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대한의사협회 중앙대의원 약 30명이 한 자리에 모였다. 대의원들은 6일 '대한의사협회를 걱정하는 대의원 모임(의정회)'이라는 이름으로 부산 해운대에 모여 의료현안과 관련한 자유토론회를 가졌다.
이날 대의원들은 의협 집행부를 상대로 견제와 비판 기능을 하면서도 단합을 위해 노력하자는 한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3일 열린 의협 임시대의원총회에서 별도의 비상대책위원회 발족 안건은 찬성 49표, 반대 129표로 부결됐다"라며 "하지만 반대를 했던 대의원들의 표가 분명히 살아있다"며 의협 집행부에 제대로 된 역할을 주문했다. 또한 "의협 집행부와 대의원회는 함께 힘을 합쳐 어려운 의료 환경을 개선해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정기 토론회를 갖고 다양한 전략을 짜야한다"고 했다.
이날 토론회는 대의원회의 공식 단체채팅방이 생기기 전에 있던 원래 채팅방 관리자 최장락 경남 대의원(전 경남의사회 의장) 등이 3~4개월 전부터 추진했다. 진행은 정인석 경남 대의원이 맡았다. 이들은 이번 기회를 통해 의료현안과 관련한 토론 문화 필요성을 절감하고 기회가 닿는 대로 정기적인 토론회를 열 것을 다짐했다.
집행부는 탕평인사 나서고 대의원들은 전략 제시에 보탬을
이날 대의원들은 임총에서 미처 하지 못했던 집행부에 쓴소리를 냈다. 다른 의협회장 후보 선거캠프 출신이라도 우수한 인재를 영입해야 하며, 전국의사총연합 출신이라는 특정 단체 위주의 패권주의에 빠져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대의원들이 앞으로 의협 집행부에 견제와 비판 기능을 하기 위한 과제도 나눴다.
A대의원은 “각종 의료 문제 해결을 위해 의협회장을 잘 뽑아야 한다. 회장이 부족하더라도 상근부회장, 정책이사, 보험이사, 대외협력이사 등 주요 상임이사의 역할이 돼야 한다"라며 "하지만 이번 집행부 임원들은 경험이 미숙하다는 것이 너무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B 대의원은 “이번 집행부에 기대가 많았다. 하지만 경험이 없다는 것이 계속 문제로 드러나고 있다”라며 “상임이사가 편향적으로 짜여있다. 탕평책을 써서 반대의 의견도 수용하면서 일을 할 수 있으면 한다”라고 했다.
C대의원은 “경험 부족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특정 단체의 패권주의다. 선거는 치열하게 하되 집행부 구성은 탕평적으로 해야 한다"라며 "의협은 다른 선거캠프의 뛰어난 사람을 등용할 수 있도록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친분과 인사를 위한 캐비닛 구성은 다르다. 사회는 급변하고 있는데, 아직까지 의사는 온정주의나 아마추어리즘으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구현남 서울 대의원은 “비대위를 만드는 것을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정부가 시민단체를 두고 하고 싶은 말을 한다. 시민단체처럼 비대위가 만들어졌어도 수가를 올려달라고 주장하면 비대위를 아름답게 운영할 수 있다"라며 "비대위가 구성됐더라도 회장을 탄핵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좌훈정 개원의 대의원은 “대의원회가 국회라고 본다면 국회가 하는 일이 행정부보다 더 많다. 그동안 대의원들은 총회에서 모이고 가끔 집행부에 지적하면서 마치 뒷방 늙은이같은 지적을 받았다"고 했다. 좌 대의원은 “대의원들은 각 직역이나 지역에서 잔뼈가 굵은 분들이다. 의협이 나갈 방향을 하고 칭찬도 하고 지적도 하면서 집행부가 바로 갈 길을 정해주면 된다”라며 “경험 많은 대의원들이 무대에서 함께 해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김영준 경기 대의원은 “대의원들은 회원을 위한 마음으로 임해야 한다. 지금까지 그렇게 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되새겨봐야 한다. 나머지 반대쪽에서 생각해볼 것은 회원들의 뜻이지, 대의원들의 뜻인지 논란이 있을 수 있다”라고 했다.
김 대의원은 “비대위 구성 찬성 49대 반대 129에서 129명의 뜻을 우선 지지해주고 열심히 해보자는 의견이 공식적으로 있다. 건설적인 비판을 하되 결과는 인정해야 한다. 대의원과 집행부 간 서로 상대방의 진정성을 인정하는 마음이 전제돼야 한다”고 했다.
