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군의관으로 입대한 A씨.
그는 어느 날 혹한기 훈련을 받던 상병이 쓰러졌다는 연락을 받고 현장으로 달려갔다.
그는 즉시 심폐소생술을 한 후 인근 대형병원으로 이송했지만 사망하고 말았다.
그러자 해당 사단은 병사의 사망이 군의관의 과실과 관련이 있는 것처럼 몰아갔다고 한다.
다행스럽게 A씨는 의학적으로, 군 규정상으로 정당한 의료행위를 한 것으로 결론이 나 화를 면했다.
그런데 몇 개월 후 사단 예하 부대 병사가 당뇨합병증으로 사망하는 일이 벌어지자 또다시 그를 희생양으로 삼으려고 시도했다.
급기야 사단 헌병대와 군 검찰은 A씨와 관련한 모든 진료기록을 조사했고, 어처구니 없게도 병사의 사망과 전혀 관련이 없는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군 법원도 A씨의 위법 사실을 인정, 유죄 판결을 내렸다.
A씨의 유죄 이유 중 하나는 무자격자에게 불법 의료행위를 교사했다는 것.
군의관은 기본 진료 및 의무실 행정업무, 순회진료를 보조할 의무병을 둔다.
하지만 의무병이 단 1명에 불과해 업무 수행에 차질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A씨는 지휘관의 허락을 받아 의무병과가 아닌 사병 1명에게 의무병의 업무를 수행하게 했다.
군 검찰은 이를 '간호사나 간호조무사 자격이 없는 자로 하여금 의료행위를 하도록 한 것으로서 의료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기소했고, 군 법원은 이 같은 공소사실이 유죄로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군 법원은 A씨가 진료기록을 누락한 점도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군에서 사용하는 전자차트인 ‘E-DEMIS’는 진료중 갑자기 서버가 다운되기도 하고, 이 때문에 환자의 진찰, 투약, 검사 기록을 확인할 수 없거나 새로운 의료기록을 남기는 것도 불가능할 때가 있다.
또한 순회진료를 하는 대대 군의관이 병사 10~30명이 근무하는 초소에 ‘E-DEMIS’를 설치하고, 거기서 의무기록을 작성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A씨는 이런 열악한 환경에서도 정확한 진료를 위해 자신의 컴퓨터 문서 파일에 정성껏 진료기록을 작성했다.
그러나 군 법원은 ‘E-DEMIS’ 차트에 의료기록을 남기지 않았다는 이유로 의료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군 법원은 A씨에게 벌금형을 선고했다.
A씨의 시련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사단은 A씨가 벌금형을 받자 보건복지부에 이 같은 사실을 통보하면서 행정처분을 요청했다.
복지부는 관련 서류를 검토해 올해 2월 경 A씨에게 의사면허정지 3개월 처분을 통보했다.
의사면허정지 처분이 확정되면 A씨는 이 기간만큼 더 복무해야 하며, 이같은 형사처벌과 행정처분은 그의 인생에서 씻을 수 없는 오점으로 남게 된다.
A씨는 전의총에 도움을 요청하고 나섰다.
전의총은 면밀하게 이 사건을 자체 조사해 해당 사단과 군 검찰, 군 재판부가 A씨의 정당한 의료행위를 무리하게 수사해 유죄 판결을 내리고, 복지부에 행정처분을 의뢰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
전의총은 "군으로부터 짓밟힌 군의관의 인권과 권리를 되찾기 위해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하고, 보건복지부의 의사면허정지처분 취소소송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전의총은 국방부와 해당 사단에 엄중하게 항의하고, 형사처벌의 부당성을 알리기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해 투쟁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전의총은 "국군수도병원부터 일선 대대 의무실까지 의무병 중에서 간호사나 간호조무사 자격을 소지한 의무병은 0.1%도 안된다"면서 "그렇다면 그 사단 의무대, 의무병들도 전부 무자격자인데, 왜 처벌하지 않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전의총은 "전쟁 중에 빗발치는 총탄 속에서 군의관이 'E-DEMIS'에 의무기록을 하지 않았다고, 이를 의료기록 누락 혐의로 군 법정에 세울 것인지 진지하게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전의총은 "이번 사건은 관료주의, 절차와 형식에 찌든 우리 군의 병폐가 그대로 드러난 사건이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전의총은 "억울한 일을 당한 군의관의 소송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서는 동료 의사들의 도움이 절실하다"면서 "성금을 보내주시면 재판 비용을 충당하고, 남은 기금은 의사들을 위협하는 각종 고소, 고발에 대응하는데 사용하겠다"고 강조했다.
대한의사협회와 지역의사회도 A씨를 돕기 위해 팔을 걷어붙인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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