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외과 상위 10대 수술수가 평균 수익 -40%, 흑자 내는 수술은 척추고정술 단 1개...MRI급여화 어쩌나
복지부 손영래 과장 "정형외과·신경외과, 비급여 관리 대신 처치수가 신설 등 1년간 TFT 논의 예정"
[메디게이트뉴스 정다연 기자]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에 따라 비급여의 급여화를 실시하면 저수가로 버티던 의료기관의 재정이 파탄날 것이라는 우려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비급여 의존도가 높은 정형외과도 단계적으로 MRI 급여화를 앞두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3일 서울용산드래곤시티에서 개최한 대한슬관절학회 정기학술대회에서는 문재인 케어에 대한 대책의 일환으로 정형외과의 수술 원가를 분석한 연구결과가 최초로 발표됐다.
연구는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용역 연구로서 병원이 입는 손실을 보전해주기 위해 필요한 급여 항목을 별도로 마련하기 위해 시행됐다. 연구결과, 정형외과 수술수가 중 흑자 내는 수술은 단 한 개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형외과의 높은 비급여 의존도는 낮은 행위 수가와 세분화되지 않은 수가 항목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됐다. 수가를 개선하지 않으면 병원이 정형외과 수술을 기피하고 이는 결국 국민 건강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보건복지부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에 따라 비급여 항목 중 필요성이 높은 부분을 급여화 하는 동시에 기존의 급여권 수가를 보다 세분화하고 중증도에 따른 수가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비급여 비중이 높아 향후 정책의 여파가 큰 정형외과 등의 학회와 TFT를 구성해 수가 정상화를 이뤄 기형적인 구조를 개선하겠다고 강조했다.
비급여 의존도 높은 정형외과... 원인은 낮은 급여 수가 때문
고대안암병원 정형외과 한승범 교수는 정형외과 수술의 원가를 분석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정형외과 수술은 타 과에 비해 수술 재료비가 높고 수술에 들어가는 인력이 많다는 특징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 교수는" 수술 원가를 보전하려면 행위에 대한 수가가 충분해야 한다"며 "기존 수가는 행위에 대한 수가가 낮아 하면 수술을 할수록 병원에 손해"라며 "이 점은 정형외과의 비급여 의존도가 높은 이유다. 비급여의 급여화 정책이 시행되려면 기존 급여가 원가에 따라 충분한 수가가 보장돼야 한다"고 했다.
한 교수는 "일명 문재인 케어를 앞둔 상황에서 병원들의 높은 비급여 의존성이 추후 얼마나 경제적 손실로 이어지는지에 대한 조사와 연구가 전무한 상태였다"며 "등재비급여 중 비급여 해소금액 비율이 전체의 약 15%를 차지하는 정형외과 분야에 대한 세부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고 밝혔다.
한 교수는 "정형외과는 비급여 의존도가 상당히 높다. 상급병원의 비급여 의존도는 40%고, 전문병원은 60%에 이른다. 심평원 자료에 따르면, 비급여 규모는 연 4000억원에 이른다"라며 "이에 정형외과 수술 원가는 얼마나 되고 손익률은 얼마나 되는지 병원 원가분석 컨설팅 시스템을 활용해 살펴봤다. 2018년 12월 1일부터 2019년 1월 31일까지 약 두달간 상급종합병원 10개를 대상으로 병원별 수술실 원가자료를 분석했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정형외과와 외과의 수술수익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2017년도 수술수익을 비교한 결과, 환자 1인당 수익의 차이가 컸다"며 "환자당 수술수익 중 재료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정형외과가 50~60%로 외과(30~40%)보다 높았다. 정형외과의 경우 재료비가 커서 행위 비용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는 "환자당 수술행위수익에서 정형외과는 외과의 40~80% 밖에 되지 않아 외과보다 수술행위수익도 낮았다. 반면 환자당 수술실 체류시간은 정형외과와 외과가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같은 시간에 1명을 치료하는 데에 벌어들이는 행위수익은 정형외과가 외과의 반밖에 받지 못한다는 뜻이다"고 말했다.
