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6.06.19 09:51최종 업데이트 26.06.19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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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읽고 전문가가 검증한다…연간 8만건 심전도 판독하는 '노태호 웨어러블&심전도 연구센터'

[인터뷰] 심전도 120년, 병원 검사실을 넘어 ‘언제 어디서나’로…AI·웨어러블이 바꾸는 심장 진료 의 미래

노태호 웨어러블 & 심전도 연구센터(Rho Wearable & ECG Lab)’는 국내 최초의 웨어러블 심전도 전문 판독센터다.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빌럼 에인트호번(Willem Einthoven)이 1901년 세계 최초의 심전계(String Galvanometer)를 개발한 지 120여 년이 지났다. 병원 검사실에서 시행하는 12 유도 심전도로 시작한 심전도(ECG)는 이제 손목시계와 패치, 반지 형태의 웨어러블 기기로 진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이 심전도를 단순히 판독하는 수준을 넘어 질환 발생 위험까지 예측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심전도 기술은 최근 웨어러블 기기와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의 발전으로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과거에는 병원 내에서만 가능했던 심전도 측정이 이제는 환자의 일상생활 속에서도 가능해졌으며, 실시간 데이터 전송과 분석을 통해 질환 조기 발견과 지속적인 환자 관리가 가능해지고 있다.
 
가톨릭의대 명예교수이자 서울 동대문구 노태호바오로내과의원 노태호 원장은 “심전도의 미래는 AI와 웨어러블 기술, 원격 모니터링이 결합된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며 “병원 중심 진료에서 환자 중심의 지속적 관리 체계로 전환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노태호 원장이 2020년 문을 연 ‘노태호 웨어러블 & 심전도 연구센터(Rho Wearable & ECG Lab)’는 국내 최초의 웨어러블 심전도 전문 판독센터를 표방하고 있다.
 
국내 첫 웨어러블 심전도 센터…4년 만에 판독 건수 15배 증가


노태호 웨어러블 & 심전도 연구센터의 정체성을 가장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4단계 판독 체계’다.

▲1단계 컴퓨터 알고리즘 자동판독 ▲2단계 심전도 분석 전문가(ECG Analysis Specialist)의 정밀 분석 ▲3단계 자문의(부정맥·심장내과 전문의)의 감수 ▲4단계 최종 확인 및 판독 마무리로 이어진다. AI와 자동판독을 출발점으로 삼되, 사람의 검증을 반드시 거치는 구조다. 2단계에선 임상병리사 12명이 참여하고 3단계에선 9명의 전문의가 참여한다. 4단계는 최종적으로 부정맥을 전공한 교수가 사인한다.

센터에서 판독되고 있는 씨어스 '모비케어(mobiCARE) 시스템'은 전국 800여 개 의료기관과 45개 상급종합병원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누적 검사 건수는 69만 건을 넘어섰다. 센터의 심전도 판독 건수는 지난 2021년 5629건에서 2025년 8만2293건으로 증가했다.
 
컴퓨터 자동판독은 1970년대부터 도입돼 정확도·신뢰도 향상, 부정맥과 심전도 이상 진단, 결과 표준화와 효율 향상에 기여해 왔다. 그러나 학계는 일관되게 ‘한계’를 경고해 왔다. 대표적 연구가 1991년 국제학술지 NEJM에 발표됐다. 좌심실비대(LVH)·우심실비대(RVH)·심근경색(MI) 같은 비교적 쉬운 이상의 진단에서 컴퓨터 정확도는 약 70%로, 의사의 76%보다 6%포인트 낮았고 소프트웨어(SW) 간 편차도 컸다. 세부적으로 심장전문의 대 컴퓨터의 정확도는 LVH 63.9% 대 56.6%, RVH 46.6% 대 31.8%, 전벽 심근경색 84.9% 대 77.1%, 하벽 심근경색 71.7% 대 58.8%, 전체 76.3% 대 69.7%였다. 2017년 국제학술지 JACC에서는 부정맥의 경우 컴퓨터 판독의 정확도가 특히 기대만큼 높지 않다고 발표됐다. 
 
노 원장은 “AI가 발전하더라도 최종 판단은 전문가 검증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자동판독은 시작점일 뿐 종착점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센터는 지속적인 QI(Quality Improvement·질 향상) 활동과 월 2회의 대학강의실을 연상하게 하는 컨퍼런스를 통해 판독 정확도를 높이고 있다. 판독 과정에서 발견된 오류 사례와 해석 차이를 정기적으로 검토하고, 분석 전문가와 전문의가 함께 증례를 공유하며 판독 기준을 표준화한다. 또한 새로운 부정맥 사례와 웨어러블 심전도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축적·분석해 알고리즘 성능과 판독 프로세스를 개선하고 있다.

