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5일 정신건강 종합대책의 일환으로 전국의 정신건강증진센터에 정신과 의사를 배치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정신과 전문의들은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정부는 25일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로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열고, 정신건강 종합대책(2016~2020년)을 확정했다.
보건복지부 자료 인용
정신건강 종합대책 중 하나가 전국의 시군구 정신건강증진센터에 정신과 의사(마음건강주치의)를 단계적으로 배치하겠다는 것이다.
복지부는 "마음의 문제로 힘이 들 경우 내년부터 정신건강증진센터에서 마음건강주치의를 만나 1차적인 진단과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정신건강증진센터는 상대적으로 접근성이 높아 가까운 곳에서 전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전국의 정신건강증진센터 224곳에 근무할 정신과 전문의를 단계적으로 채용하겠다는 것이다.
정신병원을 운영중인 최모 원장은 "비현실적인 발상"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정신과 의사 1명 채용하려면 2억원 가량의 연봉과 정규직 신분을 보장해야 하는데 정부가 정신과 의사 인건비로 매년 448억원의 예산을 책정할 정도로 강한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참고로 한해 배출되는 정신과 전문의는 150여명이다.
이어 그는 "정신건강증진센터에서 진료와 상담을 하려면 의사만 있어서 되는 게 아니라 간호사, 정신보건전문요원, 안전요원을 뽑아야 하고, 치료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이런 걸 갖추지 않으면 말장난"이라고 지적했다.
또 정신과 의사들은 정부가 왜 이렇게 많은 예산을 정신건강증진센터에 투입해 진료와 상담을 하려는지 납득할 수 없다고 말한다.
전국의 정신의료기관은 국공립병원 18개, 민간병원 1384개를 포함해 1402개.
정신건강증진센터에 진료기능을 추가하지 않더라도 이들 정신의료기관을 잘 활용하면 정책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최 원장은 "일본은 정신병원을 중심으로 지역사회와 연계한 정신보건사업을 하고 있는데 우리 정부는 민간 병의원을 활용하기보다 보건소 같은 것을 따로 만들어 업적으로 남기려는 경향이 강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민간 병의원을 중심으로 지역정신보건사업을 하면 환자도 적은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는데, 자꾸 무언가를 만드는 것은 세금 낭비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민간의료 전문가들은 정부가 정신건강 종합대책을 만드는 것조차 몰랐다고 한다.
정신의료기관협회 관계자는 "국무총리가 주재해 이런 종합대책을 만들면서 전체 정신의료기관의 98%를 책임지고 있는 민간병원 대표들을 배제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면서 "결국 복지부, 국립정신병원, 대학병원 교수 몇 명이 모여 실효성 없는 대책만 양산한 셈"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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