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급대가 개별 병원에 확인 아닌, 전국 응급정보망이 실시간 수술 가능까지 판단해야... 병원전 돌봄 단계 교육과 자격인증도 필요
[칼럼] 안덕선 전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장·세계의학교육연합회 부회장
[메디게이트뉴스] 5월 30일 70대 노인의 교통사고에 10분 만에 구급대가 신속히 출동했다. 그러나 사고 지점과 멀지 않은 병원에서 응급처치 후 인근의 아주대병원을 비롯해 총 12곳의 병원에 이송을 요청했으나 중환자실이 만원이거나 전문의가 없다는 이유로 전원을 거부당했다. 결국 100km 떨어진 의정부로 이송 중 사망한 불행한 사건이 발생했다. 사고 발생 지점 근처는 권역외상센터나 권역응급의료센터가 설치된 대형 병원도 7곳이나 있었다고 한다.
의정부보다 가까운 분당과 서울에서 수술이 가능한 상황이었다는데 안타깝게 구급대가 문의한 병원이 아니었다. 언론에 보도된 바로는 중앙응급의료센터는 병상에 대한 정보는 공유되고 있으나 수술 가능 여부는 알 수 없다고 한다. 119 구급대가 일일이 전화로 문의해 해결하는 수밖에 없다는 현실이 아쉽고 답답하기만 하다.
영국, 응급의료 문제점 인식하고 국가 단위 개선책 내놔
고도의 응급의료 체계를 갖추고 있는 것이 선진국의 모습이라는 주장의 타당성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응급의료 선진국 역시 우리와 같은 사건, 사고를 통해 응급의료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효율적인 전국적 구급대의 완성과 항공 이송 등과 같은 환자 이송체계를 갖추게 됐다.
영국은 2000년대 자국의 응급의료의 성과에 대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국가 단위의 보고서를 제출하고 개선책을 만들어냈다. 결과로 4개의 왕국마다 외상네트워크(Trauma Network)를 설치하고 관련 기관의 협조체제와 외상환자에 대한 국가적 통계자료를 생성했다. 모든 외상환자는 이 시스템에 등록되고 치료, 회복, 재활의 모든 단계를 자료화하여 외상환자 개인별 진정한 의료 성과측정도 가능하게 됐다.
우리나라의 이번 뺑뺑이 사건은 의사나 병원이 부족해 발생한 일은 아니다. 지난 정부는 대형 화재 진압에 대한 대응을 개선하기 위해 전국적인 조직망을 이용해 위기 대응 수준에 따라 관할 지역간의 경계를 허물고 가용한 자원을 최대로 동원해 대형 화제에 대한 대응을 개선했다. 기존 자원의 효율적 사용이었다. 뺑뼁이 사건을 보며 적절한 병원을 찾기 위한 구급대원의 애타는 심정과 좌절감에 위로를 전하고 싶다. 개인이나 기관의 잘못 보다는 아직 제도적으로 보완할 부분이 많은 응급의료의 현실이 문제로 보인다.
정보화 시대에서 택시를 잡기 위해 길거리에 서 있어야 하는 불편은 없다. 완벽한 제도는 아니나 결제와 서비스 평가에 대한 부분까지 속칭 프랫트폼 회사가 담당한다. 원하는 목적지를 입력하면 근처의 택시가 응답하고 예상 대기시간과 요금까지도 알려준다. 버스 정류장의 전광판도 승객이 원하는 노선의 버스가 도착하는지도 알려주는 시대가 됐고 대부분 신뢰할 만하다.
전국 단위 응급정보망 설치로 환자 수술 가용여부까지 판단할 수 있어야
세계 최초로 유일하게 전국 병원의 수술실마다 폐쇄 회로를 설치하라는 나라 정도면 전국 단위의 응급의료정보망을 설치해 환자의 중증도분류(Triage)결과를 정보망에 올려 적절한 병원을 안내하는 기전을 마련하는 것도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물론 이는 각 병원이 공동정보망에 병원의 수술 가용 여부에 대한 신뢰할 만한 자료를 실시간으로 올려줘야 가능하다.
뺑뺑이 현상의 흔한 이유 중 하나는 '만원 중환자실'이다. 우리나라 중환자실의 기능은 현대적 중환자실 이용 기준과는 사뭇 달라 보인다. 생명 회복의 가능성이 있는 환자 우선 중환자 입실인데, 부모의 임종까지 최선을 다한다는 효도용이나 법적 책임 면제와 집중 치료 목적 등 본래의 중환자실 기능과는 벗어나 대형의료기관의 중환자실은 흔하게 만원이다. 의료가 형사처벌의 대상인 우리나라에서 병원은 외상환자에 대한 준비가 완벽하게 담보되지 않는 한 섣불리 외상환자를 받을 수 없는 것이다.
