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2.07.04 16:47최종 업데이트 22.07.05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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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출산제‧출생통보제 놓고 찬반 논쟁…‘실효성‧의료계 부담’ 등 쟁점

산부인과의사회 김재연 회장 "신생아 유기 사례 증가, 산모 익명성‧출생통보 주체 놓고 반대 입장 명확"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은 4일 오후 '생명을 존중하고 지키는 보호출산제와 출생통보제 병행도입' 국회토론회를 개최했다.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보호출산제와 출생통보제에 대한 뜨거운 찬반 논쟁이 벌어졌다.
 
시민단체 등 찬성 측은 아동의 출생신고 누락을 방지하고 이로 인한 의료기관 출산 기피를 막기 위해 보호출산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반면, 의료계 등 반대 측은 해당 법안으로 위기 상태의 임신 산모를 지킬 수 없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은 4일 오후 '생명을 존중하고 지키는 보호출산제와 출생통보제 병행도입' 국회토론회를 개최했다.
 
미혼모로 살아간다는 것, 수치스럽고 부도덕한 일로 치부돼
 
보호출산제는 아동의 출생신고 누락 문제와 미혼모 등 위기 임산부의 출산 문제 등에 대한 대안으로 거론돼 왔다.
 
김미애 의원이 지난 2020년 12월 발의한 '보호출산에 관한 특별법안'에 따르면 해당 법안은 출산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산모가 일정한 상담을 요건으로 자신의 신원을 감춘 채 출산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사회적 낙인이나 여러 사정 때문에 의료기관 출산을 꺼리는 여성이 안전하게 병원에서 아이를 낳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주요 취지다.
 
법안을 발의한 김미애 의원은 이날 토론회에서도 법안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우리 사회에선 경제·사회적 곤경 등을 이유로 태어난 아이들이 버려지는 일이 너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임신 및 출산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여성을 보호하고 그 태아 및 자녀에게 안전한 출산과 양육환경을 보장하며 친생부모가 사생활의 비밀을 보장받을 권리와 자녀의 친생부모를 알 권리가 조화롭게 실현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아이가 태어났음에도 출생 사실이 파악되지 못해 보호받을 수 있는 권리를 보장받지 못한다면 아동의 이익은 심각히 훼손될 것"이라며 “국가가 태어난 모든 아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틀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 것이 보호출산제와 의료기관 출생통보제의 도입"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영유아 유기 사례는 증가 중에 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9년가지 영유를 대상으로 한 사건은 1272건으로 최근 몇 년간 증가 추세가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베이비박스에 아이를 유기하는 경우도 2010년부터 2021년까지 약 10년간 1935명으로 2012년 출생신고를 의무화하는 입양특례법이 개정된 이후 증가 추세다.
 
사단법인 한국한부모가정사랑회 황은숙 회장은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미혼모로 살아간다는 사실은 가장 수치스럽고 부도덕한 일로 치부됐다"며 "어찌 보면 베이비박스의 문을 열거나 입양을 선택한 미혼모들은 그 손가락질이 만든 우리사회의 피해자"라고 말했다.
 
황 회장은 "보호출산제와 출생통보제 병행도입은 아이들의 생명을 보호하면서 상처받은 여성들의 숨겨질 권리에도 주목할 수 있는 기회"라고 덧붙였다.
 
보호출산제로 신생아 유기 못막아…의료계 부담도 가중
 
대한산부인과의사회 김재연 회장.

반면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출산기록 익명화로 인해 아동의 알권리가 침해될 수 있으며 보호출산제 등만으로 신생아 유기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취지다.
 
또한 의료기관 출생 통보 의무화가 되려면 행정업무가 의료인에게 대행될 수 있다는 점에서 또 다른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점도 강조됐다.
 
현행 입양특례법상 입양된 아동은 성년에 도달하기 전엔 출생기록 열람을 신청할 수 없다. 미성년자라 하더라도 양친의 동의하에 입양 정보 공개를 청구할 수 있지만 보호출산제가 시행될 경우 부모가 열람을 동의하지 않으면 친생부모 인적사항을 알 수 없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김재연 회장은 "임산부와 아동을 보호한다는 취지로 발의됐지만 발의 이후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익명출산의 취지를 살리려면 자신의 뿌리에 대해 알고자 하는 아이의 권리와 친생부모의 익명성 보호가 상충한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출산기록이 익명화되면 아이가 입양을 간 이후 나중에 친생부모에 대해 알고 싶더라도 소위 뿌리 찾기가 어려워진다"며 "위기 임신 등 사회제도의 결핍으로 임신 유지와 출산이 어려운 이들의 지원서비스가 부족한 상황에서 해당 법안만으론 문제해결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출생통보제로 인해 출생의 의료기관 통보가 의무화되면 출생 신고 업무 등 행정업무를 의료인이 대행하게 된다"며 "출생통보와 관련된 법률적 책임도 부당하게 부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료계의 어려움이 많다. 해당 제도에도 동의할 수 없다. 오히려 출생 신고가 어려운 이들이 낙태를 선택하게 될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재연 회장은 보호출산제가 현행 입양특례법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점도 우려했다.
 
