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8.01.29 15:19최종 업데이트 18.01.29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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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협, “의협이 먼저 의료전달체계 권고문 합의 깨..병협에 폭탄 돌리지 말라”

일차의료기관 입원실 허용 반대 입장 고수…의협·병협 간 갈등 격화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대한병원협회가 의료전달체계 개선 권고문의 합의를 깬 주체는 병협이 아니라 대한의사협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협이 이달 12일 의료전달체계 개선 협의체 소위원회에서 입원실·수술실을 둔 외과계 의원을 이차의료기관으로 분류하기로 합의했지만, 갑자기 18일 협의체 본회의에서 이를 깼다는 것이다.

그동안 공개 발언을 아낀 병협은 의협에 대해 권고문 합의 불발을 병협 책임으로 돌리고 있다며 상당히 불쾌한 심정을 드러냈다.

협의체 구성원인 병협 정영호 정책위원장은 29일 "의협이 협의체 본회의에서 일차의료기관에 단기입원을 허용하는 예외조항을 인정해달라고 했고 병협은 긍정적으로 검토해보겠다고 답했다"라며 "이후 의협은 예외조항이 아니라 일차의료기관에서 입원실·수술실을 포기할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합의 원칙을 훼손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협과 내과의사회는 의료취약지의 100병상 이하 병원에 한해 일차의료 만성질환 관리 사업을 허용한다고 제안했다"라며 "이 제안은 병협에 실익이 없을 뿐더러 원칙을 훼손한 상태에서 이를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는 사실상 병협이 원칙적으로 외과계 의사회의 일차의료기관의 단기입원(입원실) 허용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병협은 ‘원칙’이 무너진 상태에서 내과의사회 제안을 받아들이기 힘들며, 의협이 병협에 책임을 떠넘기는 행동은 곤란하다고 강조했다. 

병협, "의협, 예외조항 가져오랬더니 소용없는 합의에 주력"
 

병협 정영호 위원장은 “의협은 최근 소위원회에 예외 규정없이 의료기관을 기능별로 일차, 이차, 삼차의료기관으로 구분하기로 합의했다”라며 “의협은 수술실과 입원실을 둔 외과계 의원들을 이차로 분류하기로 했지만, 갑자기 의협이 본회의에서 예외조항을 인정해달라고 주장하고 나섰다”고 했다.
 
의료전달체계 개선 권고문은 의료기관 구분을 기존 종별에서 기능별로 구분하는 것을 말한다. 권고문에 따르면 새로운 의료전달체계에서 일차의료기관을 내과계 만성질환관리 전문의원, 당일 수술을 하지만 입원실은 없는 외래 전문의원, 수술실과 입원실을 두고 이차의료기관으로 상향하는 입원 전문의원, 미참여 의원 등 4가지 기능으로 분류했다. 여기서 외과계의사회는 일차의료기관에 '단기입원(입원실) 허용'을 원했고 병협은 이를 반대했다.
 
의협은 권고문 합의를 위해 외과계 의사회에 이차의료기관으로의 상향을 설득했지만, 외과계 의사회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이에 따라 의협은  외과계 의사회 설득 대신 병협 설득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그럼에도 의협과 병협 간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고 2016년 1월부터 진행된 의료전달체계 개선 협의체는 올해 1월 18일 종료됐다. 다만 30일까지 의협과 병협이 합의한다면 재논의해볼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 합의 기한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지만 병협의 입장은 강경해 보인다. 
 
정 위원장은 “병협은 외과계 의원에 단기입원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것이 원칙이며 입원실을 두려면 이차의료기관으로 상향하라고 밝혔다”라며 “다만 의협이 예외로 인정해달라는 해당 질환을 분명히 명시한다면 검토해볼 수 있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의협은 예외조항이 아니라 원칙을 훼손하는 제안을 가져왔다고 지적했다. 정 위원장은 “예외조항을 만든다면 단기입원을 한시적으로 허용하는 적용 기간이나 특정 질환의 조건이 붙어야 한다”라며 “하지만 의협은 일차의료기관에서 무조건 입원과 수술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병협 입장에선 의협이 이미 합의를 깬 상태에서나마 예외로 해달라는 주장을 들어보려고 노력했다”라며 “의협은 예외를 주장한 것이 아니라 입원실과 수술실에 대한 원칙을 흔들고 물러서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원칙을 훼손하는 선에서 일차의료기관에 단기 입원을 허용하는 합의는 이뤄질 수 없다”고 강조했다.
 
