민에 우선 접종을 해달라고 지난달 건의했다.
 
이 같은 주장은 지금까지 연령순에 따라 고위험군 접종을 우선 실시하는 정부 정책에 반한다.방역당국은 고령층에서 코로나19 사망자가 많이 발생한다는 점에서 고령자와 의료인 등 필수인력에 한해 우선적으로 백신 접종을 실시해왔다.
 
그러나 이젠 방역 효율성 측면에서 감염병 확산 차단을 위해 젊은 층과 일부 지역 등에 접종에 집중해야 한다는 게 이들 지자체의 견해다.
 
이들 지자체의 주장은 7월 말 예정된 정부의 '지자체 자율 접종' 제도를 다분히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방역당국은 지난달 17일 '3분기 접종계획'을 발표하면서 지자체 자율 접종 방안도 함께 내놨다. 7월 말 백신 도입 상황에 따라 각 지자체 인구 비례로 백신 물량을 일정 수준 배정해 지자체가 지역 특성과 방역상황을 고려해 접종을 자체적으로 실시토록 하는 것이 골자다.
 
즉 이번 백신 우선접종 논쟁 발언들은 지자체 자율 접종 백신 물량을 조금이라도 더 확보하기 위한 정치적 발언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구체적인 방역 계획과 틀 안에서 이뤄진 발언이라기 보단 백신을 제때 많이 따오기 위한 지자체들의 경쟁식 발언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세계적 백신 분배 원리, 이익 극대화‧분배 동등성 강조
 
그렇다면 세계적으로 코로나19 백신 분배는 어떤 원리로 이뤄지고 있을까.
 
코로나19 상황에서 희소한 의료자원을 어떻게 배분할지에 대한 초기 가이드라인은 2020년 5월 펜실베니아 대학 엠마뉴엘 등 윤리학자들이 발표한 윤리적 프레임워크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이익 극대화 ▲평등한 대우 ▲구조적 가치 증진 ▲최악의 상태에 있는 사람에 대한 우선권 부여 등 네 가지를 기본 윤리 가치로 꼽았다.
 
구체적으로 이들은 가장 많은 수의 생명을 구하고 치료 후 수명을 극대화시키는 뱡향과 함께 의료 종사자 및 중요한 인프라를 유지하는 사람들에게 우선순위를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예후가 유사하다면 무작위 분배로 동등성을 작동해야 하고 우선순위 지정 기준은 특정 자원에 맞게 조정돼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백신 분배 프레임워크 윤리적 가치 비교. 사진=COVID-19 백신 분배 윤리(2021).

펜실베니아 대학의 프레임워크 이후 코로나19 백신 분배에 대한 구체적은 가이드라인도 대거 발표됐다.
 
대표적으로 2020년 8월 존스홉킨스 대학 건강보건센터 연구팀은 전체적인 이익을 극대화하는데 초점을 맞춘 공리주의적 방향과 개인을 치료하고 사회적 형평성을 높이는데 초점을 맞춘 형평성을 강조했다.
 
이들 연구팀은 접종 우선순위 그룹으로 첫 번째 일선 의료진과 중병 및 사망 위험이 가장 큰 환자, 핵심 사회 기능 유지 근로자를 꼽았고 두 번째 그룹으로 광벙위한 건강 서비스에 종사자, 치료가 어려운 중환자, 생활 또는 근무 조건 위험이 높은 사람을 뽑았다.
 
2020년 9월 세계보건기구(WHO)도 이익의 극대화, 공정성, 형평성, 호혜와 정당성 등을 핵심 윤리적 원칙으로 정했다. WHO는 우선순위를 정하진 않았으나 심각한 질병이나 사망의 위험이 높은 그룹, 감염 위험이 상당히 높은 그룹, 전파할 위험이 높은 그룹, 불균형한 부담을 짊어질 위험에 처한 취약 집단, 의료 종사자와 기타 필수 종사자 등을 우선 접종이 필요한 이들로 꼽았다.
 
