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6.10.07 11:23최종 업데이트 16.10.07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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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 독감접종, 방식을 바꿔야 한다

내가 담당 공무원이면 적어도 5가지는 고친다

[기고] 배산메디칼내과의원 김홍식 원장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질병관리본부가 노인 독감 접종사업을 얼마나 고심하며 준비했는지 보지 않으니 속단할 순 없지만 사업에 참여한 의사 입장에서 보면 사업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보인다.
 
수혜 노인과 사업 참여 의료기관에 대한 배려 없이 행정 중심의 일방적인 사업이란 생각이다.

노인들에게 공짜로 접종해주며 의료기관에는 과외 수입을 안겨주니 양자 모두에 혜택을 주는 사업이라고 생각해 그런지 모르지만 지난해 시행 과정에서 발생했던 문제들을 개선하지 않은 채 그대로 시행하고 있다. 
 
우선 환자 입장에서 보자. 

환자들은 시행 첫날 집중적으로 몰려드는데, 그 이유는 접종백신이 부족해 자칫 자신이 혜택을 보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이미 작년에 드러난 문제로, 사업 이후 평가의 일환으로 수혜 노인들에게 설문조사를 했다면 바로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아무런 보완 조치없이 노인과 의료기관이 알아서 접종하라는 식이 반복되고 있다.

접종백신을 충분히 확보했으니 10월말까지 천천히 접종해도 된다고 안내해야 하는데 그냥 10월 4일부터라는 접종 개시일만 반복적으로 홍보해 노인들이 새벽부터 의료기관에 몰려드는 문제를 방치한 것이다.
 
접종하는 의료기관의 측면에서 보자. 

지난해 접종 첫날 환자가 집중적으로 몰려든 것을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하필 일반 환자가 많이 몰리는 연휴 다음날로 개시일로 잡은 것은 사업에 참여하는 의료기관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었다는 반증이다.

작년에 환자가 몰려 수일간 전산이 마비된 경험을 했으니 올해는 특히 첫날 전산장애가 없도록 만전을 기했어야 함에도 그대로 방치헀다가 환자가 몰렸다는 핑계만 대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의 안일한 사업 시행으로 금년도에도 일선 의료기관에서는 큰 혼란이 발생했다.

전산은 돌아가지 않는데 노인 접종자들이 몰려들어 미처 해당자 조회를 할 기회도 없이 혼란하게 만들었다.

75세 이상 고령자 특성상 치매나 인지장애환자가 적지 않은데 다른 의료기관에서 접종하고 와서 접종해 달라고 요구해도 대상자 조회가 되지 않았다. 

이 뿐만 아니라 설사 조회가 잠시 되었다 해도 먼저 접종한 의료기관이 전산장애로 등록하지 못한 사이 접종한 사례가 많은데 이로 인해 의료기관 간에 갈등과 시비만 초래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이런 경우 모든 책임을 의료기관에 돌려 접종백신을 보상하라고 규정한 것은 사업 담당 공공기관의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다.
 
질병관리본부는 편하게 책임을 의료기관에 돌리고, 수혜 노인들은 불안해 서둘러 의료기관을 전전하게 만드는 것을 어찌 유익한 사업이라 할 것인가?
 
결국 등록 여부로 의사들 간에 갈등을 초래하고, 연령별 접종일자 제한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단골 환자들이 의료기관에 등을 돌리는 사태만 부르고 있다.

의료기관 간 접종 경쟁을 시키는 것도 아니고, 백신만 보내고 알아서 시키는대로 하라는 것은 사자 우리에 닭을 몇 마리 던져 넣고, 사자들에게 알아서 챙겨 먹으라고 하는 자세와 뭐가 다른가? 

규정을 어기면서 미리 접종하고, 연령 제한을 무시하는 의료기관은 노인을 공경하고 위할 줄 아는 의사가 되어 있고, 규정을 지키고 연령별 접종일자를 지키는 의사는 노인을 공경할 줄 모르고 함부로 하는 의사가 되어 있다. 질병관리본부가 각성해야 할 대목이다. 