의협 김영진 감사는 “비대위가 안된 것은 전화위복이다. 잘못된 것을 지적하기만 했지, 비대위를 만들어 어떻게 대안을 제시할 것인지는 부족하다. 앞으로 이런 논의까지 두루 제시하길 바란다“고 했다.
김동석 개원의 대의원(대한개원의협의회 회장)은 “비판을 넘어서 대안제시도 이뤄져야 한다. 국회의원들은 문제 해결을 위한 법안 발의를 많이 한다"라며 "낙태문제를 끝까지 한 번 해보겠다고 해서 회원들을 상대로 실태조사를 하고 있다. 한 번이라도 정부를 이겨보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의사들이 의협에서 하나의 성과라도 꼭 냈으면 해야 한다”고 했다.
이동욱 경기대의원(경기도의사회장)은 "의사 회원들은 콘트롤 타워에서 큰 그림을 그리고 있고 치밀한 의협에 뭔가 있겠다고 기대한다"라며 "의협이 아직 이런 전략이 정비돼있는 상태가 아니다. 이렇게 흘러간다면 향후에 1~2년 사이에 의료환경이 급격하게 더 나빠지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회원과의 단결, 대의원과 집행부와의 단결로 힘을 하나로
대의원들은 흩어진 내부의 힘을 하나로 모으고 단결을 통해 어려운 시기를 극복해나가자고 독려했다.
엄철 전북 대의원은 “비대위를 반대한다고 발표했다. 아직 집행부가 출범한지 5개월밖에 안됐고, 회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렇지만 비대위를 찬성했던 49명의 뜻을 존중한다”라며 “대신 의협 집행부가 잘할 때는 잘한다고 하고 해주길 바란다. 모두 같은 의사회원이고 가족이다. 서로 화합하고 하나되는 의협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전일문 충남 대의원은 “대의원들이 집행부와 함께 가야 한다. 배가 산으로 가는데 다시 강으로 끌고 내려 왔다. 또 다시 산으로 갈 수 있다”리먀 “왔다 갔다 하다 보면 배에 긁혀서 왔다갔다 하는 길이 운하가 될 수 있고 역사가 바뀔 수 있다”라고 했다. 이어 “의협이 회원들과 함께 호흡하면서 사랑받는다면 주인공이 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광욱 부산 대의원은 "의사들이 정말 어렵다. 그러면서도 각 지역별, 진료과별로 갈갈이 나눠져있다"라며 "회원들이 이런 모임을 하고 있는 것을 잘 모른다. 일반 회원들이 느낄 수 있도록 회원들의 의견을 모아서 의협과 대의원들이 한 목소리가 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안원일 대구 대의원은 “의사들을 옥죄는 일이 매일 일어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방식으로든 단합을 해야 한다”라며 “지역구 회원 1명이라도 더 의사회에 참여하고 단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송병주 전북 대의원은 “의사들이 양질의 진료를 저렴하게 제공할 있다는 정책을 세울수 있다면 의사들이 존경받고 잘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항상 국민과 함께 가지 않으면 안된다"라며 "의사들은 회비도 내지 않고 단합도 안하면서 죽는다는 이야기만 한다. 하지만 앞으로 달라지길 바란다”고 했다.
주신구 제주 대의원은 “회원들 스스로 많이 변해야 한다. 의료계 내에 여러 단체들이 많이 있다. 작은 세포모임들이 많을수록 기능적인 모임이 되고 거대한 반모임을 할 수 있다. 화합이라는 것은 충돌이 되면서 화합을 한다"라며 발전적인 논의가 늘어날 것을 주문했다.
의협 은상용 정보통신이사는 “무엇이든 초장에 만들어놓으면 확실히 좋다. 전자차트도 초반에 잘 만들어둬야 개인정보보호법이나 의사들에게 불리한 정보가 빠져나가지 않는다”라고 했다. 은 이사는 “의사가 의사들이 스스로 만든 의료정보에 접근 권한이 없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오직 하나 단결 밖에 없다. 이런 문제를 널리 알려야 한다”고 했다.