입양특례법의 핵심은 출생신고 의무 조항이다. 2013년 이후 출생신고가 돼 입양이 의뢰딘 아동은 연평균 926명으로 출샌신고가 되지 않고 베이비박스에 유기되는 아동은 연평균 281명이다.
 
김 회장은 "보호출산제는 현행 입양특례법을 지키지 않는 23%에게 잘하고 있다고 격려하면서 법을 잘 지키는 77%를 바보로 만드는 것"이라며 "해당 법안이 정말 위기의 임산부를 보호하고 아동의 보호하는 법안으로 만들려면 23%가 왜 출생신고를 하지 못하는 지에 대한 실태조사와 연구를 토대로 해야 한다. 연구를 토대로 가족관계법을 개정하거나 극히 제한된 형태의 익명출산제 도입은 찬성한다"고 말했다.
 
상담 시스템 강화‧위기임신출산지원센터 설립 등 추가 제언도
 
이날 토론회에선 발의된 보호출산제의 한계와 개정 방향도 논의됐다.
 
전북대학교 신옥주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안은 보호출산을 위한 맞춤형 상담, 상담소, 병원, 보호소 등을 시스템화하고 있다. 이처럼 하나의 그룹만을 대상으로 법을 설계하면 효율적 운영이 가능하나 낙인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며 "임신중단상담, 보호출산상담 등을 포괄해 내담자가 익명상담을 통해 적합한 상담을 할 수 있는 법안 정비가 필요하며 상담관련 전문인력 자격, 상담소 등과 관련된 정비도 요구된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출생증서 열람을 위해 아동은 친생부모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소재 등이 불확실한 경우가 큰 친부의 동의까지 요구하는 것은 과도하다"며 "친모의 동의를 필요로 하는 것이면 충분하다. 동의를 받지 못한 경우 독일처럼 법원의 결정으로 공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김현진 교수는 "법안을 보면 아동의 성명을 어떻게 정하는지에 관해 명확하지 않다. 산모가 산모의 별칭과 아울러 산모가 이름을 정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는 적절치 않다"며 "출생증서 열람 청구 시기를 성년에 도달할 것을 요구하는데 보통 사춘기에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시작된다는 점에서 늦다"고 말했다.
 
산부인과의사회 김재연 회장은 국가 기관으로 '위기임신출산지원센터'를 만들고 출생 기록은 정부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위탁해 시스템을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은 "보호출산제와 의료기관 출생 통보제 도입만으로 위기 임신 산모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오히려 위기 임신 출산에 대한 사회적인 지위 인프라 구축이 이뤄져야 하고 현재 비정부 단체가 맡고 있는 임산부 지원서비스를 정부 주도로 국가 기관인 '위기임신출산지원센터'를 세워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그는 "의료기관 출생 동보 의무화 대신 산부인과 의사가 진료기록부에 출생 기록을 입력하면 환자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을 통해 심평원에 전송되고 심평원이 전산정보시스템을 이용해 지자체 장에 통보하도록 하는 대안이 적절하다"고 전했다.
 
보건복지부 최영준 출산정책과장은 "의료기관이 출생 신고를 하는 것은 의료계의 동의가 필수적인 내용이다. 법의 하드웨어적인 부분은 법무부에서 할 내용이고 복지부는 법 시행 과정에서 의료기관에서 행정부담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의료계의 의견처럼 심평원 시스템을 이용하는 등 행정적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안 등을 준비 중에 있다"고 말했다.
 
법무부 김민지 법무심의관실 연구위원은 "출생통보제는 의료기관의 장이 아동의 출생 사실을 지자체 장에게 통보하는 것으로 의료계이 협조가 필수적인 제도"라며 "시스템 구축으로 인한 비용 부담 등의 문제에 대해 국회 논의와 함께 향후 보다 구체적으로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또한 보호출산제에 대해서도 국회에서 균형 있는 논의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전했다.
 

하경대 기자 (kdha@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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