800만명에 가까운 국민이 수혜를 받으며 3만여 의료기관이 참여하는 엄청난 사업을 담당하면서 이렇게 대책 없이 작년 그대로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과연 정당한지 묻고 싶다. 

담당 공무원이 직접 사업에 참여하는 노인들이나 의료기관을 방문하고 조사하고나 있는지 궁금하다.

내가 담당자라면 아래와 같은 개선책을 고민하겠다.


1. 사전 등록제가 필요하다.
 
의료기관에 환자가 비교적 적은 7월부터 지금 등록 절차처럼 접종할 환자를 '사전등록'하게 하고, 질본은 8월 말까지 중복 등록된 노인에 대해 해당 의료기관 이용 빈도 등을 조회해 한 군데만 승인하고, 다른 사전 등록을 삭제해 의료기관 간 접종 전쟁을 피하게 한다.

사전 등록하지 않은 자와 사전등록을 했지만 사전 등록 이후 부득이하게 장소를 옮긴 자는 무조건 보건소 등 공공 의료기관에서만 접종하도록 한다.

이렇게 하면 초기에는 사전 등록이 적을지 모르지만 지속적으로 같은 방식으로 해나가면 늘어나는 것이다. 사전 등록 의무화로 하면 접종을 둘러싼 의료기관간 갈등을 없앨 수 있다.
 
 
2. 백신 배급을 자율로 한다.
 
사전 등록된 노인의 수에 맞게 해당 의료기관에 백신을 보내되 조달청은 가격만 결정하고, 백신 주문은 해당 의료기관이 직접하게 해 수급을 자율에 맡긴다. 언제까지 의료기관 일도 바쁜데 여기저기 백신을 받으러 다닌단 말인가?
 

3. 백신 종류를 선택하게 한다.
 
우리 의원에서는 무료로 노인 독감이나 장애인 독감 대상자 몇 명이 4가 백신을 맞겠다고 해서 무료 접종을 포기하고 본인 부담으로 4가 백신을 맞은 사례가 있다. 

그들에게 선택의 기회를 줘 4가 백신을 원하면 추가로 3가 백신 이상의 금액만 본인이 부담하고 무료 접종을 선택 할 수 있게 한다. 이것은 조달창의 일괄 가격 계약에 의거해 해당 의료기관의 사전 등록에 준해 자율적으로 백신을 주문할 수 있게 함으로 가능한 방식이다.
 

4. 의료기관에 수혜자 관리신청 권한을 줘야 한다.
 
명의 도용 등 고의로 중복 접종하는 받는 노인에 대해서는 의료기관의 신고로 차후 국가사업 수혜를 당분간 박탈하는 방식으로, 의료기관에 문제 수혜자에 대한 제한 신청 권한를 부여해야 한다.
 

5. 접종일자와 시간을 의료기관 자율에 맡긴다.
 
독감 예방접종을 진료로 바쁜 오전 이른 시간에 할 필요는 없다.

접종후 부작용을 확인할 정도의 시간만 되면 충분하니 사업 기간 중에 접종일자와 접종일 중에 접종 시간을 의료기관이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도록 해 일반 진료에 차질을 최대한 줄일 수 있는 배려가 필요하다.

질병관리 본부는 접종 기간만 설정하고 접종일자와 시간을 의료기관이 정하도록 규정한다.

이렇게 하면 한꺼번에 전산 사용이 몰려 조회나 등록이 되지 않는 부작용을 막을 수 있다.
 
내가 담당 공무원이라면 적어도 이 5가지는 도입할 것이다.

사업을 1~2년 하고 말 것도 아니면서 그대로 밀어부쳐 내년에 또 첫날부터 전산다운, 중복접종, 의사-환자 갈등, 의사-의사 갈등을 구경만 할 것인가?

그리고 이 모든 책임을 의료기관에 지워 백신 펑크난 것 모두 의료기관의 책임으로만 돌릴 것인가?

사업에 참여하는 의료기관의 의사 중심으로 질병관리본부의 무료 독감 예방접종 사업 방식을 바꿀 것을 요구한다.

메디게이트뉴스 (news@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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