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0.02.12 16:15최종 업데이트 20.06.22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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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크루즈, 바이러스 감옥되나? 늦장대응 vs 특수상황 여론 엇갈려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신종코로나 확진자 174명…우리였다면 달랐을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일본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가 신종코로나 바이러스(우한폐렴) 감옥으로 변했다. 현재까지 크루즈선 내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자 수만 174명이다.
 
의료 선진국으로 알려진 일본이 크루즈에서만 200명 가까운 확진자를 토해내자 일본 보건당국의 허술한 방역체계가 민낯을 드러냈다는 비판과 특수 상황이라 어쩔 수 없었다는 옹호론이 함께 흘러나오고 있다.
 
12일 교도통신과 지지통신, NHK 등 일본 매체에 따르면 일본 요코하마항에 격리된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서 이날 추가로 39명의 신종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했다. 여기에는 검역을 위해 크루즈에 진입했던 검역관도 1명 포함됐다.
 
특히 현재까지 전체 탑승 인원 3700여명(한국인 14명 포함) 중 492명만 검사를 완료한 상황이라 추가 확진자가 더 나올 수 있다는 게 현지 전문가들의 견해다. 확진자 중에는 인공 호흡기를 사용하거나 집중치료실에서 치료 중인 중증 환자가 4명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초 감염자는 지난달 20일 요코하마항에서 출항한 크루즈선에 탑승했다가 홍콩에서 내린 홍콩인 남성(80)으로 추정된다. 홍콩 당국이 이 같은 사실을 2일 일본 측에 알렸지만 통보 후 하루가 지난 3일 오후 늦게야 선내에 통보됐다.
 
지지통신과 아사히신문 등 매체는 "5일 일부 탑승객에 대한 검사 결과, 10명이 감염된 후에야 승객들이 각자의 객실에 머물도록 조치가 이뤄졌다"며 "이 같은 조치도 자율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추가 확산의 공포가 크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현재 탑승자 전원에 대한 검사가 어렵다는 게 일본 정부의 입장이다. 현재까지 3000여명이 넘는 인원을 한 번에 검사할 수 있는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일본 방역 책임자인 가토 가쓰노부 후생노동상은 10일 기자회견을 통해 "탑승자 전원에 대한 검사를 검토하겠다. 그러나 현재는 전원 검사가 어렵다"고 밝혔다. 현재 일본 정부는 고령자부터 하선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확진자들을 의료기관으로 이송하는 작업에도 시간이 많이 소요돼 탑승자 전원 하선까지는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확진자가 크게 늘자 일본 정부는 외국인 입국 금지 조치를 강화하는 모양새다. 요미우리 신문에 따르면 12일 일본 정부는 후베이성을 체류한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하는 방안에 더해 신종코로나 확진세가 늘고 있는 중국 저장성까지 입국 금지를 확대할 방침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여론도 나뉘는 분위기다. 우선 일본 내에서는 비판 여론이 압도적이다. 확진 사실을 알고도 273명에 대한 선별검사에만 나흘이 걸리고 선내 의약품 등 공급이 지연되는 등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는 점에서 일본 정부의 늦장대응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는 것이다.
 
나카야마 테쓰오 일본 기타사토대 명예교수는 아사히신문의 인터뷰에서 "이정도 감염 수준이라면 추가 확진자가 더 나올 것이다. 최대한 빨리 전원 검사가 이뤄져야 한다. 일본 정부가 확진자들에 대해 우선적으로 조치를 취해주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반면 크루즈 선내라는 특수상황에서 어떤 나라라도 대처가 미흡했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크루즈라는 상황은 이동경로가 제한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다수의 사람들이 좁은 공간에 모여 자주 접촉하다보니 바이러스가 쉽게 전파될 수 있다"며 "현재 어떤 나라도 4000명에 육박하는 인원을 한 번에 진단하고 격리할 인프라를 갖추고 있지 못하다. 우리나라였다면 달랐을 것이라는 생각은 오만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나라도 우한에서 전세기로 들어온 입국자를 진단하고 격리하는 문제로도 큰 진통을 겪었다"며 "한국의 자국민 격리에 3배 규모의 일본 상황을 무조건 비난하기보다는 특수상황에 대한 향후 대규모 감염을 막을 수 있는 매뉴얼, 인프라 등을 갖추는 것이 우선"이라고 덧붙였다.
 
일본 크루즈선의 사례로 바이러스의 공기 감염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공기 전파 가능성은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방지환 국립중앙의료원 신종코로나 중앙임상 TF팀장은 "일반적으로 공기감염을 일으키지 않는 병원체도 크루즈 같은 특수 상황에서는 공기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며 "크루즈의 사례로 공기 전파를 단정할 수 없다. 현재까지 밝혀진 공기 전파 감염병원 홍역, 결핵, 두창, 수두 4가지 뿐"이라고 말했다.
 

하경대 기자 (kdha@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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