이 같은 가이드라인을 기준으로 대부분의 국가에서 비슷한 접종 우선순위를 설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1분기 우선 접종 대상자로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의 입원 및 입소자와 종사자’,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하는 기관 종사자’, ‘고위험 의료 기관종사자(보건의료인)’, ‘1차 대응요원(역학조사, 구급대 등)’, ‘정신요양과 재활시설등의 입소자 및 종사자’를 설정하고 있다.
 
반면 초기 프랑스 고등보건당국(HAS)이 정한 우선순위는 이와 다른 특이한 점이 있다. 지난 6월 한국의료윤리학회지에 발표된 ‘코로나19, 프랑스 백신 접종계획의 혼란과 윤리적 문제’ 연구에 따르면 이는 바로 의료와 사회시설 종사자들의 우선순위 배정에 나이와 동발질환 유무 등 추가적인 기준이 적용됐다는 것이다.
 
즉 독일과 영국 등 대부분의 국가는 직업군 내 사람들 간의 추가적인 우선순위, 다시 말해 이중적인 기준을 적용하고 있지 않지만 프랑스는 의료와 사회시설 종사자라는 일의 성격만으로 우선순위 대상자로 분류하지 않는 것이다.
 
이 때문에 프랑스에선 접종 초기 노인요양시설에 근무하는 40대 건강한 의사의 경우, 대부분의 국가에서 최우선 접종 대상자로 분류되지만 프랑스에선 3분기 접종 대상자였다.
 
그러나 백신 접종 우선순위 분류가 지나치게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걸린다는 이유로 프랑스 당국은 접종 시작 10일 만에 우선순위 단순화, 확장성과 함께 접종 가속화 등을 위해 계획을 수정했다.
 
전문가들, 지자체 별 우선접종 기준 혼선 우려…“임의적 특성 기반 분배 반대”
 
국내 전문가들은 접종 우선순위의 큰 틀을 버리고 지자체 별로 지역 혹은 젊은 층에 우선 접종을 하게 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특히 오히려 부작용만 야기할 수 있다는 견해도 나온다.
 
대한백신학회 마상혁 부회장은 "설득력 있는 과학적 데이터를 가지고 주장을 해야 되는데 이는 정치적 발언으로 밖에 볼 수 없다"며 "백신 물량의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사회적 합의 없이 접종 우선순위를 지자체별로 바꾸는 행위는 위험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백신의 큰 효과를 보기 위해선 2차접종까지 끝 맞쳐야 되는데 그러기 위해선 최소 한 달 이상이 소요된다. 지금 당장 젊은 층에서 확진이 늘어났다고 접종 우선순위를 변경하는 것은 과학적으로도 효과가 별로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대 의과대학 김옥주 인문의학교실 교수는 최근 발표된 '코로나19 백신 분배 윤리' 연구에서 "사람은 출생함과 동시에 동일한 권리를 가진다. 따라서 백신은 인간의 통제를 벗어난 도덕적 관점에서 임의적인 특성을 기반으로 분배되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이어 "백신 분배 계획은 최소한 건강 불평등을 악화시키지 않아야 하며 오히려 이를 완화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며 "국가 내에서 백신 우선순위는 사회적, 지리적 또는 생물 의학적 요인으로 인해 더 큰 부담을 겪을 위험에 처한 그룹의 취약성, 위험 및 요구를 고려하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오히려 지금의 정책보다 고위험군을 보호하기 위해 더 보수적으로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는 견해도 나온다. 정부는 오는 19일부터 30일 사이 고3학생 등을 대상으로 화이자 백신 접종을 실시한다는 계획이지만 이에 대한 물량을 고위험군에게 돌려야 한다는 것이다.
 
가천대 길병원 정재훈 예방의학과 교수는 "국가적으로 고등학교 3학년은 특별하게 여겨질 수 있다. 그러나 수학능력시험은 11월로 예정돼 있고 아직 3개월 이상의 시간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이 물량을 50대와 기저질환자 등에 배정한다면 더 종식시점을 앞당길 수도 있다. 또 의학적으로 고3 학생이 50대와 50세 미만 기저질환자에 우선할 정도로 접종이 필요한 대상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하경대 기자 (kdha@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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