병협, "일차의료기관 단기입원 예외조항 검토가 우선"
 

의협은 합의 조건이라면서 병협에 의료취약지  100병상 이하 병원에서 일차의료기관 역할인 만성질환 관리 사업을 열어주겠다고 제안했다. 정 위원장은 “의협이라기 보다는 내과의사회가 병협에 제안한 내용”이라며 “이는 일차의료기관 입원실의 예외조항을 만든 것이 아니라, 제안 내용을 억지로 만든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정 위원장은 “병협은 최대한 긍정적으로 권고문을 합의하려고 노력했다"라며 "내과의사회의 제안을 두고 일차의료 취약지에서 한시적으로 일차의료기관의 개념을 병원으로 확대해보자고 해석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의료취약지에는 의원과 병원이 모두 없는 만큼 실익이 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무엇보다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과정에서 의협이 병협 때문에 권고문 합의가 깨질 수 있다는 식으로 여론몰이를 하는 것을 문제 삼았다.
 
정 위원장은 “의협은 애초에 합의를 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으면서 병협 때문에 못한다고 주장하려는 수작을 부리고 있다”라며 “합의를 깬 것은 병협이 아니라 의협이며, 내과의사회 제안은 권고문 불발 책임을 피하려는 면피성 제안에 불과하다”고 했다.

이런 병협의 입장에 대해 협의체 구성원인 의협 임익강 보험이사에게 확인을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한발 양보한 내과…한층 누그러진 외과계 의사회

이와 관련, 대한개원내과의사회는 의료전달체계 개선 권고문 합의를 위해 내과에서 대승적 결정을 했다고 자신했다. 일차의료 취약지에서 100병상 미만의 만성질환 관리를 허용하는 쪽으로 어렵게 내부 합의를 이끌어냈다는 것이다.
 
개원내과의사회 최성호 회장은 “100병상 이하 모든 병원에 만성질환 관리를 허용하는 것은 회원들의 반대에 부딪혔다”라며 “대신 의료취약지 20곳 의원에 지원을 요청하는 대신 해당 지역 병원에 만성질환 관리를 허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내과의사회는 28일 긴급 시도의사회장단 투표를 진행해 찬성 8표, 반대 0표, 기권 5표가 나왔다. 의료취약지가 있는 해당 시도회장단은 기권을 택했지만 다수결로 찬성하는 쪽으로 정리했다.

최 회장은 “의협 추무진 회장이 권고문 합의를 위해 많이 애쓰고 있고, 합의 기한도 30일 이후로 연기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쳤다”라며 “이는 중소병원 등 병협에서 합의를 해줘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외과계 의사회는 내과의사회의 한발 물러선 양보로 병협의 현명한 판단을 기다리겠다고 강조했다. 외과계 의사회는 의협이 이들의 입장을 반영하고 추무진 회장이 직접 회장단 설득에 나서자 한결 반발 분위기가 누그러졌다.

대한외과의사회 천성원 회장은 “외과계 회장단 입장은 변함 없다”라며 “외과계 의사회가 원하는 단기입원 허용을 포함한 권고문을 합의한다면 재논의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
 
직선제 대한산부인과의사회 김동석 회장은 “추무진 회장이 직접 나서면서 내과에서 양보했고 외과계 의사회도 한발 물러섰다”라며 “내과에서 통큰 양보를 해서 병협에서 합의를 해준다면 더 이상 지적할 것은 없다”고 했다. 다만 김 회장은 “합의 과정에서 의사회 회원들의 뜻이 가장 중요하다”라며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니라 권고문을 꼼꼼하게 따지고, 경증 환자의 대형병원 환자 쏠림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솔 기자 (sim@medigatenews.com)의료계 주요 이슈 제보/문의는 카톡 solplus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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