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정다연 기자] 우리나라의 암 생존자는 174만명으로 암 생존율은 암 환자의 70%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암 생존자의 직장 복귀율은 30%에 그쳐, 암 생존자의 직장 복귀율이 50%에 육박하는 선진국 등에 비해 한참 뒤떨어진 것으로 분석됐다. 암 생존자들의 사회 복귀를 위한 국가적 지원과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한암협회는 1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윤일규 의원(더불어민주당)과 국립암센터가 함께 주최한 '암 생존자의 사회 복귀 장려를 위한 간담회'에서 '2019년도 암 생존자의 사회 복귀 지원을 위한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9개 의료기관과 협력해 2019년 4월부터 두 달간 사회 복귀를 준비하거나 치료와 업무를 병행 중인 암 생존자 855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응답자들은 암 생존자 중에서도 직장 복귀 의사가 높은 20~50대가 많았고 성별로는 여성 환자, 암 기수로는 조기 암 환자들이 많았다.
실태조사는 암 생존자가 사회에 복귀하며 겪는 어려움과 일터에서 마주하는 편견과 차별을 규명해, 암 생존자들에게 보다 실질적인 지원을 하고 제도 개선을 위한 장기적인 로드맵을 마련하기 위해 고안됐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조비룡 교수는 "암 생존자는 매년 늘어 174만명에 달하고 있다. 암 환자의 70% 정도가 생존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암에 걸렸다고 하면 과거에는 사망으로 이어졌던 기억이 있기 때문에 치료 결과가 좋지 않을 것이라는 공포가 있다"고 밝혔다.
조 교수는 "암 생존자의 직장 복귀율은 30.5% 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암 생존자들은 소속한 곳이 없으면 존재감에 대해 큰 어려움을 겪었다"면서 "선진국의 직장 복귀율은 50%에 육박한다. 우리나라는 암 환자의 생존율이 선진국 수준인데, 사회 복귀 수준이나 역량 발휘가 낮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암 생존자들의 삶의 질이 떨어질 뿐 아니라 국가 경제적으로도 손실이다"면서 "지난해 연구결과에 따르면, 암 생존자들이 사회에 복귀하지 않음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수조원에 이른다고 한다. 국가 차원에서 해결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사 결과, 암 생존자들은 자신의 건강에 대한 객관적인 인식을 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들은 일터에서 겪는 어려움으로 불규칙한 몸 상태(69.1%)로 꼽았다. 이들은 몸에 무리가 안 되는 업무량을 파악하는 것이 어렵고 암의 재발 등 건강 악화가 염려될 때 사회 생활을 그만두고 싶다(81.5%)고 응답했다.
암 생존자들은 일터 내 암 생존자들에 대한 올바른 응원과 배려 문화가 조성돼야 한다고 짚었다. 암 생존자들은 특히, 일터 내 편견과 차별을 극복하는 데 정책·제도 개선보다 '동료의 응권과 배려'(62.8%)가 가장 크게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암 생존자 4명 중 1명(26.4%)은 암 투병 경험을 일터에 알리지 않았거나 앞으로도 알리지 않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연령이 낮을수록 암 투병 사실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의사가 컸다. 판매·서비스직, 전문직, 기능·노동 등에 종사자도 밝히지 않는다는 응답 비율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 암 진단 직후 이직한 암 생존자들은 일터에서 암 투병 경험을 밝히지 않겠다는 응답한 비율이 높았다.
암 투병을 밝히지 않는 이유로 편견 때문이라고 응답한 사람이 63.7%에 달했다. 실제로 암 생존자의 69.5%는 일터 내 암 생존자에 대한 차별이 있다고 응답했다. 어떤 차별을 겪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중요 업무 참여 및 능력 발휘 기회 상실'(60.9%)이라고 답한 비율이 가장 높았다.
암 생존자들은 연령을 불문하고 '우리 회사에 꼭 필요한 사람이에요(62.2%)'라는 말이 일터에서 가장 격려가 된다고 꼽았다. 20~40대 암 생존자들은 '필요할 때 도움을 요청해'라는 말이 가장 위로가 된다고 밝혔고, 50~60대 암 생존자들은 '암을 극복해낼 수 있어 또는 암 극복을 축하해'라는 말을 격의 표현으로 선호했다.
반면, 암 생존자들의 마음을 상하게 하는 표현으로는 '요즘 같은 시대에는 암이 별거 아니죠'(59.6%)가 1위로 꼽혔다. 20~30대 암 생존자들은 '암도 걸렸는데 술·담배 끊어야지'라는 표현을 불편하게 받아들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 교수는 "이 표현이 마치 '암에 걸린 것이 네 탓'이라는 느낌을 준다고 답했다"고 덧붙였다.
생애주기적 특성에 따라 암 생존자의 사회 복귀를 위한 대책에 대한 수요가 다른 것으로 파악됐다. 젋은 연령대는 직장 생활과 육아 등 활동이 많아 그에 대한 욕구가 큰 것으로 드러났다. 20~30대 암 생존자들은 '교육 등 직업 복귀 준비 프로그램'(55.8%)과 '진로상담'(52.3%)에 대한 수요가 높았다. 또 '육아, 가사 등 도우미 지원'(38.4%)이 필요하다는 응답도 다른 연령 대비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40대 암 생존자들은 경제적 지원에 대학 수요가 컸다. 이들은 '치료 기간 동안 고용 보장'(75.8%)과 '산정특례 기간 연장, 생계비 등 경제적 지원'(75.8%)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50대 암 생존자들은 '운동, 심리치료 등 재활프로그램'(53.2%)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60대 암 생존자들은 노후 생활로 인한 경제적 부담 때문에 경제적 지원에 대한 수요가 큰 것으로 확인됐다. 이뿐 아니라 고혈압 등 다른 질환도 동시에 가지는 경우가 많아 거주지와 가까운 곳에서 건강을 관리를 받고 싶은 수요가 큰 것으로 확있됐다. 60대는 '일터와 병원 간 먼 거리'(49.4%)가 암 치료와 업무 병행 시 가장 부담이 된다면서 '지속적으로 건강관리를 할 수 있는 1차 의료기관의 제도 강화'(65.1%)가 생활에 가장 필요한 제도라고 꼽았다.
조 교수는 "암 생존자 사회 복귀 장려를 위해서는 우선 병원이 암 생존자에 대한 포괄적인 조정관리와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암 생존자들의 사회 복귀까지 확장해 병원에서 암 생존자들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일상에서 불안을 느끼지 않도록 소통하는 모습이 필요하다"면서 "또 회사에서 암 생존자들에게 편견을 가지지 않도록 제 3의 증언 프로그램 등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2017년도 에 국민을 상대로 실시한 실태조사에서 일반 국민들의 77.5%는 암 생존자들이 스스로 느끼는 것보다 업무능력이 떨어진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암 생존자에 대한 올바른 배려 문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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