이철호 의장은 개인적으로 참석했다고 밝히면서 "대의원 한 분 한 분이 소중하다. 따라서 의장이라면 당연히 대의원 30명이 참석한 모임에 당연히 참석해서 고견을 경청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의장은 “크게 보면 회원들과의 단합이 커다란 숙제다. 정치적으로 힘을 가져서 요구한 입법화할 수 있는 디테일이 필요하다"라며 "의협 회비를 전체 회원의 80%만 납부하면 50%의 문제는 무조건 해결된다고 본다. 만약 회비를 90% 납부하면 의료현안의 90%가 해결될수 있다. 13만명의 회원을 가진 전문가단체 의협에서 90%의 회원이 회비를 내고 관심있게 참여한다는 사실 자체로 정부와 타단체 등에 큰 압박을 가하는 셈이 된다. 이를 위해 집행부와 대의원회가 더 열심히 노력하고 회원들에게 다가가야 한다"고 했다
이 의장은 “단합과 화합을 위해 집행부와 대의원회는 소위 말하는 '케미'가 있어야 한다. 대의원회와 집행부가 무거운 숙제를 풀어야 하는 과제를 안았다"라며 "임총 의결 이후 무거운 과제가 남은 것이다. 대의원들도 회원들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병원들 참여하고 보다 폭넓은 의견을 공유하길
이밖에 대의원들은 병원계 문제, 한방 문제 등 폭넓은 논의의 장이 필요하다는 데도 의견을 함께 했다. 기회가 닿는 대로 대의원들 사이의 토론회를 통해 의료 문제 해결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박상준 경남 대의원은 “병원을 운영하다가 이번에 처음으로 대의원을 하게 됐다. 사회가 바라보는 중소병원 입장이 많이 힘들어지고 있는 것이 계기였다”라고 했다. 박 대의원은 “9일 의협 차원의 지역병원협의회가 발족을 하게 된다. 병협이나 중소병협이 하지 못했던 부분을 맡아서 활발하게 활동을 하겠다”라며 “병원계 이슈를 통해 의협이 나가아 햘 방향성과 조언을 수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근 경남 대의원은 "한특위에서오랫동안 활동했다. 한방사들은 독립운동을 열심히 했다고 왜곡돼있다"라며 "앞으로 한방 문제에 대해서도 폭 넓게 논의되길 바란다"고 했다.
이기은 전북 대의원은 “용어 사용도 중요하다. 과거 서양의학을 양방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현대의학이라는 표현만 써야 한다"라며 "보험이라는 단어가 주는 개념을 보면 보험이 수익을 창출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보험이라는 이름을 부조 등으로 바꾸고 이런 생각을 버리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성욱 경남 대의원은 “대도시는 의사회 참여율이 높지만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의 도시에서는 의사들이 움직이지 않는다”라며 “의협에 실망감을 갖고 있거나, 젊은 의사들이 먹고 사는 문제에 집중해 참여하지 않는다. 이런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도 필요하다”고 했다.
안광무 충북 대의원은 “전문직이 무엇이고 왜 전문직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라며 "전문직이 다 붕괴됐다. 그래도 의사들은 아직 타락하지 않았다는 자부심이 있지만 전문직의 위기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의사들은 앞만 향해 오고 스스로를 돌보는 시간이 없었다. 설득을 하지 못하고 외톨이가 되면서 사회에서 대접을 못 받고 있다. 의사들이 넓은 시각으로 돌아보고 사회를 설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홍춘식 개원의 대의원은 “대의원을 4번째 하게 되는데 이런 토론 자리가 한 번도 없었다. 정기총회때는 현실적이고 정해진 주제에 대해 논의하느라 정신이 없다"라며 "이렇게 모여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고 필요한 이야기를 했으면 한다. 예산이 없어서 하기 힘들더라도 정기 워크숍을 열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선재명 전남 대의원은 “의협의 각종 수가협상단 등에 경험이 많고 전문가들이 두루 참여했으면 한다. 정부로부터 공부를 해오라는 등 모욕적인 발언이 없었으면 한다. 이런 부분에서 앞으로 대의원들이 많은 의견을 나눴으면 좋겠다“고 했다.
황인방 대전 대의원은 “대의원들 모임에서 좋은 생각과 좋은 의견이 나와서 의협을 바로 끌고 갈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라며 “회장 직선제를 하면서 결선투표제를 만들었다. 내년 총회에서 이를 의결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최장락 경남 대의원은 “여기 모인 대의원들은 앞으로 의료계에서 큰 일을 할 사람도 많이 있고 자산이라고 본다”라며 "대신 회원들에게 각성을 시킬 수 있는 리더가 돼야 한다"고 했다. 최 대의원은 “막상 의협회장 선거를 할 때 보면 학연 지연 학연 등으로 선거를 한다”라며 “현실을 극복할 수 리더가 나와야 한다‘라며 “그리고 의사회 일을 하는 의사라면 스스로 회원들에게 어떤 일을 하는지 말할 수 있고, 이를 회원들에게 각성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한편, 자유토론회는 1박 2일로 진행됐다. 토론회 다음 날 대의원들은 재한유엔기념공원 유엔군 전몰자에 대한 공동 참배를 했다. 한국전쟁 당시 경무대와 대통령관저로 쓰였던 임시수도기념관을 방문해 전쟁의 아픔을 되새기는 시간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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