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환자 무조건 수용 원칙', '수용능력 확인' 삭제 등 포함될 듯…응급의학회 "처벌 피하려 최종 치료 포기·방기하는 곳 발생"
지난 18일 김윤 의원이 본인이 주최한 '응급실 뺑뺑이 해소를 위한 응급의료법 개정 방향 대토론회'에서 응급의료법 개정 방향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최근 더불어민주당 김윤 의원이 응급 및 최종치료를 제공할 수 있는 병원을 찾지 못해 발생하고 있는 '응급실 뺑뻉이' 해결 대책으로 '응급환자 무조건 수용 원칙'을 담은 응급의료법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 의원은 사실상 응급실이 환자를 무조건 수용하도록 함으로써 '응급실 뺑뺑이'를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이지만, 응급의학회는 현실적으로 환자 안전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법으로 일각에서는 책임을 피하기 위해 최종 치료를 포기하는 곳이 생길 것이라며 반대 뜻을 밝혔다.
24일 대한응급의학회는 김 의원이 최근 토론회 등을 통해 공개한 응급의료법 개정 방향이 "환자 안전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며 깊은 우려를 표했다.
김 의원이 공개한 응급의료법 개정 방향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과 같은 무거운 처벌 조항이 있는 응급의료법 제6조(응급의료의 거부금지 등)를 넘어 '무조건 수용 원칙'을 법제화 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한 응급환자 이송 시 반드시 필요한 제48조의2(수용능력 확인 등) 조항을 삭제해 응급실이 구급대가 이송한 환자를 무조건 수용하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대신 김 의원은 권역응급의료센터, 지역응급의료센터, 지역응급의료기관 별로 중등도에 따른 진료 기능을 명확화하고, 진료 기능에 따른 인력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응급의료기관 내 응급의료 전담전문의의 24시간 2인 1조 근무체계 조항 및 중증응급환자 최종치료 당직전문의 24시간 비상진료체계 조항을 명시하고, 인력 확보를 위한 응급의료기금의 인건비 지원 근거를 마련하겠다고도 밝혔다.
이러한 법 개정 방향에 대해 응급의학회는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개악이라고 비판했다.
학회는 먼저 "응급환자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의학적 지침(guideline)이나 전문가 합의(consensus)로 수용 지침을 만들 수는 있겠으나 전원 수용에 대해 법제화하겠다는 것이나, 최종 치료의 정의를 법제화하겠다는 것은 동의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특히 "2인 1조 전담전문의 및 최종치료 당직전문의 인력기준 법제화 주장은 현재 대한응급의학회가 배출한 응급의학과 전문의 전체가 응급의료기관에 근무한다 하더라도 맞출 수 없는 기준"이라며 "환자 진료량에 따라 오히려 전문의 2인 이상 근무가 필요할 수 있는 권역/지역응급의료센터에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심지어 최종치료 당직전문의 인력 기준을 법제화한다면 대다수 응급의료기관들에서 해당 법적 기준을 충족할 수 없으므로, 처벌을 받느니 최종치료를 포기하거나 방기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학회는 "이미 응급의료 과정, 결과 등 질 평가 시행 중인 보건복지부·중앙응급의료센터 응급의료기관평가에 대해, 의료자원에만 국한된 기관 평가를 적정 진료 제공·결과, 응급의료 질적 향상 등에 대한 항목을 추가 하자는 내용은 우리 응급의료 현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함을 보여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무엇보다 학회는 그간 의료계에서 일명 '응급실 뺑뺑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응급의료 분야의 형사 처벌 면제, 민사 손해 배상 최고액 제한과 같은 법적, 제도적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고 요구했으나, 이러한 사항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에 분노했다.
학회는 "'응급환자 무조건 수용 원칙'은 응급의료인력과 응급의료기관에 족쇄와 멍에를 채우려고 하는 시도"라며 "응급의학과 의사들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 건강을 지키는 최일선 응급의료 현장을 묵묵히 지키며 어려움 속에서도 최선을 다해 왔으나, 이러한 응급의료법 개정 방향이 제1야당 다수의석을 기반으로 현실화할 경우 도저히 국민들과 응급환자들에게 적정한 응급의료를 제공할 수 없게 된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실질적인 응급실 뺑뺑이 해소 대책은 응급실에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법 개정이 아닌 ▲119구급대 현장, 이송 관련 품질 관리 개선 ▲응급진료전문의 진찰료 수가 인상과 야간·공휴 가산 30% 동일 적용 ▲인상분의 진료 전문의 직접 지원 상시화 및 제도화 ▲응급의료기관 평가 지원금의 응급의료 장비 구매 허용과 같은 응급의료인력과 응급의료기관에 대한 실질적 지원책이라는 주장이다.
학회는 "지역 완결형 응급의료체계 수립과 발전이 필요하지만, 응급의료 현실을 올바르게 반영하고 파악하지 못한 응급의료법 개정은 현재 우리나라 응급의료의 여러 문제점들에 대한 해결이나 개선은커녕 중대한 개악이 될 것이며 응급의료기관 줄폐쇄의 엄청난 악결과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 건강에 심대한 위해를 끼치게 될 것"이라며 법 개정 중단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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