중환자실 환자는 보통 인공호흡기가 필요하다. 물론 회복 가능성도 있어야 한다. 인공호흡기를 사용하지 않는 환자를 위해 중환자실이 아닌 일반병실과 중환자실의 중간쯤 되는 집중치료실의 설치도 필요하나, 분명 현재의 우리나라 제도에서 지원이 뒤따르지 않는 이상 병원들은 경영상의 문제로 설치를 기피할 것으로 생각된다.
병원의 사정이 어떻든 뺑뺑이 응급은 환자 이송과 전원 횟수가 늘어갈수록 시간 경과와 다양한 이유로 사망률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번 사고도 골반 골절이나 내출혈이 있었다면 이송으로 인한 신체의 움직임은 출혈을 촉진할 수 있었을 것이다. 정보화 시대 속에서 구급대가 병원마다 문의를 통해서 기회적 병원 이송을 결정해야 하는 아날로그 시대의 유물이 응급의료의 현실인데, 아직 잘 정비되지 못한 병원전(pre-hospital care)돌봄의 취약성이 근본적인 문제다.
구급대는 출동 현장에 도착 후 환자에 대한 상황을 프로토콜에 따라 신속히 중앙에 보고하고 이번과 같이 사태가 복잡하면 중앙에 요청해서 환자의 상태에 부합하는 치료 가능한 병원의 이송 정보를 받아야 한다. 출동한 구급대원은 지역이나 국가 단위의 응급의료 제공이 가용한 병원에 대한 포괄적인 정보가 없다. 응급의료에 대한 중앙부서는 응급환자에게 치료 가능한 병원의 실시간 현황을 항시 감측(monitoring)할 수 있는 공동정보망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구급대원이 위급한 응급 상황에서 당황하여 지역적으로 가까운 병원을 놓친 것은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병원전 돌봄' 단계를 위해 필요한 교육과 자격인증제도
영국은 응급이나 외상환자에게 시간적 위험을 상승시키는 불필요한 2단계, 3단계 전원과 이송을 반복하지 않고 45분 이내에 한 번의 이송으로 환자에게 맞는 병원을 찾는 것이 외상네트워크(Trauma Network)체제의 목표다. 현대는 중증 응급환자나 외상환자도 뇌혈관계, 심혈관계, 아동, 팔다리 절단 등으로 크게 분류해 환자의 상황에 맞는 병원으로 직접 이송하여 환자의 생존율을 높이는 것이 추세다.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사망 사례를 봐도 대형 병원이라도 저빈도 발생의 고도의 복잡성을 갖는 중환자나 외상환자를 24시간 7일 항상 해결할 수 없다. 환자의 질환에 따른 당직 병원 제도와 합당한 가용인력 정보를 모두 담아낼 공동정보망의 구축은 이를 관리할 수 있는 임상적관리체계(Clinical Governance)도 갖춰야 한다.
스코트랜드 왕국의 외과협회(Royal College of Surgeons Edinburg)는 구급 출동과 환자 이송 단계의 돌봄에 대한 전문성 강화의 요구에 부합해 ‘병원전돌봄’(Pre-Hospital Care)에 대한 자격증(Diploma)을 수여하고 있다. 국가 단위의 ‘병원전돌봄’을 위해 공동정보망 구축과 더불어 이에 필요한 교육과 자격 인증제도를 만든 것이다. 정부는 이번 사고를 통해 우리나라의 ‘병원전돌봄’에 대한 실태 파악과 개선책을 제시해야 한다. 정부는 의료계와 협력을 통해 의료에서 아직 미진한 부분을 발견하고 이에 필요한 전문 지식을 개발하고 인정된 전문 지식을 통해 기존 지식을 구체화하고 형식화하고 자격으로 연계시켜야 할 책무가 있다.
기회만 되면 필수의료 강화와 공공성 강화를 외치는 정부와 정치인은 간간이 나타나는 뺑뼁이 응급의 불편함과 답답함을 위해 어떤 생각을 하는지 궁금하다. 아마도 정부는 행정, 재정을 통한 합리적인 정책의 구현보다는 행정명령이나 법안으로 응급환자에 대한 강제적 수용과 형사적 벌칙을 고려하고 있을 수 있고, 정치인은 응급의학을 위한 의과대학을 설립하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는 우려가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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