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9.06.04 06:20최종 업데이트 19.06.05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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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전공의 수련교육을 둘러싼 쟁점은... 정량중심 수련 또는 역량중심 수련

[임신 전공의②] 의학회 "수련기간 필요하면 연장해야", 대전협 "수련의 질 기반으로 논의해야"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전공의 모집 면접에서 임신 가능성이 있는 여성 지원자는 임신 계획이 없다고 증명해야 했다. 의국에서는 임신을 하면 안 된다는 무언의 압박을 받았다. 임신을 한 전공의는 병원에서 질시나 압력을 받는 것은 물론, 임신부 근로자로서 권리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 채 위해한 일에 내몰렸다."

"임신 전공의 대책으로 의료계에서 꾸준히 제기된 논쟁은 수련시간 단축으로 인한 추가수련 여부였다. 하지만 추가수련만으로는 결코 임신 전공의의 수련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임신 전공의 논쟁은 의료계 내에서 여성 전공의의 위치에 대한 고찰을 바탕으로 활발한 논쟁을 거쳐 해결책을 모색하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여성 전공의들의 목소리 중에서)

이번 임신 전공의 기획은 여성 전공의들의 목소리를 통해 임신과 관련해 전공의들이 처한 현실을 살펴보고, 현재 진행 중인 추가수련 논쟁을 짚은 다음, 대안을 모색하는 내용을 담는다.

임신 전공의
'임신할 계획입니까? 당신은 우리와 일할 수 없습니다' 의료계 만연한 임신 전공의 기피현상
② 임신 전공의 수련교육을 둘러싼 쟁점은... 정량중심 수련 또는 역량중심 수련 관점의 차이
③ 임신 전공의 등 여성 의사의 인권 향상 위한 대책 우선순위는

[메디게이트뉴스 정다연 기자] 임신 전공의는 주40시간을 근무한다. 그러다 보니 주80시간을 근무하는 다른 전공의에 비해 수련시간이 부족하다. 임신 전공의 수련 대책으로 추가수련 논쟁이 불거지는 이유다. 추가수련 논쟁은 물리적인 수련 시간의 충족인지 아니면 수련 내용을 바탕으로 하는 수련 이수인지 관점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대한의학회는 전공의 수련의 기반이 됐던 수련시간을 바탕으로 전공의가 임신으로 인해 단축한 시간에 대해 필요하다면 수련기간을 연장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이에 대해 대한전공의협의회는 단순한 수련 연장이 아니라 전공의가 임신했던 연차에 따라 필요한 수련을 보충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임신 전공의 수련 대책은 1년 넘게 교착상태에 빠져있다. 그 사이 임신 전공의들은 수련병원에서 신체적 또는 정신적 폭력에 시달리고 있다. 수련 대책의 부재로 인해 임신 전공의들은 근로기준법에 따라 주 40시간을 근무한다는 이유만으로 미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들은 수련의 질이 떨어지는 업무 몰아주기 등으로 동료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하거나 출산 휴가에서 복귀했을 때 낮은 연차의 수련 업무를 배정받는 방식으로 의국에서 차별을 받고 있다. 

대책 마련이 시급한데도 불구하고 논의는 활발하지 않다. 국가의 의료인력을 양성하고 관리할 책임이 있는 보건복지부는 누구의 편도 아니라는 자세로 관망하고 있다. 그러나 수련병원과 학회, 대전협의 입장이 좀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한 상황에서 정부가 대책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임신 전공의 수련 대책은 우수한 여성 의료 인력 양성에 장애물이 될 수도 있고 통로가 될 수도 있는 만큼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의학회, "임신 전공의 근무 단축 및 휴직으로 인한 추가수련 필요"

대한의학회는 추가수련이 필요하면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해 복지부가 근로기준법에 따라 임신한 근로자의 주 40시간 근무 준수를 수련병원과 학회에 권고한 바 있다. 근로기준법을 위반하면, 수련병원은 시정명령, 과태료, 수련병원 지정 취소 등 처분을 받을 수 있다. 임신 전공의 추가수련에 대한 논의는 이에 따른 대안으로 나왔다.

