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기본적으로 의사를 'Respect(존중)'합니다, 의사의 말을 듣지 않는 환자를 거부하기도 하죠."
미국 귀넷메디컬센터에서 근무하는 이주원 전문의(내과 및 노인)가 한 말이다.
미국은 저수가도 아니고, 전공의 수련 비용을 정부에서 지원하며, 의사가 하루에 보는 환자의 수도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
게다가 미국은 의사들이 기본적으로 사회로부터 존중까지 받는다고 하니, 한국과는 상황이 많이 달라 보인다.
메디게이트와 메디게이트뉴스는 19일 의사, 의대생을 대상으로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를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이번 세미나는 당초 선착순으로 등록한 150명을 대상으로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한꺼번에 신청자가 몰리면서 현장에서 추가등록까지 받아야 할 정도로 관심을 모았다.
이주원 전문의는 강의를 통해 미국에서 의사로 사는 것이 왜 좋은지 몇가지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그는 "한국은 정부의 간섭이 많지만 미국은 그런 게 적은 장점이 있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이주원 전문의는 미국 의사들은 '퀄리티(quality) 있는 삶'을 산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는 "미국에서 의사는 하루에 15명에서 30명 가량의 환자를 본다"면서 "이는 삶의 질이 높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환자들 역시 높은 퀄리티의 의료를 받는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또 이주원 전문의는 "미국은 사회 자체가 의사를 존중하는 분위기"라면서 "예전에 운전하다가 실수로 신호를 위반해 경찰에 적발됐는데 운전자 보조석 청진기를 보더니 의사인지, 클리닉에 가는 길인지 묻더라. 내가 '그렇다'고 했더니 바로 병원까지 호위해준 적이 있었다"고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그러자 청중들 사이에서는 "와" 소리가 터져나왔다.
이와 함께 이주원 전문의는 "미국에서는 환자들이 자신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의사의 역할에 대해 매우 존중을 보이고, 평생 따르기 때문에 의사도 그만큼 환자에 대한 책임감을 가진다"면서 "만약 환자가 의사의 말을 따르지 않거나 무시하면 의사가 환자를 거부(release or fired)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의사의 말을 듣지 않는 환자, 처방을 제대로 따르지 않아 순응도가 떨어지는 환자, 거짓으로 마약성 진통제나 향정신성의약품 등의 의약품을 요구하는 환자 등이 의사가 환자를 거절하는 사례인데, 의사는 환자에게 레터(letter)를 보내 더 이상 우리 클리닉에서 보지 않겠다고 통보한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이주원 전문의는 오전 9시에 출근해 오후 6시에 퇴근하기 때문에 가족과 시간을 많이 보낼 수 있는 점, 개원을 해도 퇴직이 아니고서는 기본적으로 망하지 않는다는 점, 다른 병원이나 다른 의사와 비교 당하지 않는다는 점, 육아와도 병행이 충분히 가능하며 아이들 교육도 잘되어 있다는 점 등이 미국에서 의사로 살기 좋은 이유라고 설명했다.
물론 한국 의사가 적응하기에 어려운 점도 있다고 했다.
우선 영어가 되지 않으면 실수할 가능성이 크고, 무엇을 해도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무조건 미국에서 돈을 많이 번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며, 오히려 한국에서 잘되는 개원의 수입은 미국의 보통 의사들이 받는 평균 임금보다 높다"고 환기시켰다.
이주원 전문의는 "미국 내과 의사의 평균 연봉은 22만 달러이며, 돈을 더 많이 벌기 위해 환자를 더 많이 볼 수도 있겠지만 보통은 이 정도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2년마다 면허를 갱신하고, 10년마다 전문의 시험을 다시 봐야 하는 점, 미국은 한국처럼 서류 처리가 빠르지 않아 오래 기다려야 하는 점도 단점으로 볼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이주원 전문의는 미국에서 의사면허를 취득하고, 미국에서 생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 무조건 의대를 졸업하고 바로 건너올 것을 추천했다.
미국에서 레지던트 수련(인턴 포함)을 받아야 전문의 면허가 나오기 때문에 굳이 한국에서 인턴과 레지던트 생활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주원 전문의는 "미국에서 레지던트 수련을 받기 위해서는 USMLE 시험(미국의사면허시험)에 합격한 후 ECFMG certificate를 취득해야 한다"면서 "영주권이 없다면 J나 H비자를 이용해 최대한 빨리 와서 수련을 받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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