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4.01.05 08:41최종 업데이트 24.01.05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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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고지원 빠진 건강보험 재정 내 '혁신계정' 신설, 또 어떤 수가를 후려치겠다는 건가

[칼럼] 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장 전라북도의사회 부회장

사진=챗GPT가 그려준 한국 의사들이 정부 정책에 반대하며 시위하는 장면. 

[메디게이트뉴스] 보건복지부가 필수의료 분야의 재정지원을 확대하기 위해 건강보험 재정 내에 '혁신계정'을 신설해 집중 투자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예산을 추가로 투입하겠다는 말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복지부는 4일 지역 및 필수의료 혁신을 위한 강원 지역 간담회를 개최하고 '필수의료 패키지' 중에서 필수의료 분야의 재정지원 확대방안, 비급여 관리방안과 지역별 특성에 맞는 의료기관 육성방안 등을 제안했다. 

복지부는 2023년 10월에도 모든 국민이 제때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필수의료 혁신전략’과 ‘의사인력 확충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이후 의료사고 발생 시 환자와 의료인을 위한 사법 안전망 구축, 전문의 중심으로의 병원 인력구조 개편 등의 과제를 담은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를 마련하겠다고 거창하게 발표했다. 하지만 두 달이 지나도록 구체적인 계획이 이행된 것은 하나도 없다. 

그런데도 복지부는 대한의사협회, 병원계, 의학교육계, 시민사회단체 등 각계와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소통의 방식으로 차관의 전국투어에 이어 실장의 전국 투어를 보니 복지부가 정치인의 방식으로 문제를 풀려고 하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복지부는 2023년 1월 '필수의료 지원대책'을 발표한 이래 소아의료대책, 응급의료대책 등을 통해 고위험 고난이도 행위에 대한 수가 인상 계획을 밝혀 왔다. 하지만 현재 같은 상황에선 지역 필수의료 살리기 핵심 과제를 해결할 응급의료대책으로 부산에서 헬기로 서울로 이송하면 될 뿐이다. 의대증원 보다는 증원하려는 의대생숫자 만큼 응급 헬기를 더 많이 준비하면 그만이다. 

건강보험 재정 내 혁신계정 신설은 업무강도·소모자원 대비 저평가된 필수의료 분야 집중투자 수단을 마련하고, 건보재정 내에서 별도계정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재정 운영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정도로 이해는 할 수 있다. 복지부가 단독으로 국고지원금 확충을 결정할 수 없고 기획재정부의 눈치를 봐야 하기 때문에 '재정 순증'은 권한 밖이라는 입장도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예산 투입없이 필수 건강보험 재정 내 혁신계정 신설과 필수의료 맞춤형 재정투자를 강화하겠단 발표는 그저 '의대정원 증원 카드를 받아라'는 말로 들린다. 

국고지원금은커녕 건강보험료 인상 계획안 발표도 없는 건강보험 재정 내 혁신계정 신설, 필수의료 맞춤형 재정투자 강화하는 복지부의 의도는 비필수 의료 분야를 수가 인하와 현지조사 등을 강화해서 만든 재원을 투입하겠다는 것이다. 윗돌 빼서 아래로 막으면서 말로만 거창하게 '혁신계정' 운운하며 재정투자를 엄청나게 할 것처럼 떠벌리는 건 상당한 오버이자 말장난으로 비쳐진다. 

결국 불필요한 재정 많이 깎아서 필요한 곳에 투입하겠다는 재정절감 방안은 그것대로 추진하면 될 것이다. 이것은 새로울 것도 없고,매번 반복되어지는 일종의 '고정형 모범답안' 아니던가? 

복지부가 정말 문제를 해결하려면 "필수의료 지원을 위한 투자는 재정절감과 무관하게 미지급된 국고지원금의 전면지급을 통해서 재원을 별도로 만들어서 투자하겠다"라는 정도의 입장이 나왔어야 했다.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살리기의 기본은 건강보험료 인상을 통한 의료재정의 확보와 정부의 미지급된 국고지원금의 지급을 통한 수가의 현실화가 그 해결의 시작이다. 

지난해 건강보험 국고지원 예산으로 10조9702억원이 편성됐는데 정부가 일부만 국민건강보험공단에 교부했다. 나머지 미지급분은 언제 교부할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정부는 매년 예산 범위에서 해당연도 보험료 예상 수입액의 일정액을 국고로 지원해야 한다. 지난해 말 건강보험에 대한 국고지원금 유효기간이 일몰됐다가 지난 5월 이를 2027년까지 연장하는 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됐지만, 새해에는 정부가 재정의 지속 가능성 확보를 위해 재정준칙 법제화를 통해 내년 이후 과감한 지출구조조정에 나선다는 방침이라고 한다. 

재정준칙은 재정지출에 대한 규칙을 의미한다.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3%를 넘지 못하도록 법적으로 강제하는 것이다. '2024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따르면 올해 관리재정수지는 91조6000억 원 적자가 예상된다.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GDP의 3.9%에 달한다. 

그렇다면 건강보험 국고지원금을 혁신계정으로 투입하겠다는 구체적인 실천방안으로 대책 마련을 하지 못하면 건강보험 재정 내 혁신계정 신설과 필수의료 맞춤형 재정투자 강화는 그야말로 '말장난'일 뿐이다. 재정준칙 법제화가 이뤄더라도 제2차 건강보험종합계획(2024~2028년)에 건강보험 국고지원금을 혁신계정으로 투입하겠다는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마련해 필수의료 보장성은 강화하면서도 지출은 효율화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메디게이트뉴스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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