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안에 의사 출신 기초의학 교수 70%가 퇴직하는 등 기초의학 기피로 인해 심각한 상황이 초래될 것이란 경고가 나왔다.
대한생리학회 회장인 박병림(원광의대 생리학교실) 교수는 대한의학회가 발간하는 뉴스레터 최신호에 '기초의학, 이대로 둘 것인가?'란 글을 실었다.
박 교수는 "현재 의대 안에서 기초의학의 입지는 킬리만자로의 만년설이 점차 사라지는 현상과 흡사하다"면서 "지금부터라도 기초의학의 위기를 자각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 노력한다면 국민 건강 향상뿐만 아니라 노벨상의 영광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현재 대부분의 의대는 일차 진료의사 양성을 교육목표로 설정하고, 임상의학 위주로 통합강의를 진행하면서 기초의학 강의와 실습이 자연스레 축소돼 과학적 사고능력 개발이 멀어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박 교수는 이 시점에서 임상의학 교육만을 강조하는 의학자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는 "현재 우리나라 교육과정은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마치고 수학능력시험을 거쳐 대학에 진학하는데 초등학교, 중학교 교육과정을 거치지 않고 고등학교 과정만 마치고 수학능력시험을 치른다면 어떨까?"라고 물었다.
그는 "유년기, 청장년기, 노년기를 거치는 동안 각 단계에서 그 때 습득하는 필수 요소들이 있지 않겠느냐"면서 "마찬가지로 의학교육에서 기초의학교육이 부실하게 되면 결국에는 부실한 의사를 양성하는 치명적인 오류를 범하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의대 학생교육이나 연구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교수인력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에 따르면 기초의학 교수는 2004~20013년까지 10년간 87명이 늘었는데 이중 의사 출신이 32명, 비의사 출신이 55명이었다.
기초의학 교수에서 의사 출신 교수 비율은 2004년 71.7%에서 2013년 69.3%이지만 전공의 제도가 있는 병리학과 예방의학을 제외하면 의사출신 교수 비율은 50% 수준에 불과하다.
박 교수는 "향후 정년퇴직을 예상하면 15년 안에 의사 출신 교수가 70% 퇴직하는 상황을 초래하고, 기초의학 전체 교수 측면에서는 현재 5명의 교수가 퇴임할 때 1명의 신임 교수를 채용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어 향후 기초의학 교수는 절대적으로 감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기초의학 지원자가 감소하고, 기초의학 교수를 양성하는데 7-8년이 소요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기초의학의 미래가 결코 밝다고 말하기 어렵다는 게 박 교수의 주장이다.
박병림 교수는 "의학 교육의 내실화를 위해 과학적 능력 향상을 바탕으로 한 교육과정을 설정해야 하며, 의과대학 인증평가에서 기초의학 영역을 확대하고, 의사국가시험에서 기초의학 분야를 신설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그는 "연구 측면에서는 중개연구를 활성화하고, 범정부 차원에서 국가 R&D 사업을 확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기초의학 교수 육성 측면에서는 기초의학 전문의 제도를 신설하고, 범정부 차원에서 이를 지원할 수 있는 제도를 수립해야 한다"면서 "의학계 모두가 한 목소리로 기초의학의 육성을 위해 노력한다면 미래는 밝아질 것"이라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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