그는 "자원소모 대비 수술행위 수익을 비교했을때 환자당 수술시간은 큰 차이가 없고 환자당 수익은 외과가 높기 때문에 수술시간당 행위수익은 외과가 높다"며 "이 때문에 대부분 상급종합병원에서 외과 위주로 수술실을 배정하고 있고 정형외과가 차별을 받고 있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전체 수술 수익에서 정형외과 수술 수익은 어떤 차이가 있는지 비교하기 위해 2017년 3월부터 2018년 2월까지 회계연도를 기준으로 10개병원 수술실 수익을 분석했다"며 "10개 대학병원의 평균 수술 수익은 337억원이었고 평균 손익률은 6%였다. 평균 수술 건수는 2만1000건, 평균 수술건당 수익은 170만원, 평균 수술건당 시간은 79분이었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정형외과 수술실 수익은 얼마나 될까. 10개 대학병원의 정형외과 평균 수술 수익은 65억원이었다. 평균 수술 건수는 4000건, 평균 수술건당 수익은 160만원, 평균 수술건당 시간은 83분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정형외과 수술실 평균 시간과 수술실 전체의 수술 평균시간은 큰 차이가 없다. 수술시간 기준 정형외과 수술이 전체 수술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4%였다"며 "하지만 누적평균 수익성을 살펴보면, 전체 수술실의 수익은 7%였지만 정형외과 전체 수술 수익은 -16%였고, 정형외과 수술수가로 따지면 수익이 -52%였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과가 열심히 해서 정형외과의 손실을 메워주는 것이 현실이다"며 "이는 정형외과 전체 수익에서 재료비가 외과의 2배에 달하고, 행위수가가 낮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고 덧붙였다.
한 교수는 "정형외과에서 상위 10대 수술수가의 평균 수익은 -40%였다. 전체 수가 중 흑자를 내는 수가는 '척추고정술(기기, 기구사용고정포함)-전반고정-경추-기타의 경우' 항목으로 단 1개였다"며 "이는 의사직 및 간호직의 인건비 비중이 낮고 간접재료비 비중이 낮아서 그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상위 11대~20대 수술수가의 평균 수익은 -44%였다. 이 중 가장 수익성이 좋은 수가는 '인공관절치환술-부분치환술(고관절)-복잡' 항목으로 손익률이 -11%다"며 "하면 할수록 손해가 발생한다. 어떤 수술은 손익률이 -159%라서 병원에서 하지말라고 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한 교수는 "결론적으로 현 수가는 정형외과 수술에 투입되는 자원을 전혀 보상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수술행위료의 절반이 손실이었다. 10개 병원 정형외과 수술수가의 평균 손익률은 -52%로, 타 외과계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가가 낮아 더 많은 재정적 손실을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교수는 "상급종합병원을 기준으로 정형외과 수술의 원가 보존율은 60~70%에 불과하다. 수술행위 자체의 원가보존율은 50% 밖에 되지 않는다. 원가에 못 미치는 수술 수가 때문에 비급여 재료나 비급여 행위로 손실을 보전해온 것이 현실이다"고 밝혔다.
한 교수는 "비급여의 급여화 정책이 단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적절한 수가 보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상급종합병원에서 정형외과 분야가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국민 건강에도 악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비급여의 급여화는 왜곡된 의료 현실을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일 수 있다. 수술 수가의 보전이 가장 바람직한 보상 방안이다. 또 수술 수가의 원가를 보존하는 정책가산이 필요하고 해외 국가에서처럼 수술 수가를 중증도나 술기에 따라 세분화해야 한다"며 "학회 차원에서 보건복지부와 급여화 TFT를 구성해 긴밀히 협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복지부, 비급여 급여화 더불어 수가 세분화 등으로 급여권 수가 정상화 추진
보건복지부 예비급여과 손영래 과장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의 도입 취지는 환자의 의료비 경감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필요성이 높은 비급여는 단계적으로 급여화 하고 동시에 기존의 낮은 수가는 끌어올려 의료기관이 진료 수익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구조를 바꿔나가는 것이 정책의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비급여의 비중이 큰 정형외과와 신경외과 등을 대상으로 어떤 방식으로 수가를 세분화하고 마련할지 고민하고 있다며 이에 관해 학회 등과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 과장은 "의료비는 건강보험공단이 부담하는 돈(63%)과 환자가 부담하는 돈(37%) 등으로 구성된다. 이중에서 환자가 부담하는 비용은 본인부담금(20%)과 비급여(17%)로 나뉜다. 의료비 부담을 줄이는 보장성 강화 정책이란 이 17% 지출되는 비급여 의료비를 낮춰 OECD 평균 환자 부담 비율인 20%로 맞추자는 것이 목적이다"고 말했다.