노 원장은 "자동판독은 효율성을 높일 수 있지만 최종 진단의 책임은 사람에게 있다"며 "지속적인 QI 활동과 전문가 재검증이 정확한 심전도 판독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센터는 지속적인 QI(Quality Improvement·질 향상) 활동과 월 2회의 대학강의실을 연상하게 하는 컨퍼런스를 통해 판독 정확도를 높이고 있다. 노태호 원장 외에 김여진 실장 등 12인의 임상병리사가 참여하고 있다. 

AI 심전도, 진단 넘어 미래 위험 예측과 웨어러블로 진화

최근 주목받는 분야는 AI 심전도(AI-Enhanced ECG)다. 기존 심전도가 현재 상태를 진단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AI 심전도는 향후 질환 발생 위험을 예측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정상 심전도에서도 심방세동 발생 가능성을 예측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심부전, 좌심실 기능 저하, 대동맥판막 협착증 위험을 평가하는 AI 모델도 개발돼 사용되고 있다. 홀터 심전도 분석에서는 기존 방식과 유사한 정확도를 유지하면서 분석 시간을 크게 단축하는 성과도 보고됐다. 다만 개인정보 보호, 임상적 유효성 검증, 윤리성 문제는 여전히 해결 과제로 남아 있다.

노 원장은 “AI는 전문의를 대체하는 기술이 아니라 진료를 보완하는 도구”라고 말했다. 

심전도 기술 발전의 또 다른 축은 웨어러블이다. 과거 대형 장비 중심이었던 심전도 검사는 패치형, 스마트워치형, 반지형 기기로 진화하며 일상 속 측정이 가능해졌다. 현재 모비케어, ZIO 패치, AT-패치 등 다양한 장기 모니터링 기기가 활용되고 있으며, 측정된 데이터는 실시간으로 의료진에게 전달된다. 이를 통해 환자는 병원 방문 없이도 지속적인 심장 상태 관리를 받을 수 있다.
 
노 원장은 심전도의 미래에 대해 "AI, 웨어러블, 빅데이터가 결합된 개인 맞춤형 심장관리 체계로 전망한다. 다만 데이터 보안과 임상 검증, 의료현장 통합이라는 과제도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웨어러블 심전도, 재택의료 시대 핵심 인프라로 부상

웨어러블 심전도의 가치는 재택의료 환경에서 더욱 커지고 있다. 심혈관질환 환자는 퇴원 직후가 가장 위험한 시기로 알려져 있다. 심부전 환자는 퇴원 후 60~90일, 급성관상동맥증후군 환자는 최소 30일 동안 집중 관찰이 필요하다.

특히 여러 연구에서는 퇴원 후 72시간 이내가 가장 위험한 시기라고 보고하고 있다. 흉통, 호흡곤란, 실신, 심계항진과 같은 증상을 조기에 발견하기 위해서는 병원 외부에서도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웨어러블 심전도는 이러한 위험 신호를 실시간으로 감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단순 편의기기를 넘어 환자 안전을 위한 인프라로 평가받고 있다.

노 원장은 “재택의료가 확대될수록 웨어러블 심전도와 원격 모니터링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측정된 심전도는 인터넷을 통해 가족·병원·의사·응급기관으로 실시간 전송된다. 이 흐름은 원격모니터링과 직결된다. 원격 심전도 판독·자문, 원격지 심장관리, 모바일 건강 플랫폼 통합, 신속한 진단·의사결정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실제로 코로나19는 원격 모니터링을 가속했다.
 
노 원장은 센터의 기능이 자동 판독을 넘어 실시간으로 심전도를 분석할 수 있도록 제도적 규제가 완화되면 더욱 많은 일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 이 같은 주제로 2025년 1월 두바이에서 열린 걸프부정맥학회(GAC 2025)에서 노 원장은 ‘AI and Arrhythmia Diagnosis & Management’를 발표하기도 했다.
 
노 원장은 “일부 연구에서는 전체적인 판독 정확도가 88% 이상으로 나타났지만, 정상 심전도와 달리 부정맥 영역에서는 정확도가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보고됐다”라며 “심방세동을 잘못 진단할 경우 불필요한 항응고제 처방이나 부정맥 치료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실제 임상 현장에서도 자동 판독 결과만으로 치료 결정을 내리기보다는 전문가의 최종 판단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노 원장은 이어 “AI와 자동 판독 기술은 의료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진료 과정에서 효율성을 높이는 보조 도구로 활용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라며 “앞으로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더욱더 정확도를 검증하고 데이터를 통한 연구를 활성화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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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솔 기자 (sim@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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