당시 학회들은 임신 전공의의 추가수련 필요성에 대해 엇갈린 입장을 보였다. 총 26개 학회 중에 임신 전공의의 추가수련이 필요하지 않다고 명확히 밝힌 곳은 신경외과, 직업환경의학과, 진단검사의학과, 예방의학과 등 4개 학회다. 12개 학회는 추가수련이 필요하다고 밝혔고 10개 학회는 아예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대한의학회 관계자는 "의학회는 현재로서 임신 전공의에게 단축 근무 및 휴직을 하는 대신에 추가수련을 받는 방안 등 선택권을 주고 추가수련이 필요하면 추가수련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며 "추가수련 외에 다른 대책을 논의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만약 임신한 전공의가 1년 휴직을 하면 1년을 더 해야한다는 의미다. 전공의 수련 기간 중에 첫 번째 출산을 했을 때, 노동법이 보장하는 3개월 출산휴가에 대해 3개월 추가수련을 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하지만 수련 기간 중에 두 번째 출산을 하게 된다면, 전공의 수련이 전문의 시험과 연관 돼 있으므로 시험을 치르기 위해 부족한 부분을 추가로 수련받아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문과목별 연차별 교육수련프로그램을 먼저 마련하고 수련을 보충해야한다는 대전협 입장은 현실적으로 당장 준비하기 어려운 일이다"며 "한 마디로 역량중심 지표를 마련하라는 것인데 의학회가 지난 2016년부터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등 의료 선진국도 이를 마련하는데 10년이 걸렸다.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일이다"고 말했다.

그는 "임신 전공의 수련 대책은 수련평가위원회에서 결정해야 하는데 아직까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공의, "물리적 시간 충족이 아니라 부족한 수련내용 보충 필요"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수련기간만 연장하는 추가수련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임신 전공의의 추가수련 대책은 수련의 질을 보장하는 방향에서 전공의가 임신 당시에 경험하지 못한 수련 내용을 중심으로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대전협은 전문과목별 연차별 교육수련프로그램을 먼저 마련하고 임신전공의 수련 대책을 세워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전협 이승우 회장은 "수련의 질은 시간으로만 결정되지 않는다. 전공의법에는 최대 수련 시간만 규정돼 있고 최소 수련 시간에 대해 규정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임신한 전공의가 주 40시간을 근무한다고 해서 그만큼 추가수련을 해야한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진정한 의료 인력의 양성을 위해서는 전공의가 임신한 때에 충분히 경험하지 못한 수련 교육이 무엇인지 살피고 그에 따라 수련 보충이 추가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은 "예를 들어 전공의 1년차 때는 입원환자를 주로 돌보고 3년차 때는 수술 등 숙련을 한다면, 1년차 때 임신했던 전공의와 3년차때 임신했던 전공의에게 필요한 추가수련은 다르다. 수련시간만 채우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임신 전공의 수련 문제는 전공의 수련의 질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단순히 시간만 채우자는 의견에 동의할 수 없다"며 "각 학회가 연차별 교육수련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 그에 따라 임신한 전공의에게 필요한 수련 교육을 추가로 받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임신 전공의에게 추가수련을 선택을 하라고 하는데 대체 인력이 없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결원 등 부족한 인력에 대해 복지부가 임신 전공의의 수까지 고려해 대체 인력에 대한 비용을 지원해야 한다"며 "또 수련규칙 표준안에 모성보호에 관한 규정을 만들어 복지부가 수련병원의 모성보호 준수 여부를 감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복지부의 뒷받침 없이는 임신과 출산으로 인한 여성 전공의 기피 현상이 개선될 수 없고 수련병원 내에서 임신 전공의의 기본권도 지켜지기 어렵다"며 "임신 전공의 수련 대책은 향후 여성 의료인 양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복지부가 지원 방안을 마련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복지부, "의학회와 전공의협의회 입장 조율해 대책 강구하겠다"

보건복지부는 임신 전공의 수련 대책과 관련해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1년 넘게 교착상태에 빠진 임신 전공의 문제를 두고 의료계 일각에서는 '복지부가 임신 전공의 문제에 관심이 없고 해결할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미온적인 자세라는 지적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임신 전공의 수련 문제에 대해 최근에 수련환경평가 위원회에서 논의를 한 번 했다. 의견이 달라서 뾰족한 결론은 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고 밝혔다.

복지부 관계자는 "추가수련에 찬성한다거나 반대한다는 등에 대해 복지부가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의학회의 의견도 전공의협의회의 의견도 타당성이 있기 때문에 복지부는 입장을 조율하는 입장에서 대책을 마련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임신 전공의 수련 대책과 관련해 정리해야할 일이 많지만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 복지부 차원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법이나 제도를 개선할지 검토 중이다. 세부방향을 어떻게 취할지 아직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논쟁에 관해 그동안 복지부가 미온적이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쉽지 않은 문제다. 수평위에서도 여러 차례 논의를 했다. 다만 바람직한 대안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복지부도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다연 기자 (dyjeong@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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