손 과장은 "의료비 본인부담률을 낮추면 보험인상률이 가파르게 인상되므로 본인부담률의 경우에는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경감하고 비급여 과감하게 지원해 낮추는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현재 의료기관의 형태를 보면 건강보험 급여수익은 적정 수가에 도달하지 못하고 손해를 보면서 진료를 하고 있다. 그런데 손해를 보면 2~3년 안에 의료기관들이 다 망해야 하는데, 왜 안 망하는지에 대해 사람들이 의문을 가진다. 여러 요인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비급여 때문이다"고 짚었다.
그는 "2000년대 초반부터 의료기관들은 급여 항목에서 나는 손해를 비급여로 메우기 시작해 지금은 이러한 방식이 지배 형태로 굳어졌다"며 "사실 비급여로 의료기관이 수익을 메우는 것은 모두에게 좋지 않다. 보험자, 국민, 의료공급자 모두 원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손 과장은 "보장성 강화정책은 바로 이 비급여를 줄이고 급여로 대체시킨다는 것이 핵심이다. 비급여만 급여화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제대로 지급되지 않았던 급여 수가를 인상하는 정책이다. 비급여의 급여화 과정에서 의료계의 손실이 발생하지 않도록, 비급여 해소 총액만큼을 급여화를 통해 보상하고 이외 저수가 분야를 수가 인상해 급여 수가만으로 의료기관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고 설명했다.
그는 "비급여 진료도 이유가 있지만 정작 여기서 수익을 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국민과 의료기관 모두에게 좋지 않으므로 이를 해결하자는 고민이 담겨있다"며 "한축에서는 국민 의료비의 부담을 줄이고 한축에서는 급여 수가를 정상화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손 과장은 "비급여를 전부 급여화 하지는 않는다. 복지부는 비급여의 3분의 2정도가 급여화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16년에 비급여는 14조3000억원이었다. 의과 비급여는 9조2000억원이었고 이 중에 MRI와 초음파가 2조5000억원으로 어마머아한 비율을 차지했다"며 "치료 필요성이 큰 비급여는 60% 정도를 급여화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2조4000억원에 해당하는 단순기능개선, 편의증진 등을 위한 영양제주사, 도수치료, 특실 비용 등은 비급여로 그대로 남는다"며 "물론 영양제주사 등이 영양불량환자의 교정 치료법으로 쓰이는데 실제로 영양제주사치료법을 조사하면 전체의 7%만 치료로 쓰이고 나머지는 피로 회복 등 치료인지 아닌지 애매한 경우가 많았다. 도수치료도 치료적 요법보다 마사지 용도가 많아 구별이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비급여의 급여화는 4분의 1정도 진행된 상태다. 계획이 조금씬 늦게 추진되고 있어 실제 계획보다는 일정이 조금씩 미뤄질 수 있다"며 "비급여를 급여화하는 정책만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급여권 수가를 인상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손 과장은 "비급여가 많은 과가 신경외과와 정형외과다. 그래서 복지부도 고민을 많이하고 있다. 급여화 하면서 급여권 수가 인상을 어떻게 어느 정도 할 것인지 고민이다. 대략 규모가 클 것이라고는 예측하고 있다"며 "정형외과학회, 신경외과학회 등과 주기적으로 만나고 있고 하반기부터 TFT를 구성해 1년에 걸쳐 이를 준비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손실보상 수가를 어떤 식으로 할 것인지다. 의사 또는 사람의 노동력이 투입되는 수가가 낮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처치 수가를 넣어 보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또 정형외과의 수술 코드 수가 적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100% 인상, 즉 수가를 2배로 인상해도 손실을 다 메울 수 있는지에 대한 논쟁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계 수술 코드가 어떻게 구성돼 있는지 살펴보고, 수술 코드가 분화돼 있다면 이 기회에 우리도 수술 코드를 분화할 수 있다. 중증이나 경증 등에 대한 난이도도 없는데 난이도가 높은 수술의 경우 수가를 올릴 수도 있다"며 "올해부터 이러한 내용을 학회와 논의하고 차분하게 준비할 예정이다"고 강조했다.
손 과장은 "복지부도 신경외과와 정형외과의 경우에 중요하고 기본적인 급여가 수익이 나지 않아 위축돼 있다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필요성이 떨어지는 비급여를 훨씬 많이하는 기형적 구조가 다른 분야에 비해 심하다"며 "학회와 뜻을 맞춰 비급여는 관리에 들어가고 급여가 낮아 생기는 문제의 원인을 직시해 수가를 정상화해 기본적인 치료가 제대로 보상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에 수가와 난이도에 분화가 있을지 모른다. 병원에 계시는 선생님들께 협력을 요청할 수 있다. 학회에서 많이 도와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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