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군의관∙공중보건의사(공보의) 복무기간을 현행 38개월에서 24개월로 단축할 경우 인력 공백이 커질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 의대생 단체가 구체적인 설문조사 결과를 기반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복무기간 단축으로 군의관∙공보의를 택할 이들이 최대 3.41배 증가해 오히려 인력 유입을 늘릴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는 15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병역 인식 조사 결과를 공개하며 복무기간을 군사교육소집기간을 포함해 24개월로 단축할 것을 촉구했다. 이번 조사에는 전국 의대생 8800명이 참여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의대생들 사이에 현역병 복무가 표준적 병역 이행 방식으로 자리잡았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재학 중 현역병으로 입대하거나 복무를 마친 학생이 늘고 있다고 느끼는지 묻는 문항에 응답자의 89.2%가 그렇다고 답했고, 현역병 복무에 대한 의대 내 인식이 이전보다 긍정적으로 변화했다는 응답도 85.1%에 달했다.
미필 학생들 역시 재학 중 현역병 복무를 현실적 선택지로 고려하고 있었다. 재학 중 현역병 복무가 현실적으로 선택 가능한 병역 이행 방식이라는 데 동의한 미필 응답자는 79.8%였으며, 이를 학업과 진로에 유리한 선택지로 보는 응답도 72.2%로 나타났다.
이미 군복무를 마친 학생들의 응답에서도 같은 흐름이 확인됐다. 군필 응답자 1662명 중 일반 현역병, 별도 선발 현역병, 보충역 등으로 복무한 인원은 1635명(98.4%)이었고, 다시 선택할 수 있다면 군의관∙공보의를 택하겠단 응답은 114명(6.9%)에 그쳤다. 군필 응답자의 65.8%는 자신이 택한 병역 이행 형태를 후배나 동기에 권유하겠다고 답했으며, 5명 중 3명은 자신의 선택에 매우 만족한다고 답했다.
의대협은 이런 경험이 학생사회 안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미필 응답자의 94.1%는 선배나 동기로부터 현역병 복무 경험을 직간접적으로 접했다고 답했으며, 이 중 66%는 그로 인해 현역병 선택 의향이 높아졌다고 밝혔다.
미필 응답자에게 가장 선호하는 병역 이행 형태를 물은 결과, 별도 선발 현역병 45.4%, 일반 현역병 13.6%, 보충역 8.2% 등 현역병∙보충역 계열을 택한 비율이 67.2%였다. 군의관∙공보의를 1순위로 꼽은 응답은 1628명(24.1%)에 그쳤다. 현행 제도가 유지될 경우 군의관∙공보의로 복무할 의향이 있다고 답한 미필 학생은 15.8%에 불과했다.
기피 이유로는 복무기간을 꼽은 비율이 압도적이었다. 군의관∙공보의 복무에서 부담되거나 우려되는 요인을 복수응답으로 물은 결과 ▲전체 복무기간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95.8%에 달했다. ▲지역∙배치 선택권이 없다(30.4%) ▲경제적 보상이 부족하다(25.2%)는 응답과 격차가 컸다. 병역 이행 형태를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인을 묻는 문항에서도 ‘전체 복무기간’이 84.8%로 가장 많이 선택됐다.
의대협은 군의관∙공보의 복무기간을 줄일 경우 단기적으로 인력 공백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세간의 우려에 대해서는 조사 결과를 기반으로 반박했다.
복무기간이 24개월로 단축될 경우 군의관∙공보의를 더 선호한다고 답한 미필 학생은 5555명(82.3%)였으며, 이 중 64.2%는 군의관∙공보의를 ‘훨씬 더 선호한다’고 답했다. 기존에 군의관∙공보의 복무 의사가 낮았던 집단에서도 79.5%가 선호로 돌아섰다.
재직 인원은 연간 유입 인원과 복무기간의 곱으로 결정되는 만큼, 복무기간이 36개월에서 24개월로 줄어들 경우 현재 수준의 재직 인원을 유지하려면 유입이 1.5배 이상 늘어나면 된다는 게 의대협의 설명이다. 1순위 선호도만 단순 비교해도 24.1%에서 82.3%로 3.41배가 증가하며, 별도 선발 현역병에 지원했다가 탈락한 뒤 군의관∙공보의를 택할 수 있는 잠재층(12.5%)까지 더한 36.6%를 기준으로 보수적으로 추계하더라도 2.25배에 이른다.
의대협 손연우 회장은 “복무기간을 1년 줄이면 인력을 1년 덜 쓰게 된다는 계산이 아니라, 1년을 줄였을 때 얼마나 더 많이 들어오느냐를 봐야 한다”며 “유입 인원의 증가폭이 재직기간 감소분을 크게 웃도는 만큼, 24개월 단축은 인력을 줄이는 조치가 아니라 필요한 인력을 실제로 확보하는 조치”라고 밝혔다.
이어 “복무기간 단축과 함께 근무여건과 보상체계, 복무환경 전반의 개선이 함께 이뤄져야 제도가 지속가능해진다”며 “지역∙배치 선택권 부재와 경제적 보상 부족이 복무기간에 이어 주요 우려 요인으로 지목된 만큼, 이를 같이 해소해야 미래 복무 대상자의 선택을 실제로 되돌릴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